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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투자 오딧세이(3) 해외 투자 ‘환헤지’냐 ‘환노출’이냐 

 

서명수 자산관리 칼럼니스트
해외 투자는 국내 투자엔 없는 리스크 요인이 있다. 환율 변동이다. 환율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수익의 크기가 달라진다. 먹기 좋다고 덥석 물었다간 환율이란 복병에 된통 당할 수 있다. 그래서 만기 시점에 환율을 고정하는 ‘헤지(위험 회피)’를 걸어 위험에 대비하지만 이 역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때로는 헤지를 걸지 않고 환율 흐름에 몸을 맡기는 ‘환노출’이 답이 될 때도 있다.

요즘 해외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한다. 국내에선 저축상품이나 투자상품으로 수익을 내는데 제약이 따르는 만큼 해외에서 투자기회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투자는 국내 투자엔 없는 리스크 요인이 있다. 환율 변동이다. 환율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수익의 크기가 달라진다. 먹기 좋다고 덥석 물었다간 환율이란 복병에 된통 당할 수 있다. 그래서 만기 시점에 환율을 고정하는 ‘헤지(위험 회피)’를 걸어 위험에 대비하지만 이 역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때로는 헤지를 걸지 않고 환율 흐름에 몸을 맡기는 ‘환노출’이 답이 될 때도 있다. 해외 투자 전성시대에 환율 변동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올해 외환시장은 달러 강세 속에 원화 환율이 오르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 전망은 틀렸다. 미 트럼프 대통령의 첫 개혁과제였던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조치) 폐기가 불발되면서 달러화 약세 기조가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줄기차게 약속했던 대대적인 감세와 인프라 투자, 일자리 창출 확대 등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딩’에 대한 기대감이 수그러들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달러화 강세에 베팅한 전략이 낭패를 당했음은 물론이다.

전망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환율이 널뛰기를 하면 가장 불안해 하는 건 아무래도 해외 투자에 나선 사람들이지 싶다. 힘들게 벌어 놓은 투자수익이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미래 시점의 환율을 현재 값으로 고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미래 가격의 불확실성이 사라져 리스크가 없는 상태가 된다. 이걸 ‘환헤지’라고 부른다. 과거엔 기업들이 무역거래에서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환헤지를 주로 이용했지만, 지금은 해외 투자에 나선 개인들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해외 펀드 이름에 H자가 들어간 경우 환헤지를 했다는 걸 의미하고 UH는 환헤지를 걸지 않은 환노출을 가리킨다.

환헤지의 예를 들어보자. 해외 펀드 투자는 고객이 투자금을 원화로 납입하면 자산운용사가 이 돈을 투자대상국의 통화로 환전해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원화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일 때 1000만 원으로 해외 펀드 1만 달러를 매입했다고 치자. 1년 후 환매시점에 펀드 기준가가 매입 당시와 동일하다면 손에 쥐는 돈은 1000만원일까? 그렇지 않다. 매입 때 원화를 환전한 달러화를 다시 원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따져봐야 실제 수익을 확정할 수 있다. 만약 매입 당시 1000원이던 원화 환율이 800원으로 떨어졌다면(원화가치 상승) 환매금액은 800만원으로 쪼그라든다.

누구나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환헤지를 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거래 쌍방이 미래에 거래할 특정 외화를 사전에 미리 정해놓은 환율로 매수 또는 매도하는 선물환 계약이다. 이 선물환을 이용하면 환매 시점의 환율을 미리 결정해 놓을 수 있기 때문에 거래 시점과 환매 시점 사이에 발생하는 환율 변동의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 앞서 예를 든 고객은 1년 후 해외 펀드를 환매할 때 환율 하락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선물환을 이용할 수 있다. 선물환 매도계약을 통해 미래에 받게 될 1만 달러를 원화 환율로 고정해두면 투자수익금을 고스란히 확보하게 된다. 이때 선물환 가격은 현재 환율과 다르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는 두 나라 간의 이자율 차이와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이자율 차이는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의 기회비용이다. 현물환율이 1000원일 경우 원화 이자율이 2%이고 달러화 이자율이 1%면 이론 선물환율은 약 1010원(1000x(1+0.02/1+0.01)=1009.9)이다. 선물환 가격은 결국 이자율 차이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선물환율이 다를 수 있지만 재정거래 때문에 이론 선물환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환율변동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해외 펀드 고객은 1년 후 환매 때 환매대금 1만 달러를 1년 전 계약한 선물환율로 매도하면 된다. 따라서 이 고객은 1년 후 환율이 얼마든 관계없이 원화로 1010만원(환매대금 1만 달러에 선물환율 달러당 1010원을 곱한 값)을 손에 쥐어 이자율 차이를 보전받는 셈이 된다.

환전략은 금리 차이가 관건


▎* 환노출형은 환율 변동에 연동되는 것이며, 환헤지형은 환율을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투자 위험을 줄인 것임. / * 수익률 산정 기간은 지난해 3월2일(또는 출시일)~올해 1월6일 / 자료 금융투자협회
그런데 만약 달러화가 아닌, 우리보다 이자율이 높은 투자상대국 통화일 때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이자율 차이 때문에 이론 선물환율이 현물환율보다 낮아져 헤지 효과가 반감된다. 선물환 거래가 주로 이자율이 한국보다 낮은 달러화 등 선진국 통화로 이뤄지는 이유다. 또 환헤지는 원화가치가 하락해 미래 환매 시점의 환율이 선물환율을 웃돌게 되면 환차익을 얻을 수 없는 배 아픈 일도 생긴다. 환헤지는 환차손의 위험에 보호막을 치는 대신 환차익은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환헤지가 환율변동의 완벽한 해결사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엔 공짜란 없는 법이다.

환율이 오르리라 전망되면 헤지하지 말고 그냥 놔두는 것도 괜찮다. 이걸 ‘환노출’이라고 한다. 환율 변동이란 리스크에 정면대응 하겠다는 것으로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 같다. 그러나 리스크를 감내하는 데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 투자의 세계는 언제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앞의 고객이 1000만원으로 1만 달러의 해외 펀드를 사면서 환노출을 했다고 하자. 1년 후 환율이 매입 시점의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오른다면 200만원의 환차익이 내 몫으로 돌아온다. 물론 환율이 800원으로 떨어진다면 200만원의 손실이 생긴다.

환노출은 환율 변동에 몸을 맡기는 접근방법이다. 환율이 떨어지면 환손실이 불가피하지만 환율이 올라가면 환차익으로 펀드투자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환노출형 펀드의 수익률은 2.5%를 기록한 반면 환헤지형은 -3.5%로 손실을 냈다. 지난해 달러화는 강세 기조를 띠어 원화 환율이 상승했다.

환율의 특성을 이용해 환노출로 투자수익의 변동성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국제 기준으로 볼 때 한국 원화는 위험자산에 속한다. 달러화로 표시된 주식도 마찬가지로 위험자산에 속한다. 위험자산의 특징은 세상이 평온하면 가격이 올라가지만 시끄러우면 내려간다. 위기가 닥쳤을 때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은 원화가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원화 환율은 이와는 반대로 움직여 역상관관계로 인한 분산효과가 생긴다.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의 하이일드 채권이나 주식형 펀드 등 위험자산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환노출형은 달러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으로 투자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해외 투자로 환차익을 보면서 투자수익도 생긴다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다. 혹시 투자성과가 좋지 않더라도 환차익으로 수익 변동성을 줄일 수 있으므로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올 들어선 달러화 강세가 아닌 다른 이유에서 환노출이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환헤지에 드는 비용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미국은 지난달에 이어 연말까지 두 번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 환헤지 투자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예컨대 미국 금리가 3%로 한국 금리(2%)보다 높다고 가정해 보자. 현물환율이 1000원일 경우 이론 선물환율은 약 990원(1000x(1+0.02/1+0.03)=990.3)이 된다. 1000만원으로 1만 달러의 해외 펀드를 사면서 선물환 계약을 맺은 사람은 1년 후 환율의 등락과 관계없이 원화로 990만원(환매대금 1만 달러에 선물환율 달러당 990원을 곱한 값)만 찾게 된다.

환노출 전략 쓰는 기관투자가 늘어

기관투자가 사이에선 이미 환헤지를 하지 않고 환노출로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공무원연금 등 연금 기관들이 환헤지 비중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환헤지 비중을 아예 0%로 낮추는 곳도 생겨났다. 연금기관들은 보통 해외 주식은 50%, 해외 채권은 100% 환헤지하는 전략을 추구해왔으나 미 금리 상승으로 수익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금리 상승 여파로 1년짜리 선물거래에 따른 환헤지 비용이 약 0.8%포인트 올랐다”고 말했다. 연 4.5%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의 실제 수익률이 연 3.9%로 떨어진 것이다.

국민연금이 환노출 전략을 구사해 성공한 케이스다. 국민연금은 일찌감치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해외 자산을 운용할 때 아예 환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해외 주식에서 10.13%, 해외 대체투자 상품에서 12.34%의 수익률을 올렸는데, 50% 환헤지 전략을 쓰는 다른 기관들과 비교하면 연간 수익률 격차가 3~4%포인트에 달했다.

이 같은 차이는 환 전략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환노출로 환헤지 비용을 아낀데다 투자 시점보다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수익률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부터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게 더 유리했다”며 “주식시장 변화에 따라 환율 전략을 탄력적으로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익률 확대에 목을 매고 있는 보험사들도 해외 자산운용에서 환노출 전략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는 환헤지를 하지 않으면 투자금액의 8%를 요구자본으로 쌓아야 해 부담이 크다. 하지만 환헤지 비용이 더 늘어나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개인투자자도 환율 전략이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신상품을 출시할 때 환헤지와 환노출 상품을 함께 내놓고 있다.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 연간 헤지 비용이 비싼 신흥국 연계상품은 환헤지를 따로 하지 않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환율 흐름과 헤지 비용 등을 감안해 환노출과 환헤지 상품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환노출 상품은 수익률이 들쭉날쭉하지만 흐름을 잘 타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홈 바이어스의 덫 - 국내 투자자, 선진국 증시로 분산해야

시험을 볼 때 헷갈리는 보기 중에서 이전에 몇 번 들어본 것을 답으로 고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단지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발생할 빈도나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 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항공기 사고로 죽을 확률보다 번개에 맞아 죽을 확률이 5배 높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언론에서 항공기 사고는 종종 접해도 번개에 맞아 죽었다는 기사는 거의 보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항공기 사고로 죽을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선택의 폭이 제한적일 경우 경험이나 직관에 의존해 판단하는 경향을 경제학자들은 ‘휴리스틱스(Heuristics)’라고 부른다. 좋게 해석하면 ‘어림셈’ 정도고 나쁘게 말하면 ‘주먹구구식 판단’이다. 인간은 인지와 정보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어 모든 정보를 탐색하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위주로 판단한다는 것이 휴리스틱스의 핵심이다. 휴리스틱스는 선택에 이르는 과정을 단순화해 시간과 노력을 덜어줘 그렇게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치우침과 쏠림을 과도하게 하는 부작용도 있다.

투자의 세계에도 휴리스틱스가 강하게 작용한다. 대표적인 예가 국내 편향성(홈바이어스, Home Bias)이다. 다른 나라 주식은 잘 모르니 비교적 정보를 자주 얻을 수 있는 국내 주식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홈 바이어스 비중은 약 95.7%로 미국(41.7%)·독일(54.6%)·영국(57.7%)·일본(78.7%)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 증시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밖에 안 되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친 편향성이다.

해외 투자의 경우에도 미국이나 유럽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정보 접근이 용이한 아시아 국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이나 유럽에 투자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고 해도 많은 투자자가 눈과 귀에 익숙한 아시아 국가를 선택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비과세 해외 펀드의 총 판매 규모가 1조33억8500만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베트남(1678억원)과 중국(1634억원)에 투자한 비중이 글로벌(1516억원)이나 미국(288억원)보다 높았다.

휴리스틱스에 의한 편중 투자는 언젠간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지난 2007년 6월~2009년 12월까지 해외 펀드 비과세 기간에 유입된 자금의 절반이 중국(홍콩H)펀드로 쏠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20조원을 넘던 중국펀드 설정액이 한때 5조원을 밑돌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2월 7년 만에 부활한 비과세 해외 펀드는 국내에 편중된 투자자산을 세계 시장으로 분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투자에서 분산이 중요한 이유는 다양한 자산이 가진 ‘경합성’을 이용해 위험을 낮출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여러 나라 증시에 투자하면 나라마다 서로 다른 시기에 지수 하락이나 경제 침체가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는 이런 경합성을 가지고 움직인다. 이들 시장의 자산을 섞어 놓은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상관관계가 낮거나 음의 상관 관계를 가진 자산들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분산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동남아 국가들은 같은 신흥시장에 속한다. 따라서 한국은 이들 국가와 상관관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편향성을 가지고 해외 투자에 나서는 것은 무장해제하고 주가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의미다. 직관에 기대어 쉽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휴리스틱스에 빠지지 말고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동원해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 글로벌 관점에서 신흥국과 선진국 자산을 적절하게 섞는 것이 해외 펀드 투자에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길이다.

서명수 - 중앙일보 심의실 전문위원 겸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관록있는 자산관리 칼럼니스트다.

201705호 (201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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