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스타 마케팅을 기반으로 외식·뷰티·패션·게임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류를 타고 중국시장 진출에도 한창이다. 그러나 아직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연예인 리스크’도 상존한다.

▎지난해 초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오픈한 복합문화공간 ‘SM타운 코엑스아티움’. / 각 사 제공

#1. 연초에 찾은 서울 홍익대학교 부근 ‘삼거리 푸줏간’. 양현석(47)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노희영 전 CJ그룹 고문과 손잡고 지난해 6월 오픈한 돼지고기 구이집이다. 육질 1+등급 이상의 암퇘지를 편백나무로 숙성시켜 내놓는 것이 특징으로, 맛집 소문이 나면서 홍대 앞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이날도 오후 6시가 넘어서자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눈에 띄는 것은 복고풍의 인테리어와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이름이 적힌 포토월이다. 양 대표는 YG푸즈(YG FOODS)를 설립하고 노 대표와 YG의 외식브랜드 확장 사업인 ‘삼거리 타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옆 건물 ‘삼거리 포차’에도 사람이 꽉 찼다.

▎YG는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공동으로 ‘네추럴나인’을 설립해 캐주얼 패션브랜드 ‘노나곤’을 선보였다.

#2. 1월 14일, 중국에선 배우 김수현을 주인공으로 한 모바일 게임 ‘김수현 스타학원’이 출시됐다. 게임플레이어가 신인 아티스트가 되어 김수현과 소통하면서 화보 촬영, 프로그램 출연, 영화 촬영 등의 활동을 통해 스타로 성장해가는 소셜 네트워크 게임이다. 김수현의 소속사 키이스트가 콘텐트를 제공하고, 자회사 콘텐츠N과 중국의 대표 모바일 게임회사인 추콩이 공동 제작했다. 중화권 역직구 쇼핑몰 판다코리아닷컴이 투자와 마케팅에 참여했다. 키이스트 측은 “연예계 생활, 패션 스타일링, 김수현과의 로맨스 등 다채로운 상황을 곳곳에 배치해 한류 팬들의 흥미를 유발할 것”이라며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사(엔터사)들이 회사 규모를 키우기 위해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수만(64)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적극적이다. 양 대표는 화장품 브랜드 ‘문샷’ 론칭에 이어 패션 브랜드, 골프 매니지먼트, 모바일 게임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수만 회장도 소속 한류 스타들을 앞세워 체험형 쇼핑몰, 모바일 게임과 드라마 제작,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시장 개척에 나섰다. FNC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키이스트 등도 신사업 발굴에 한창이다.

엔터사가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화 하는 것은 매니지먼트 사업만으론 매출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속 연예인의 초상권이나 콘텐트를 이용해 사업을 펼치면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이익률이 상당히 높다”며 “별도의 자회사를 세우고 전문 인력들을 영입해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뿐 아니라 외국 투자자들까지 몰려 판세가 커지는 형국이다. 인수합병도 속속 일어나고 있다.

우선 외식업 진출이 가장 많다. 2004년부터 홍익대 앞에서 ‘삼거리포차’를 운영해 온 양현석 대표는 신사업을 담당하는 YG플러스를 통해 35억원을 투자, YG푸드를 설립했다. 양 대표는 오리온과 CJ 등에서 ‘마켓오’ ‘계절밥상’ ‘비비고’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성공시킨 노희영 대표를 영입했다. 두 사람은 펍·포차·삼거리푸줏간 등이 결합된 새로운 식음료 복합공간 ‘YG리퍼블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진입장벽 낮은 외식업 속속 진출

▎YG엔터테인먼트가 2014년 말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문샷’.

이수만 회장도 자회사인 SM F&B를 통해 서울 청담동 본사 사옥에 프리미엄 레스토랑 ‘SUM’을 지난해 10월 오픈했다. 브랜드를 키운 뒤 외식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외식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8년 한식전문 레스토랑 ‘이-테이블’을 열었지만 2011년 문을 닫았다. 2012년 크라제인터내셔널과 합작해 치킨전문 브랜드 ‘치맥’(ChiMC)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철수했다. 회사 측은 “이번 신규 외식브랜드엔 한류 색깔을 상당부문 덜어냈다. 중식과 양식 등의 메뉴도 준비했다”고 전했다.

JYP엔터테인먼트도 2014년 말부터 서울 청담동 사옥 부근에 카페 겸 비스트로 ‘더 스트리트’를 운영하고 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맛있는 브런치 메뉴가 특징이다. 비스트, 포미닛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도 사옥 1층에 ‘큐브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소속 아티스트의 얼굴이 새겨진 음료 슬리브와 로고가 새겨진 디저트가 제공되는 이른바 팬덤 카페다.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8월 서초동 사옥 부근에 레스토랑 ‘1979’를 오픈했다.

엔터테인먼트회사들이 외식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현금장사인 데다 쉽게 매장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엔터사들이 외식전문 자회사를 세웠다는 것은 단순히 인지도를 앞세워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외식사업을 회사의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키이스트는 1월 14일 중국 현지에서 모바일 게임 ‘김수현 스타학원’을 출시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외식 외에도 화장품, 골프, 모델, 게임 등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4년 말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문샷’은 삼청동 직영 매장 오픈에 이어 강남 신세계, 명동 롯데영플라자, 롯데 면세점 입점을 통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해 9월엔 LVMH그룹 편집샵 ‘세포라’를 통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도 입점했다. 올해는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YG는 얼마 전 문샷을 이끌 전문경영인으로 장재영 대표를 선임했다. 장 대표는 세계적인 화장품 제조업체 에스티로더 출신으로, 색조화장품 전문 브랜드 ‘바비 브라운’을 국내에 들여와 인기 브랜드로 키웠다. 최근 3년간은 버버리의 한국지사장으로 일했다.

화장품·패션 브랜드로 해외시장 공략

▎각 사 제공

YG는 골프 이벤트 및 선수 매니지먼트 회사 ‘지애드커뮤니케이션’, 모델 행사 대행 및 아카데미 ‘YGKPLUS’ 등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공동설립한 ‘네추럴나인’의 영스트리트 캐주얼 패션브랜드 ‘노나곤’을 통해 패션 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와 제휴를 맺고 모바일 게임 ‘전민초신’을 론칭해 게임 사업에도 진출했다. 양현석 대표는 “음악만 잘하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 구상하는 신규 사업 가운데 음악과 큰 관련이 없는 사업도 많다”고 밝힌 바 있다.

배우 배용준(44)이 이끄는 키이스트도 지난해 10월 팬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화장품회사 ‘더우주’를 설립하고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키이스트는 더우주에 16억 원을 출자해 지분 33%를 확보했고, 최대주주인 배용준 씨도 개인주주 자격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제조회사 아우딘퓨쳐스와 우주스킨사이언스, 쇼핑몰 판다코리아닷컴도 더우주의 주요주주로 참여했다. 30~40대 여성들을 위한 천연성분 기반 기능성 화장품이 주력이다. 최영욱 더우주 대표는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 등 아시아를 공략하기 위해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유통회사, 제조회사가 손을 잡았다”며 “기초화장품을 시작으로 색조제품까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건강식품과 영유아 제품으로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는 주로 문화사업에 초점을 맞추었다. 2005년 공연 기획회사 드림메이커를 인수하며 소속 연예인들의 콘서트 기획과 제작을 통해 공연 매출을 극대화한 SM은 소속 연예인들의 해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여행사 BT&I를 인수 합병했다. 2012년 ‘SM컬쳐앤 콘텐츠(C&C)’를 세워 배우와 예능인 매니지먼트는 물론 영화, 드라마, 뮤지컬 제작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인터넷 광고업, 캐릭터사업, 전자지급결제대행업, 인터넷방송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SM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했고, 8월에는 국내 최대 스포츠마케팅사인 IB월드와이드와 상호 투자를 통해 ‘갤럭시아 SM’을 출범시켜 글로벌스포테인먼트 시장에도 진출했다.

최근엔 시내면세점과의 사업 제휴도 이뤄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2월 문을 연 HDC신라면세점의 한류공연장에서 소속 가수들의 공연과 팬 사인회 등을 열 계획이다. ‘한류스타의 거리’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SM은 이를 통해 면세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SM 소속 연예인들의 포스터와 캐릭터 상품 등을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서울 코엑스에 문을 연 지상 6층 8000㎡의 규모의 ‘SM타운 코엑스아티움’은 여전히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SM 관계자는 “SM은 소속 연예인들의 콘텐트를 잘 만드는 능력이 있다”며 “이를 이용한 사업을 신규 발굴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는 미미한데, 경쟁은 치열해져

▎YG의 화장품 브랜드 ‘문샷’ 매장

지난해 JYP엔터테인먼트를 제치고 엔터업계 시가총액 3위에 오른 FNC엔터테인먼트도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 연말 중국 미디어기업인 쑤닝유니버셜미디어로부터 3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중국 연예 기획시장 진출에 나선 것. FNC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홍콩에 중국 현지법인을 세운 후 사업 확대에 강한 의욕을 보여 왔다. 국내 연예기획사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대도시에 연예인 양성을 위한 교습기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씨앤블루, FT아일랜드, 걸그룹 AOA, 유재석, 노홍철 등이 소속 연예인이다.

엔터사가 새로운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는 데에는 속 사정이 있다. 엔터사업은 일반 제조업이나 IT사업과 달리 소속 연예인에 따라 성과가 크게 좌우된다. 또한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은 사업이다. 소속 연예인의 열애설, 사고, 마약류 복용 등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이슈가 된 ‘쯔이 사건’은 사업 진출 국의 문화적 특성뿐 아니라 정치적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인 대만 출신 쯔이가 방송에 나와 대만기를 들었던 일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중국 웨이보엔 ‘JYP 보이콧’이 키워드로 등장하기도 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트와이스와의 광고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니지먼트 한 우물만 파기엔 연예기획사업의 위험요인이 크다”며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통해 리스크 요소 분산에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사업을 문어발처럼 지나치게 빨리 늘리다가 오히려 기업을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키이스트 등 대형 엔터사에서 신사업으로 수익을 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특히 이들이 뛰어든 화장품, 패션, 게임 사업은 불확실성이 크고 수요에 따른 시장변화가 심하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막연히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가 큰 것 같다”며 “이들이 진출한 신사업 영역은 이미 기존 사업자들이 기반을 닦아놓은 곳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자금력을 앞세운 CJ E&M과 카카오 등의 엔터테인먼트 시장 진출도 기존 엔터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6.4%를 1조 8700억원에 인수하면서 연예기획 시장에 진출했다. 음원서비스 ‘멜론’이 주력이며, 여가수 아이유가 이 회사 소속이다. CJ E&M도 연초 배우 전지현, 조정석 등이 소속된 문화창고의 지분 30%를 인수했으며 나머지 지분도 조만간 흡수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카카오와 CJE&M이 연예기획 사업을 본격화 할 경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이래저래 기존 대형 엔터사들의 신사업 모색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 조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