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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현 더 클래식 500 대표 

시니어산업 가능성 연 호텔리어 

오승일 포브스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복지 선진국 전문가들이 성공 사례로 손꼽는 곳이 있다. 도심형 시니어타운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더 클래식 500’이다. 취임 2년 만에 더 클래식 500을 성공 궤도에 올려놓은 박동현 대표는 시니어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퍼스트 무버다.

▎호텔리어 출신의 박동현 대표는 더 클래식 500의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일등공신이다.
과거 단순하고 평면적인 주거 문화가 주를 이뤘다면 요즘에는 세대별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주거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에코 라이프를 지향하는 3040세대는 자연친화적인 주거 환경을 선호하는 반면 문화생활과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은 각종 편의시설이 더해진 도심형 주거 형태를 원한다. 최근 노후하고 고립된 실버타운 대신 호텔식 생활편의 시설과 의료 서비스, 커뮤티니 시설을 갖춘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사회적인 현상을 반영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상위 1% 위한 최고급 시니어타운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더 클래식 500’은 프리미엄 복합주거문화공간이다. 학교법인 건국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수익사업으로 복합상가와 펜타즈호텔, 시니어타운의 세 가지 사업군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핵심 사업은 2009년 문을 연 시니어타운. 상위 1% 시니어들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지상 50층(A동)과 지상 40층(B동)짜리 초고층 건물 2개 동에 총 객실 442개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객실 크기는 183.76㎡(약 56평)로 모두 동일하지만, 객실 평균 보증금이 9억원, 한 달 공동관리비만 198만원(식대 및 개별관리비 별도)에 달할 정도로 최고급 시설을 뽐낸다. 전문 의료진의 메디컬 서비스를 비롯해 피트니스, 스파, 골프 등 6성급 호텔 못지않은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보통 한적한 교외에 위치한 여타 시니어타운과 달리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더 클래식 500의 가장 큰 특징. 2012년 취임해 더 클래식 500의 전성기를 열고 있는 박동현 대표는 시니어타운의 성공 비결로 “강북·강남 지역은 물론 경기도까지 20분 이내에 오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과 “대학병원과 연계된 의료 서비스, 각종 교육·문화·편의시설을 언제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특히 그는 “지역주민은 물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개방성과 커뮤니티 기능이 건강한 노후를 원하는 어르신들의 요구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노인들이라고 반드시 조용하고 한적한 곳만 선호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에요. 물론 전원형 시니어타운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어르신들은 시골보다 도시를 선호하죠. 건대역 주변으로 번화가가 잘 조성돼 있는 데다 대형 병원이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더 클래식 500의 입지 조건은 도심형 시니어타운으로 매우 적합하다고 할 수 있어요.”

1982년 삼성그룹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 대표는 신라호텔과 조선호텔 등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며 국내 호텔산업을 이끌어온 호텔리어 1세대다. 2001년 삼성그룹이 경기도 용인에 세운 삼성노블카운티 사업에 관여하며 국내 시니어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박 대표는 2012년 더 클래식 500에 합류했다.

“2000년부터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시니어산업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란 박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당시 개원 이래 계속해서 적자에 허덕이고 있던 더 클래식 500은 박 대표 영입 이후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됐다. 2013년에는 입주계약율 100%를 달성했고, 2014년에는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또 노인복지와 헬스케어에 관심이 많은 해외 기업과 지역 자치단체의 방문이 이어지며 전 세계에서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박 대표는 취임 후 고객들의 니즈를 철저히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24시간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지원 체계를 확립하고, 매주 2회 설거지와 빨래를 대신해 주는 생활지원 서비스를 도입해 여성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고객들이 활발하게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각종 동호회와 학습 모임을 지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더 클래식 500에는 다양한 동회회가 있어요. 바둑, 포켓볼, 검도, 탁구, 골프, 합창단, 통기타, 서예 등 입주 고객들의 취미 활동을 위해 10개의 동호회와 49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죠. 최근에는 칠순의 나이에 발레를 배우려는 분들의 요청으로 발레 동호회가 새로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특히 더 클래식 500의 자랑인 하모니 합창단은 매년 다양한 기획공연과 외부 초청 공연에 참가해 기량을 뽐내고 있습니다.”

입주 고객들과 회사 직원들로 구성된 ‘더 클래식 500 자원봉사단’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박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커뮤니티는 국내 최초의 ‘시니어타운 사회공헌활동’을 표방한다. 후학 양성을 위한 장학금 지원을 비롯해 건국대 병원과 연계한 소외계층 의료 후원,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동티모르와 네팔 지역 생필품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온정을 베풀고 있다.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노인복지 해법


▎상위 1% 시니어들을 타깃으로 하는 더 클래식 500은 호텔 수준의 최고급 시설과 서비스를 지향한다
시니어타운 설립 6년 만에 첫 흑자를 일궈낸 박 대표의 목표는 더 클래식 500을 ‘시니어업계의 삼성전자’로 만드는 것이다. “20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죠. 그런데 삼성전자가 그 일을 해낸 겁니다. 삼성전자가 소니를 제치고 애플과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더 클래식 500도 전 세계 시니어산업을 리드하는 기업이 됐으면 합니다.”

박 대표는 그 첫 무대로 중국을 택했다. 더 클래식 500은 지난해 9월 건국대 병원, 중국 푸싱그룹과 함께 베이징에 최고급 의료복합시설 건립을 위한 3자 협약을 체결했다. 부동산, 의료, 관광, 교육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푸싱그룹은 총 자산이 31조원(2013년 기준)에 달하는 초대형 기업이다.

“중국도 고령화가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중국 정부도 의료산업을 국가적 과제로 선정해 적극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런 흐름에 맞춰 푸싱그룹도 시니어산업에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베이징을 시작으로 중국 전역에 100개 정도의 시설을 계획하고 있어요. 한국에 비해 의료 서비스 수준이 낮은 중국은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시장이에요. 이를 잘 활용한다면 국내 기업들에게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시니어산업의 성장은 비단 더 클래식 500의 이익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 시니어타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인복지’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기업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내 호텔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점유율이 떨어지고 매출이 나오지 않으니 고급 호텔 브랜드가 중저가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상황이죠. 대기업들도 이제 고령화 사회에 발맞춰 시니어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윤을 내면서 이미지도 좋아질 수 있는 기회고, 사회적으로는 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사업인 셈이죠.”

더 클래식 500의 대표답게 ‘노인학’과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있으며 ‘노인전문 연구소’도 구상 중이라는 박동현 대표. 그는 바람은 더 클래식 500을 전국으로 확대해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국에 노인 관련 시설은 많지만 고급 주거 시설은 별로 없어요. 최고급 규모와 시설은 아니더라도 150~200개 객실 정도의 보다 저렴한 시설을 전국 주요 도시에 만들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 글 오승일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9호 (201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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