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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길 바일란트그룹코리아 대표 

독일 프리미엄 보일러, 집의 가치도 끌어올린다 

유부혁 포브스 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유럽 1위 보일러 브랜드 바일란트그룹이 국내 보일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일란트의 관심은 아직 국내엔 없는 ‘고급 보일러 시장’을 형성, 주도하는 데 있다.

▎손유길 바일란트그룹코리아의 대표는 국내 상위 1%층을 타깃으로 1만 2,000대 판매를 목표로 정했다.
“한국 시장이 연간 판매 120만 대 규모입니다. 우선 국내 상위 1%층을 타깃으로 1만 2,000대 판매를 목표로 정했습니다.” 손유길 바일란트그룹코리아 유한회사(이하 바일란트그룹코리아) 대표는 유럽 최고 프리미엄 보일러 브랜드 바일란트의 국내 진출 목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큰 욕심은 없구나…’란 생각을 하는 찰나에 손 대표가 말을 이었다.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 안착한 이후 점유율이 4.9%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견고하죠. 1%로 시작해 5%까지는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프리미엄 시장이 없는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 보일러 브랜드를 6만 대 판매한다면 상당한 성과가 아닐까요!”

바일란트그룹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니치마켓 플레이어면서 유럽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독일의 보일러 제조기업이다. 손 대표가 한국 시장 공략을 자신하는 이유도 유럽 시장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받고 인정받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보일러 시장 개척

1874년, 바일란트그룹 창업주인 요한 바일란트는 독일 서부의 베스트팔렌주에 위치한 렘샤이트에 정착했다. 그는 비가 자주 오고 습한데다 추운 날씨의 렘샤이트에 살려면 난방기기가 필수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직접 보일러뿐 아니라 다양한 난방기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독일 국민의 호응에 힘입어 지금은 연 매출 24억 유로 규모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바일란트그룹 본사는 여전히 렘샤이트에 있다.

손 대표는 “바일란트그룹은 많은 점을 렘샤이트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바일란트의 기업 로고 색상인 녹색은 렘샤이트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렘샤이트의 집 창문틀은 대부분 녹색으로 칠해져 있다. 요한슨이 평소 좋아하던 토끼는 기업 로고가 됐다. 손 대표는 “렘샤이트 집들은 목재가 아닌 돌을 사용해 기본 골격을 만듭니다. 렘샤이트엔 50년 이상 된 집들이 즐비합니다. 고장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바일란트그룹의 기업 정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말했다.

바일란트 보일러는 최소 15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손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바일란트 제품을)30년 넘게 사용하는 고객들도 많습니다. 프리미엄은 수명도 다릅니다. 한국 제품은 소비자보호원 권장 교체 주기가 7년이고 일반적으로 10년이면 수명이 다합니다.”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한국 시장을 ‘놓치기 아까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보일러 시장 규모로 보면 영국이 연간 판매대수 160만 대로 1위이다. 중국은 110만 대(올해 130만 대 예상), 한국은 120만 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200만 가구가 가스 보일러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세계 1위 기업이 큰 보일러 시장인 한국에 진출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프리미엄, 성능, 저가 시장으로 나뉘어진 유럽 시장과 달리 저가 시장만 형성돼 있는 한국에 프리미엄 제품을 제대로 소개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전통적인 강자들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것은 시장 전망이 어둡거나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 손 대표는 이런 의문에 대해 “우리나라 보일러 기업들은 아직 해외 진출, 고급화가 어려운 환경입니다. 당기 순이익이 5% 정도 되는 상황에서 R&D에 충분한 투자는 어려울 겁니다. 경쟁력 있는 맨파워도 갖추기 어렵죠”라고 잘라 말했다.

바일란트그룹은 연구개발 인력만 600명 정도이고 개발비는 연 매출의 4~5%에 달한다. 이에 비해 국내 보일러 기업들은 인력이나 개발비가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손 대표는 이에 대해 “없던 시장도 만들고 국내 업체들과 경쟁하다 보면 7000억 원 정도의 국내 보일러 시장 규모도 1조 원대로 성장할 겁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온돌문화는 한국이 선도했지만 온수문화는 유럽이 고향”이라면서 “국내 보일러의 역사도 유럽의 보일러 제품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 대 우리나라에 도시가스가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삼성, LG, 코오롱, 롯데 등 대기업들이 유럽 보일러를 수입 판매하거나 기술 이전을 받아 보일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결국 한국형 유럽 보일러가 한국 시장을 형성했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정리했다.

손 대표는 인터뷰 중 한국 가스보일러 시장의 잠재성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는 “98% 이상 에너지원을 수입하는 한국에서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은 가스입니다”라며 잘라 말한 뒤 “원자력이 저렴하다고 하지만 전기발전량은 30%대죠. 신 재생 에너지는 실용화되기엔 여전히 어렵고요. 태양열, 지열은 아직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최소 30년 이상은 가스보일러 시장이 주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바일란트그룹에 한국 시장은 좋은 기회입니다”라고 말했다.

바일란트그룹코리아는 국내 진출과 동시에 ‘강남보일러’라는 별칭을 얻었다. 설비 현장 등 업계 전문가들이 우수한 성능과 디자인, 내구성 그리고 국내 가스보일러 제품과 비교해 3~5배 비싼 제품 가격을 보고선 지어준 별명이다. 제품의 강점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에 대답하는 손 대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거실에 설치해도 무방할 만큼 저소음 설계가 큰 장점입니다. 보일러실을 갖춰야 하는 현행법 때문에 한국에선 아직 거실 설치가 불가능하긴 하지만요. 디자인 역시 세계 디자인 어워드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습니다. 아름답죠.”

손 대표의 자랑이 계속 이어졌다. “바일란트 보일러는 배관, 철판두께, 핵심 부품 등 내구성도 뛰어납니다. 바일란트그룹은 전 세계 75개국에 진출해 있는데 리콜사태가 일어나면 기업과 소비자는 서로 막대한 손해를 볼 겁니다. 리스크가 큰 만큼 품질에 대한 기준이 높을 수 밖에 없죠.”

말을 마친 듯 했던 손 대표가 물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보일러에서 나오는 물을 마실 수 있을까요?” 그의 자문자답. “아마도 힘들 겁니다. 바일란트그룹의 보일러는 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 위생국의 제안을 받아 온수를 식수로 사용하도록 별도로 인증도 받았습니다. 국내에 이를 도입하려면 여러 난관이 있겠지만 그만큼 제품 내 필터링은 우수합니다.”

9월 11일, 바일란트그룹코리아는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첫 전시장을 오픈 한다. 전시장 오픈 준비와 함께 제품 정비 등 서비스 차별화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성수기를 대비해 24시간 서비스도 준비 중에 있다고 했다. 손유길 대표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과 여유가 넘쳤다. 그는 “GDP가 올라가면서 한국의 주거문화, 생활문화가 바뀌고 있습니다. 서울 외곽에 고급 주택들의 규모나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들 고급주택 단지에서 문의가 계속 오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고급주택가에선 이미 사용하고 있는 집들도 꽤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선 확신에 찬 어조로 인터뷰를 마쳤다. “바일란트 보일러가 설치된 집은 프리미엄 주택입니다. 그만큼 집의 가치도 올라갈 테고요.”

- 글 유부혁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09호 (201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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