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지휘자 함신익과 심포니송 

음악으로 사회공헌하는 혁신 오케스트라 

전진슬 음악교육신문 기자
한국인 최초의 예일 대학교 음악대학 지휘학과 교수인 함신익은 말이 필요 없는 세계적 지휘자이다. 매회 탄탄한 연주 실력은 물론 획기적인 무대로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는 함신익과 그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심포니송이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휘자로서 함신익(59)의 뛰어난 공감능력과 통솔력은 음악계에 정평이 나있다. 그는 2001년 대전시립교향악단에 지휘자로 부임한 뒤 자신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모든 유료 연주 티켓을 매진시킨 실력파다. KBS교향 악단 지휘자를 지냈고, 지난해 9월에는 우루과이에서 남미 최초 오케스트라인 우루과이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공연하기도 했다. 당시 우루과이 언론은 “제자들이 지금 세계 각국의 오케스트라 연주자로서 활동하는 등 지휘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지만 늘 겸손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를 평하기도 했다.

함신익이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심포니송(Symphony Song Orchestra for the Next Generation)은 새로운 문화 형성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2011년 조직된 오케스트라다. 심포니송은 설립 당시 혁신적인 경영 방침을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다름 아닌 기업, 재단, 개인 등의 기부금과 단원들의 재능기부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찾아가는 오케스트라’를 표방해 21세기형 오케스트라로도 불린다. 지난 1월31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심포니송 연주회장에서 그 명성과 실력을 눈과 귀로 확인한 기자는 연주회를 마친 뒤 미국으로 떠난 지휘자 함신익과 여러 차례 대화를 통해 그와 진심을 나눌 수 있었다.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전달

심포니송은 ‘찾아가는 오케스트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포니송은 정통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국의 음악계에 새로운 방식의 음악전달을 시도하는 새로운 그룹입니다. 우리는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전달하는 열린 공연을 추구합니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레퍼토리를 기반으로 청중에게 신선한 클래식 음악 무대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더불어 깊이 있는 음악을 통해 한국은 물론 세계 클래식 음악 조류에 앞장서는 선구자 역할도 하고자 하지요. 젊은 음악인들에게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마스터즈 시리즈, 챔버뮤직,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봉사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 및 형태의 무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해주실까요?

우리는 마스터즈 시리즈, 천원짜리 콘서트, 전국의 콘서트홀을 찾아 연주하는 코리아 투어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대형 트럭에 무대를 만들어 전국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다니는 ‘The Wing(날개)’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예술 소외 계층에게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음악을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직접 찾아가 대한민국 누구에게나 심포니송의 음악을 한번쯤은 들어보게 한 뒤 “아! 클래식 음악이 이렇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구나!” 이렇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 우리의 보람입니다. 한마디로 음악으로 사회공헌을 한다고 할까요.(웃음)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쉽게 표현했지만 심포니송은 연주회 때마다 탄탄한 연주실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월 31일, 기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함신익과 심포니송의 마스터즈 시리즈를 감상했다. 이날 심포니송은 특히 국내 무대에서 자주 접하기 힘든 신선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1부 첫 곡으로 선보인 본 윌리암스의 ‘토마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작곡가 토마스 탈리스의 찬미가 선율을 주제로 작곡된 작품으로, 르네상스 시대 대성당에서 만날 수 있던 오르간과 합창의 입체적 사운드를 연주에서 어떻게 표현해내는가가 관건이었다. 심포니송은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도입부에서 신비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화성을 부드럽게 표현했으며, 곡이 진행 될수록 풍성한 현의 울림은 더욱 편안하게 무대를 감싸 안았다. 특히 솔로 역할을 하는 현악 4중주와 현악 오케스트라의 주고받는 부분에서는 마치 성당 안에 울림을 그대로 재현하는 듯해 작품의 의도와 특징을 잘 살려내었다.

2부에서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연주되었는데, 전통적 레퀴엠 미사 형식을 존중하는 동시에 그동안 쟁점이 되었던 관현악기법을 수정해 모차르트의 취지에 가장 근접하게 오케스트라 기법을 새롭게 만든 프란츠 바이어 판으로 연주되었다. 이들은 특히 또렷하고 맑은 음색의 소프라노 김순영, 따뜻한 음색의 메조 소프라노 추희명, 파워풀하며 유연한 소리의 테너 김동원, 부드럽고 정제된 음악적 표현이 돋보이는 베이스 함석헌, 그리고 노련미 넘치는 국립합창단과의 협연을 통해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완벽히 소화하며 관객들의 끝없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실력파 심포니송의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던 것이다.

사회공헌시리즈 ‘천원짜리 콘서트’전석 매진


▎심포니송은 정통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국의 음악계에 새로운 방식의 음악전달을 시도하는 혁신적인 오케스트라이다.
1월 연주는 감동적이었습니다. 3월에는 또 어떤 연주로 매니아들를 감동시킬 것인지 궁금합니다.

3월 1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연주는 심포니송이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회공헌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처음 시도한 ‘천원짜리 콘서트’가 전석 매진이라는 호응을 받아서 다시 연주회를 갖기로 했지요.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의 협연으로 사라사테의 카르멘 판타지와 테너 김동원의 베르디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 대중적이고 친밀한 작품을 연주합니다. 평소 클래식을 접하기 어려웠던 아이들을 위해 아역배우 출신 서신애 씨의 친절한 해설도 들을 수 있습니다. 청중들에게는 기존 클래식이 갖고 있는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탈피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3월 20일에도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축하하면서 양국의 대표적인 작곡가들의 작품을 통해 아름다운 음악의 향연을 선보일까 합니다. 한국 작품은 작년 한·중·일 작곡가 위촉 시리즈를 통해 선발된 작곡가 장윤석의 아리랑을, 프랑스 작품으로는 M. Ravel의 Pavane for a Dead Princess, C. Saint-Saens의 Piano Concerto No. 2 G Major, Debussy의 La Mer(바다)를 연주합니다. C. Saint-Saens의 작품에서는 한국의 베토벤이라 불리는 피아니스트 유영욱 선생님께서 협연자로 나서게 되어 더욱 관객 분들의 기대를 모을 것으로 봅니다.

음악기자인 저도 지난해 한·중·일 작곡가 위촉 시리즈를 진행한 이유가 궁금했었습니다.

심포니송은 국내외 창작 음악 발전과 전통악기의 현대화, 그리고 예술성이 뛰어난 젊은 작곡가들을 발굴하고자 지난해 12월 한·중·일 작곡가 위촉 시리즈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작곡가 장윤석의 작품을 선보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작곡가 장윤석의 아리랑은 강원도의 아리랑을 발췌하여 국악의 전통적 창법과 서양의 현대식 성악 창법을 번갈아 가며 연주하는 새로운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이번에 바리톤 고성현 선생께서 함께해 한국의 새로운 장르의 현대음악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3월 20일 무대에서는 특히 한국 전통적인 특징을 한껏 살린 작품과 더불어 프랑스 음악 특유의 그윽하면서도 강렬한 향취를 전할 수 있는 낭만적인 음악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환상적 연주가 펼쳐질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

함신익에게 음악이란 무엇입니까?

오히려 제가 묻고 싶군요. 음악이 없다면 과연 우리 인간세계의 존재 가치가 있을까요? 음악은 우리 인생의 기쁨, 슬픔, 외로움, 그리움 등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메마른 하루를, 괴로운 일년을, 쓰라린 평생을 살아온 인류에게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지요. 한마디로 음악은 지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전혀 다른 에너지 층입니다.

지휘자 함신익은 연주자로서 어떤 음악을 지향하는지요?

훌륭한 연주자라면, 작곡가의 의도를 자신이 먼저 파악하여 작품에 담긴 음악에 감동을 얻고 이를 청중에게 가장 아름다운 상태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관객들이 음악을 단순히 듣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그리거나 자신만의 스토리와 접목시킬 수 있도록 이끌어 내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연주자들의 적극적인 표현을 유도해 연주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청중들이 그 분명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또 다른 제 역할이죠.

유능하고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연주자들을 찾아내 최고의 기량을 갖춘 단체로 성장하는 것이 자신을 포함한 심포니송의 바람이라고 함신익 감독은 밝혔다.

- 전진슬 음악교육신문 기자

함신익 profile :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대학교 음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도미해 로체스터 대학교 이스트만 음대에서 지휘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1년 폴란드의 피텔베르크 국제 지휘자 콩쿨에서 은상을 수상했고, 1995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예일 대학교 음악대학 지휘학과 교수로 취임한 뒤 유능한 제자를 길러내며 이름을 떨치고 있다.

201603호 (2016.0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