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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0시대(8) 패션업계] 엠티콜렉션 2세 양지해 대표 

10년 만에 매출 3배 올려놓은 ‘청출어람’ 

조득진 포브스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양지해 엠티콜렉션 대표는 20대 중반에 회사를 맡아 10년 만에 매출을 3배 넘게 키웠다. 일본·중국·미국·이탈리아에 진출하며 ‘글로벌 브랜드’를 꿈꾼다.

▎당당한 자신감과 톡톡 튀는 개성이 돋보이는 양지해 대표는 메트로시티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닮았다.
서울 청담동 엠티콜렉션 사옥. 쇼룸 한 켠의 진열장이 눈에 들어왔다. 2009년에 출시하자마자 이틀 만에 완판 됐고 현재 10만개 이상 판매된 MF670, 국내 셀러브리티들이 레드카펫에 오를 때 많이 들고 있어 ‘레드카펫 백’으로도 불리는 MQ563, 출시와 동시에 모두 팔려나가 최소 한 달을 기다려야 구할 수 있다는 일명 웨이팅 핸드백 MF402 등 메트로시티의 대표 시그니처 라인이다.

밝은 갈색 긴 머리에 하얀 셔츠를 입고 나타난 양지해 엠티콜렉션 대표는 “패션 브랜드는 수명이 짧지만 우리 메트로시티는 롱런 아이템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메트로시티는 1992년 이탈리아 피렌체를 기반으로 한 유명 패션기업 브라치알리니에서 론칭한 브랜드다. 1997년 기라로쉬 수입라이선스 사업과 핸드백 제조업을 하던 엠티콜렉션이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작은 핸드백이 유행하던 당시 크고 대담한 ‘M’자 로고와 나일론 백팩 등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층에 큰 인기를 얻었다.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던 엠티콜렉션은 이후 이탈리아 본사로부터 메트로시티를 아예 사들였다.

성공 원동력은 브랜드 정체성 유지


양지해 대표는 패션업계에서 1.5세대로 구분된다. 나이(38살)보다 앳된 모습이지만 이미 경영을 맡은지 10년이 넘었고, 특히 2004년 취임 당시 4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을 지난해 1300억원까지 올려놓으면서 ‘제2의 창업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 패션스쿨 마랑고니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부친이 운영하는 엠티콜렉션에 디자인총괄(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입사한 그는 26살의 나이에 대표 자리에 올랐다.

양 대표는 “아버지께서도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창업하셨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서 부닥치며 경영자로 성장하길 바라셨다”며 “당연히 두려운 상황이었지만 무슨 일이건 부닥쳐 보는 성격이라 잘 해낼 것이라 자신했다”고 말했다. “엠티콜렉션의 창업 멤버들이 모두 젊은 편이었고 또 아버지의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따르는 분위기가 강해 큰 반발은 없었어요. 하지만 ‘대표’ 타이틀에 맞는 결단력과 추진력, 또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경영 일선에 나선 후 한국 잡화계 최초로 대규모의 패션쇼를 개최하고, 전문인력 강화를 위한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공격적 경영을 단행했다. 그 결과 MCM, 루이까또즈, 닥스와 함께 잡화류 4대 브랜드로 올라섰다. 가죽 소재의 핸드백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구두·우산·장갑·주얼리·시계·선글라스 등 모든 품목에서 경쟁사 대비 고루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백화점 판매에선 우산과 양산, 장갑이 10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사이 매출은 고속 성장해 지난해 1230억원을 기록했다. 매장 수는 7월말 현재 112개까지 늘었다.

요즘 가장 핫한 판매처는 단연 면세점이다. 아직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는데도 중국인관광객은 메트로시티를 ‘따엠(大M)’이라 부른다. 중국에 잘 알려진 MCM 브랜드와 비교해 M자 마크가 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메트로시티는 제품 구매시 사은품과 상품권을 증정하는 등 중국인 성향을 고려한 서비스에 힘쓰고 있다.

양 대표는 성공의 원동력을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에서 찾았다. 그는 “메트로시티는 전국 어느 매장을 가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브랜드가 운영비, 인력 등을 감안해 대리점 형식의 소사장제를 운영하지만 우리는 전국 100여개 지점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하나의 목소리가 전 매장에서 똑같이 나오는 One Strong Voice를 표방합니다. 그래야 브랜드의 정체성이 지켜지고 소비자의 뇌리에 각인되니까요.” 우산이나 장갑 등 라이선스 제품 또한 브랜드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히 관리한다. 백화점에서 ‘메트로시티 제품을 입점하면 뭐든지 잘 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메트로시티 모델도 같은 맥락에서 발탁한다. 밀라 요보비치, 메건 폭스에 이어 올해엔 제시카 알바가 활동 중이다. 양 대표는 “메트로시티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아름다움을 중시한다”며 “메트로시티의 뮤즈를 보면 아름다움에만 자신을 맡기는 것이 아닌 그것을 뛰어넘는 자신감으로 패션과 트렌드를 리드하는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 배우를 섭외하는 이유는 본격적인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겁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메트로시티의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모델을 찾은 것이죠.”

스피드 경영과 조직의 유연함, 변화에 대한 준비 등도 꼽았다. 전 직원이 각 부서의 업무를 전문가 수준으로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다는 것. 그는 “수많은 패션기업들이 뜨고 지는 현실 속에서 단일 브랜드로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모든 세대의 소비수요를 충족시키고 유행을 선도할 만큼 최고의 디자인과 다양한 상품군, 품질, 생산 기동력 등을 모두 갖춘 결과”라고 말했다.

‘백은 과학이다’라고 강조할 만큼 제품의 컬리티에 대한 자신감도 대단하다. “안에 늘 물건을 담고 다니기 때문에 중력을 계산해야 합니다. 한쪽으로 쏠리진 않는지, 바닥은 무너지지 않는지, 가죽이 당겨져 문양이 풀리진 않는지, 어깨에서 흘러내리진 않는지…. 이 모든 걸 계산하지 않으면 들고 다닐 수가 없어요. 이를 위해선 용도에 맞는 소재 특성 분석이 충분해야 하고 손잡이 넓이, 감성적인 질감 등을 고민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제품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요.”

양두석 회장은 현재 엠티콜렉션의 경영엔 참여하지 않고 연간 매출 4000억원대규모의 스마트폰 단말기 부품 제조회사 두성테크를 운영하고 있다. 양 대표는 “스스로 현장 경험과 빠른 의사결정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랫동안 사업을 해 온 아버지께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동생인 양승화 전무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양 대표가 브랜드 가치를 올려놓는 대외적인 경영에 집중한다면 양 전무는 기업 살림살이를 도맡아 왔다. “가족이니까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또 기댈 수 있어요.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직원보다 더 존중하지 않고 예의를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아 늘 미안합니다.”

‘은수저 꼬리표’ 떼려면 노력만이 해답


작은 기업일수록 가족경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무임승차’는 반대한다. 양 대표는 “1세대는 잘 하는 것만 지속해도 기업이 성장했다면 2세대들의 경영 환경은 상당히 복잡해졌다”며 “아웃도어, 스포츠의류, 요식업 등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라 하나만 잘 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호하게 조언하자면 ‘직접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리더가 아니라면 CEO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은수저 꼬리표’를 떼기 위해선 정말로 이 악물고 처절하게 노력해야 해요. CEO는 무엇을 묻든 마치 모든 답을 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단련되어야 합니다. 노력만이 해답이에요.”

양 대표는 올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시장의 잇단 러브콜에 백화점 팝업스토어 오픈을 통해 진출했고, 올해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셀렉숍 루이자비아 로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메트로시티 본고장에 재입성했다. “최근 머릿속에 ‘글로벌’이라는 명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양 대표는 “미국 러시아 두바이 등에서도 바이어들이 입점을 계속 타진 중이고, 중국의 경우 현지 파트너와 함께 내년부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사이트를 구축하고 온라인몰 판매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몰 개설을 시작으로 일본몰을 오픈했으며, 각 나라에 맞는 다양한 SNS 활동을 통해 특화된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9호 (201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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