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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창업자가 창업한 엑셀러레이터호스트웨이가 글로벌 회사로 성장할 즈음, 그는 한국에도 실리콘 밸리와 같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큰 목표를 세우게 된다. 창업하는 이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창업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던 그는 2012년 12월, 마침내 당시로서는 생소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Sparklabs)을 창업하게 된다. 스파크랩 창업 멤버는 소프트웨어회사 N3N의 공동창업자이자 사장인 김호민, 그리고 위스콘신 출신으로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을 했던 버나드 문 등 한국계 이민자였다.사실,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라는 개념이 국내에 생겨난 지는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는 창업 아이디어나 아이템만 존재하는 단계의 신생 스타트업을 발굴해 사무실,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케팅, 전략 등 각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들을 멘토로 연결시켜주는 단체다. 국내에서는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없어서, 2005년 미국에서 시작된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2016년 현재 한국에는 23개의 엑셀러레이터가 있지만 글로벌 지향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는 스파크랩이 거의 유일하다. “해외에서 스타트업 경험이 있는 창업자들이 만든 엑셀러레이터이기 때문에 창업자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엑셀러레이터들과 차별화된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이 대표에 따르면, 한국에서 해외로 진출하고 싶은 욕구와 수요는 많은데 대부분 창업자들이 그 방법을 몰라 창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스파크랩은 창업자들의 이러한 수고를 덜어주고 글로벌 진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멘토들을 통해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이미 세계적으로 120명의 멘토들과 제휴를 맺었으며 그 중 80명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기타히어로’라는 게임을 만든 중국계 미국인 카이 후앙, 넥슨의 창업 멤버 김상범 씨 등 유명 인사들도 멘토로 활약 중이다.스파크랩은 검증된 스타트업을 선정해 3개월 동안 멘토들과 함께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대표는 “교육기간 동안 매주 10%의 성장을 요구하는데, 실제 이러한 성과를 내는 스타트업들이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3개월의 교육이 끝난 후 400여 명의 VC, 200여 명의 세계적인 대기업 관계자들과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한데 참석하는 데모데이가 열린다. 일종의 졸업식 개념으로 스타트업 대표들이 자신의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바로 이 자리에서 스타트업과 VC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VC의 투자로까지 이어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총 146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지난해 12월, 스파크랩 6기가 데모데이로 졸업하기까지 스파크랩은 총 48개의 스타트업을 VC에 연결해 투자를 이뤄냈다. 스파크랩을 거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타트업이 바로 미미박스(1기)다.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는 스파크랩과 관련해 “스파크랩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적인 사고, 기업을 운영해 본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미미박스를 비롯한 48개 스타트업은 지난 3년 동안 750여 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는 앞으로 “몇 십만 여개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한주 대표의 주장이다.
자금 모금 가로막는 정부 규제 문제이 대표는 스파크랩의 성과에 대해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고,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발성을 홍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은 10% 안팎에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을 키우려는 스파크랩의 노력과 시도가 계속되는 이유는 창업 과정에서 생기는 열정과 에너지를 생산성이 있는 쪽으로 향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 것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파크랩이 하는 일은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는 일”이라고도 했다.스파크랩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 6% 지분의 대가로 모든 회사들에게 2만5000달러 (약 2700만원)를 투자한다.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투자활동을 지속해 나가려면 자금 모금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엑셀러레이터에게 자금을 모으고 투자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 지위가 없는 게 문제다. 스타트업은 혁신을 하기 위한 시도인데, 막상 상품을 들고 시장에 나가려고 하면 매번 정부의 규제에 막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국내 엑셀러레이터가 키우는 스타트업은 연간 총 400여개 수준이다. 그 숫자가 천 단위를 넘어가는 외국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엑셀러에이터인 스파크랩의 활약으로 미미박스, 망고플레이트, 파이브락스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배출됐다. 스파크랩이 더 왕성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어떤게 필요할까? 이한주 대표는 규제 완화를 거론했다. “엑셀러레이터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규제를 풀어야만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기를 띌 수 있다.” 올해, 이한주 대표의 하소연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김선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