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층들이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퇴직 이후 이렇다 할 노동소득이 없어 생계유지를 위해 보유한 부동산(생계형 매물)을
처분하는 은퇴자들이 많을 것이란 기존 예측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5년 전 중견기업에서 은퇴한 김형수(가명·61)씨는 요즘 부동산 중개업소를 자주 찾는다. 아파트를 사서 월세를 받을 생각에서다. 그 동안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에 가입해봤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러다가 그나마 갖고 있는 재산을 다 날릴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보유한 자금으로 아파트를 매입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매달 100만~150만원의 월세를 받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김씨는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주식으로 돈을 날려본 경험 탓에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 보니 노후자금을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층들이 부동산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명이 연장되고 여유자금을 보유한 고령층들이 은퇴 이후에 오히려 왕성한 부동산 투자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할 금융지식이 없지만 과거 부동산 투자수익을 맛본 경험치가 있다 보니 나이 들어서도 ‘부동산 편식’이 줄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이 작성한 ‘최근 5년간 연령대별 아파트 구입자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아파트 구입자 중 60세 이상은 11만2036명으로, 2011년(7만1254명)보다 5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아파트 구입자 수 평균 증가폭(17%)보다 3.3배 정도 많은 수치다. 하지만 29세 이하, 30~34세의 아파트 구입 건수는 각각 16.5%, 17% 줄었다. 이는 젊은 층이 일자리와 소득 부족으로 주택 구매여력이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 아파트 구입자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도 늘었다. 5년 전에는 전체 아파트 구입자 가운데 60대 이상이 10.5%였지만, 작년에는 14.1%로 증가했다. 60대 이상 고령자들이 주택시장에 강력한 구매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강원대 부동산학과 김갑열 교수는 “60대가 넘어도 주택시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기존의 생애주기설에 따른 자산설계이론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를 곧 경제적 활동 중단으로 받아들이는 종전 논리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노동활동은 활발하지 못하지만 투자활동을 통해 소득을 발생시키려는 행위들은 나이 들어서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젊은 층과는 달리 든든한 자금 여력이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가능케 하는 배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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