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건에 그쳤던 한국 스타트업의 인수합병 사례가 2015년에는 30건으로 늘어났다. 미국에서 로켓을 창업하고 엑시트에 성공한 김윤하 전 대표를 통해 엑시트 성공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월 22일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로켓의 창업부터 엑시트까지 과정에 대해 강연한 김윤하 전 로켓 대표.
지난 1월 22일 저녁,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구글캠퍼스 강연장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엑시트에 성공한 김윤하(29) 전 Locket(로켓) 대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엑시트 결정 요인은 능력 팀원 김 전 대표는 미국 듀크대 출신으로 2013년 2월 학교 동기와 함께 로켓을 창업했다. “스마트폰 유저들이 화면을 하루에 150번씩 본다. 락 스크린을 가지고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모바일 잠금화면 광고서비스를 생각한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뉴욕의 아파트 한 채를 빌려 좁은 거실에서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하면서 서비스를 준비했다. 창업 초기에는 스마트폰 락 스크린에 광고를 보여주는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했지만,
, 등의 콘텐트를 보여주는 사업으로 전환했다.로켓이 유명해진 것은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도전 슈퍼모델’ 제작자이자 진행자로 유명한 모델 추신의 타이라 뱅크스의 투자 덕분이었다. “로켓에서 유일한 여성이고, 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해 준 것 같다”고 김 전 대표는 설명했다.로켓이 엑시트를 하게 된 것은 실리콘밸리에 불었던 소문 때문이었다. 2015년 초반부터 실리콘밸리에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돌았던 것. 경제가 어려워지면 스타트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투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제각각 살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 뿐이었다. 하나는 대규모 투자를 미리 받아놓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엑시트였다. 매각을 결정한 후 많은 기업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2017년 7월 로켓은 모바일커머스 플랫폼 위시(Wish)가 가장 먼저 인수한 스타트업이 됐다.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이야기를 시작한 후 엑시트까지 6개월이 걸리는데, 로켓의 엑시트는 3개월 만에 끝났다”고 자랑했다.위시에 인수된 후에도 로켓의 경영권을 보장했지만, 김 전 대표는 얼마 후 로켓을 떠났다. 새로운 창업 구상을 위해 각국을 여행하고 있다. 엑시트에 성공하면서 또 다른 도전이 가능해진 것이다.“엑시트에 성공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서는 아이디어를 많이 이야기하던데, 직접 엑시트를 준비해보니까 멤버가 누군지가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팀을 구성하는 멤버들의 경력과 능력이 갖춰져야 엑시트에 성공한다는 것.김 전 대표는 “리더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은 운영비부터 사람까지 모든 것이 부족하다. 실력이 좋은 엔지니어를 구하고 싶어도 비용 때문에 불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대학을 갓 졸업한 엔지니어도 연봉이 1억원이 넘는다. 실력있는 엔지니어를 스타트업에서 고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회사의 독특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더의 역할은 모든 것이 부족한 스타트업을 누구나 일하고 싶은 매력적인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조언이다. “팀원을 편안하게 해주고 멘토가 되어주는 창업자가 되어야만 비싼 월급이 없어도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한국 엑시트 시장 키우는 카카오 ▎지난 1월 11일 카카오는 음원 콘텐트 사업자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를 1조8700억원에 인수했다. 역대 최대 인수금액으로 기록됐다.
김 전 대표의 창업부터 엑시트까지의 스토리는 한국 창업자들이 꿈꾸는 해피엔딩이다. 한국에서 스타트업 붐이 일면서 과거와 달리 엑시트(투자금의 회수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과거에는 창업자가 기업을 운영하다 매각을 하면 ‘먹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창업 붐이 불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엑시트는 스타트업의 성공으로 간주된다.스타트업 창업자나 투자자, 창투사들이 자금을 되찾는 엑시트는 크게 인수합병(M&A)과 상장으로 나뉠 수 있다.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이뤄지는 엑시트의 80% 이상은 매각이다. 이에 반해 한국 스타트업계에서 M&A가 이뤄지는 비율은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엑시트 시장의 활성화가 더딘 것.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 시장이 커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2016년 1월 플래텀이 발표한 ‘2015 연간 국내 스타트업 투자 동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현황을 알 수 있다. 2014년 엑시트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9건에 불과하다. 2015년에는 총 40건으로 늘어났다. 엑시트 시장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카카오의 스타트업 인수다. 지난해 외부에 발표된 가장 큰 금액의 M&A 사례는 카카오가 626억원을 주고 록앤올(김기사)을 인수한 것이다. 김기사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의 강자인 T-map에 대적할 수 있는 경쟁 서비스로 꼽힌다. 당시 카카오는 록앤올 인수를 발표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는 데 교통 관련 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 록앤올의 방대한 교통 정보 및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카카오 서비스와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지난해 6월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이 탱그램디자인연구소 지분 51%를 인수한 것도 스타트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카카오가 인수한 최초의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탱그램디자인연구소는 자체 설립한 탱그램팩토리를 통해 ‘스마트로프’를 출시해 사물인터넷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덕희 탱그램디자인연구소 대표는 “당시 탱그램디자인연구소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엑시트를 결정했다. 엑시트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지난해 스타트업계의 엑시트 시장을 키운 주인공은 카카오다. 록앤올, 탱그램디자인연구소 외에도 키즈노트, 패스, 카닥, 엔진, 하시스, 포도트리 등을 연달아 인수하면서 스타트업의 엑시트 시장을 키웠다.지난 1월 11일 카카오는 음원 기업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를 1조8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역대 최대 인수액으로 기록됐다.이에 반해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 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김윤하 전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한국 대기업이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대신 기술만 빼온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