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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철·김민국 VIP투자자문 공동대표 

동업의 기술을 말하다 

글 김성숙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02년, 서울대생 3학년 두 명이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이라는 책을 내놓아 금융계를 술렁거리게 한다. 책을 팔아 번 돈으로 이들은 ‘대학투자저널’ 신문을 창간한 뒤 매각했다. 졸업과 동시에 투자자문사도 차렸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일이다.

▎세심한 균형감각을 갖춘 김민국 대표(사진 왼쪽)는 도전적이고 담대한 최준철 대표와 같은 듯, 각자의 다른 개성을 존중하며 12년째 동업하고 있다.
2002년 4월 2일 자, 중앙일보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서울대생 두 명을 인터뷰했다. 『한국형 가치투자전략』이라는 책이 출간과 동시에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 셀러에 올랐기 때문이다. “가치투자는 대박을 노리고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일부를 사는 것이다.”고 두 대학생은 당당히 가치투자의 의미를 밝혔다. 언론 매체 첫 인터뷰였고 이후 한동안 이들은 언론과 투자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12년이 흐른 지금, 그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VIP투자자문의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최준철(39), 김민국(39) 대표의 이야기다. 동업자로 건재한 이들은 대학생같은 풋풋함을 간직한 채 이제는 투자자로서 깊어진 내공을 드러냈다. 포브스는 7월 초, 반포동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VIP투자자문은 창업 12년만에 2조 규모의 투자자문사로 성장했고, 1000여 명의 고액 자산가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가치투자의 길을 한결같이 걷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로 한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2013년부터는 수탁고 1조를 넘어서며 성장곡선을 긋고 있다. 100인의 PB가 뽑은 올해의 투자자문사로 선정되는 등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 ‘동업은 절대 하지 말라’는 통설을 깨고 변함없이 동업하고 있는 두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동업의 기술은 다섯 가지였다. 도전적이고 담대한 최준철 대표와 세심한 균형감각을 갖춘 김민국 대표는 같은 듯, 각자의 다른 개성을 존중하며 한방을 쓰고 있었다.

1. 동업, 상승작용을 누려라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뭉치기 전, 각자 개인투자에 몰두했다. 고군분투하다 보니 뜻 맞는 동지가 절실했다. “성공이 보장된 길이었다면 저 혼자 갔겠죠. 하지만 저희가 가고자 하는 길은 외로웠고 미지의 세계였죠.” 둘은 만나면 신이 났다. 한다면 꼭 해내고 마는 고집이, 졸업 전까지 무언가를 해야 하겠다는 절실함이 두 사람에게 있었다. 남들이 가는 길이 꼭 정답만은 아니라는 생각 또한 비슷했다. 둘이 함께하는 상승작용, 시너지 효과는 생각보다 컸고 그들의 의기투합은 계속됐다.

2. 부모의 촘촘한 관리망이 없었다

최준철 대표는 부산 출신, 김민국 대표는 광주 출신의 서울대생이었다. 둘은 모두 주식 투자로 크게 성공하기 전까지는 이를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 최준철 대표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수업을 전폐하고 주식 투자에 몰두했다. 워런 버핏과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을 읽고 외롭게 주식 투자했던 최준철은 가치투자에 관해서 이야기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김민국의 글을 읽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김 대표에게 전화했다. 만나보니 둘은 여러모로 잘 맞았다. 책을 쓰고, 신문을 창간할 즈음에는 둘은 하숙집에서 나와 학교 앞 오피스텔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주식투자는 도박과도 같다고 생각할 때, 이들의 동거를 방해할 부모님은 가까이에 없었다.

3. 역발상으로 투자 수익을 거둬라

두 사람은 역발상 투자로 투자 수익률을 올렸다. 2013년, 시장이 한국전력을 주목하지 않을 때, 이들은 한국전력을 바구니에 담았다. 투자 토크쇼에서 “한전”을 투자 유망주로 꼽았더니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때 최 대표는 되겠다는 확신을 굳혔다. 당시 한전은 원전비리로 지탄을 받고 있었고 전기요금을 올리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전에 관심을 두었다. 원전 비리가 드러났다고 해서 원전 가동이 멈추지는 않을 것이고 연료값도 조금씩 내리는 상황이었다. 정부에서도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이후 한전은 서울 삼성동 부지를 비싼 값에 팔았고, 주가도 뛰었다. 두 사람은 큰 수익을 거두었다.

최준철 대표가 요즘 주시하는 회사는 중국판 아프리카TV격인 YYTV다. 미국에 상장된 회사인데 미국 사람들은 동양인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저평가된 상태다. 태국공항과 인도네시아 병원도 눈여겨보는 역발상 주식으로 꼽았다. 일시적인 변동성으로 주가가 떨어질때 두 대표는 망설임 없이 이들 종목을 바구니에 담을 것이다.

4. 시대 운을 나의 운으로

최 대표와 김 대표가 투자자문사를 설립한 해는 2003년. 당시 한국은 IMF를 거치면서 주식이 저평가 된 상태였다. 주식이 정말 쌌던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터라 운이 따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진 때도 이때였다. 워런 버핏이 코카콜라 주식을 매입하면 비슷한 롯데칠성을 사기만 해도 운이 따랐다. 오리온과 아모레가 2만 원대였고 롯데칠성은 6만 원하던 시기다. 좋은 시기에 투자를 시작했고 그 운을 자신의 운으로 만드는 실행력을 가지고 있었다.

5. 미래 비전을 공유하라

이제 한국 시장에서 싼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두 사람은 싼 기업을 찾으려고 인력을 늘렸다. 애널리스트를 14명까지 늘렸다. 또 하나, 해외투자를 병행하기로 했다. 2007년부터 홍콩, 인도네시아, 대만 등 아시아로 리서치를 다닌다. 더운 나라에서 하루에 6~7개의 기업을 돌아다니며 외국어로 소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 감내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시아는 거리상으로도 가깝고 문화적인 동질성이 크다. 변동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선진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투자 경험을 적용하면 정보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 대표를 각각 인터뷰했지만 같은 비전을 내놓았다.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13년 넘게 같은 방의 사무실을 쓰면서 시시때때로 토론을 벌인다. 그러니 같은 비전이 나올 수 밖에.

도전적이고 담대한 최준철


최준철은 해외출장을 가면 나라마다 다른 맥도날드 빅맥을 꼭 먹는다. 어디서든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맥북을 연동시켜 최적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IT기기에 호기심 많은 얼리어답터다. 게임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에는 몰입하지만 싫어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는 해외투자에 집중하고 성장하는 기업을 발굴한다.

부산의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한 최준철은 부자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자기 아버지와 부자 친구들의 아버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의 아버지는 냉동창고나 배를 가진, 즉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장이었다. 최준철은 그래서 회사원으로 살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최준철은 어떻게 하면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중학생 시절에 삼성 창업자 이병철의 일대기인 『호암자전』을 탐독할 정도로 끈질겼다. 지금 시대는 설탕이나 자동차를 만들기보다는 주식 투자하는 것이 빠르겠다 싶었다. 주식이 곧 생산수단임을 깨달았다.

어느 날 워런 버핏과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을 읽고 무릎을 쳤다. “주식은 투기가 아니라 투자야.” 그가 깨달은 가치투자의 매력을 미치도록 알리고 싶었다. 그렇게 찾아낸 친구가 같은 학교 친구 김민국이었다. 최준철은 친구와 함께 투자 동아리를 결성했다. 그러다가 책을 쓰게 되었고 신문도 창간했다. 신문의 1호 유료 독자는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대표였다. 신문 발간 비용을 마련하고자 증권사 홍보실을 신발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서울대 투자저널>은 어느새 <대학경제신문>이 되었고 모 경제신문사가 사갈 정도로 성장시켰다.

그가 존경하는 사람은 미국의 가치투자자, 그렉 알렉산더다. 2000년대 초반에 그가 담은 한국 주식 포트폴리오를 보고 충격이 컸다. 외국 사람이 이런 주식을 어떻게 알고 담았지? 그들은 미국에서 가치 투자하면서 좋은 비즈니스, 경영진, 주식을 보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처럼 해외투자를 시작했다.

최준철 대표는 투자자문사를 청담동 레스토랑에 비유했다. 대중적인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자산운용사와는 다른 개성이 있다는 것이다. 패밀리레스토랑에 가면 사장을 만날 수 없지만, 청담동의 유명 음식점에 가면 대표를 만나는 재미가 있듯이,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지향한다. 고객의 자산 규모와 취향, 얼굴 그리고 고객이 VIP투자자문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도 확인하고 싶다.

최준철 대표는 아직 중국본토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다. 2007년부터 해외 시장을 국내 시장 들여다보듯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지만 중국 A주식은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료가 부족하고 깊게 분석할 시간이 없었다. 괜찮은 기업이 없었고 가치 대비 비쌌기 때문이다. 홍콩 주식이나 미국에 상장된 주식 위주로 투자했다. 중국시장이 크게 폭락했을 때, 손실을 피해갔다. 앞으로 시장의 화두는 ‘거품 해소’다. 거품은 계속 갈 것인가 꺼질 것인가. 전체적으로 꺼질 것인가? 부분적으로 꺼질 것인가. 그 촉발은 그리스가 만들 것인가 금리 인상이 만들 것인가.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최준철 대표는 좋아하는 일을 운 좋게 업으로 삼았으니 오래 지속하고 싶다. 답은 가치투자의 기법으로 해외투자를 개척하는 것이다. 그리고 변함없이 책을 읽고 토론할 것이다. 김민국과 함께.

세심한 균형감각의 김민국


김민국은 식도락가다. 해외출장을 가면 패스트푸드점보다 그 나라의 맛집을 찾는다. 그의 휴대전화기는 갤럭시이고 데스크톱 컴퓨터를 사용한다. 한국 사회의 정치와 사회탐구가 주 관심사다. 그는 언제나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냉정한 이성의 소유자다. 최준철 대표가 회사 경영에 신경을 끌 때, 김 대표는 세심하게 챙긴다. 싫어하는 일도 할 줄 아는 헌신적인 캐릭터다.

광주가 고향인 김 대표는 대학 시절 강남 지역에서 과외 아르바이트로 큰돈을 수중에 넣는다. 예체능 지망생의 사회탐구점수를 높이는 전략이 적중했다. 그 돈으로 IMF 때 바닥을 친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김정태 동원증권 대표가 주택은행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을 듣고 주택은행에 투자했다. 경제학도였던 그는 위기 때, 부가 이전된다는 템플턴 경의 말을 현실에 적용했다. 그리고 군대에 입대했다. 비자발적으로 장기 투자하여 300%의 수익률을 올렸다. 대학생으로서 만지기 힘든 종자돈을 확보한 셈이다.

어느 날 가치보다 더 싸게 사는 것이 가치투자라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에 귀가 번뜩 틔었다. 그리고 뜻이 맞는 친구, 최준철을 만난다. 가치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가치와 가격의 괴리다. 김민국 대표는 가격을 고려한 투자를 한다.

주식 투자는 기업을 깊게 분석하는 일이다.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분별하게 되었고, 자신의 회사도 좋은 기업으로 만들고 싶었다.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VIP 투자자문의 화두는 ‘교육과 혁신’이다. 4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회사치고 근사한 교육장을 마련했고, 사외 세미나나 독서 토론 등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칭찬하는 문화를 만드는 등 매년 회사는 성장하고 있다. 집합주문 시스템인 픽스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 타 투자자문사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김민국 대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을 사지 않았다. 두 회사 모두 투자할 이유가 없었고 쉽지 않아서다. 삼성물산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지만, 싼값에 합병될 것이고 저평가될수록 대주주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제일모직은 고평가 되었지만 대주주가 일감을 몰아주거나 다른 자회사들의 희생 때문이었다. 저평가된 회사와 고평가된 회사가 합병할 때, 대주주의 편에 서면 유리하겠지만, 대주주의 생각을 예측할 수도 없고, 실행 시점도 알 수 없다. 가격은 나와 있었지만, 가치를 산정하기 쉽지 않았기에 사지 않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가치투자자는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점진적인 양극화 해소’. 김민국 대표는 향후 시장의 화두를 이렇게 던졌다. 시장은 성장한 기업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우려하는 기업에는 가혹한 평가를 하고 있다. “섹터에 따라 이렇게 틈이 벌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극단적인 평가는 결국 해소될 것이라 분석했다. 꿈이 맞아떨어질 가능성보다 오해가 풀릴 가능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믿는다. 고평가되었다고 소리치지 않지만 저평가된 주식을 조용히 담고 있다면 언젠가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 저 평가된 주식을 사지 않을 이유는 백만 가지이지만 남들과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

김민국 대표는 VIP투자자문을 어느 회사보다 위대한 회사로 키우고 싶다. 치열한 토론을 통해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왔던 최준철 대표와 함께하니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다.

- 글 김성숙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8호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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