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마세라티는 SUV에서도 개성이 넘쳤다. 야수 같은 강렬한 외관에 중저음 배기음은 우렁찼고, 가속은 힘이 넘쳤다.
마세라티 브랜드 최초의 SUV ‘르반떼’는 고성능 카를 선호하는 ‘상남자’들에게 어필한다.
100년 역사를 가진 마세라티 브랜드 최초의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는 아랍어로 ‘지중해의 바람’을 뜻한다. 온화한 바람에서 순간 강풍으로 돌변하는 파워를 의미하는데 마세라티의 고성능 DNA를 제대로 표방한 문구다. 시승 결과 르반떼는 일상 주행에선 편안했고, 고속 주행에선 폭발적인 힘을 발휘했다. “마세라티의 디자인 철학을 계승한 감각적인 외관과 우수한 실용성이 돋보이는 SUV 모델”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셰 등 프리미엄 SUV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들 안에서 새로운 선택지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했다.8월 중순, 이틀에 걸쳐 르반떼를 몰고 이태원 등 서울 도심과 대부도 등 서해안 일대 400㎞를 달렸다. 정체 구간과 오르막길, 급한 커브길이 이어지는 코스다. 시승한 차량은 최상위 모델인 르반떼S로 최고출력 430마력에 최고속도 264㎞/h, 제로백 5.2초 등 동급 최고의 성능을 갖추었다. 특히 드라이브 어시스턴트 팩 플러스, 파워 페달, 하만 카돈 사운드 등 ‘르반떼S 럭셔리 패키지’에 에르메네질도 제냐 실크 원단 인테리어, B&W 사운드 등 옵션을 추가했다. 최종 가격은 무려 1억7410만원이다.
근육질 외관, 포효하는 배기음‘삼지창을 앞세운 근육질의 야생남’. 르반떼S의 첫 이미지다. 먼저 외관은 볼륨감이 넘친다.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에서부터 후미등으로 이어지는 차체 라인은 마치 울퉁불퉁한 말 근육을 연상케 했다. 비스듬히 기운 뒤 유리창과 유선형 디자인, 4개의 머플러 팁이 강조된 차량의 후면부는 고성능 스포츠카의 면모를 나타낸다.기존의 마세라티 모델에서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의 헤드라이트와 마세라티 브랜드를 상징하는 삼지창이 새겨진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마치 성난 야수의 입 같다. 삼지창은 보닛 끝과 양쪽 뒷좌석 유리창 C필러에도 새겨져 한 눈에 마세라티 모델임을 알아볼 수 있게 했다. 마세라티를 수입·판매하는 FMK 관계자는 “마세라티 브랜드 고유의 특색과 이탈리안 디자인의 미학적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스포티하면서도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강조했다.쿠페형 디자인은 단순히 역동적인 이미지만을 위해 연출한 것이 아니다. 르반떼는 차체를 동급 SUV에 비해 낮게 설계해 공기저항계수를 0.31까지 내렸다. 최적의 주행 성능을 내기 위한 것이다. 덕분에 5미터가 넘는 거대한 SUV지만 차를 타고 내리는데 불편함이 없다.차문을 열고 실내를 들여다보니 붉은색 가죽 시트와 진회색 가죽의 실내 인테리어가 강렬하다. 마세라티가 내세우는 개인 맞춤형 인테리어 제작 서비스도 르반떼에 적용됐다. FMK 측은 “시트 가죽은 총 28가지의 인테리어 색상 조합이 가능하며 대시보드·핸들·헤드라이닝 등 실내를 개인 취향에 따라 맞춤 주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세라티의 희소가치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옵션은 럭셔리 패키지를 통해 선택할 수 있다.좌석에 앉아보니 탑승자의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천연가죽 버킷시트가 느껴진다. 특히 르반떼는 시트 포지션을 세단처럼 낮게 배치해 마치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느낌을 준다. 차체 크기에 비해 실내 공간, 특히 앞 좌석이 기대만큼 넓지 않은 점은 아쉽다. 뒷좌석 창문과 후면 창에는 블라인드가 장착되어 있어 프라이버시 보호에 제격이다. 전동식 버튼을 갖춘 트렁크 공간은 580리터로 골프백 2~3개가 들어가며, 뒷좌석을 접으면 더 넓어진다.시동 버튼을 누르자 마세라티 특유의 엔진 배기음이 들려온다. ‘마세라티 뮤직’이라고도 불리는 배기음은 출발 후 어느 정도까지는 낮고 깊은 바리톤의 울림이었다가 속도를 높이면 특유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짐승의 포효 소리를 토해냈다. 마세라티는 음악 전문가들을 초빙해 배기음을 조율할 정도로 감성 디테일에 공을 들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행 내내 도로 위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감내해야 했다.
오르막은 가볍게, 커브는 예리하게
▎르반떼S는 3000㏄급 6기통 가솔린 모델이지만 V6 트윈터보를 장착하고 ZF사가 개발한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주행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여주는 각종 첨단 사양들도 장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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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에는 터치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8.4인치 대형 LCD 모니터가 장착됐다. 조작은 터치뿐만 아니라 변속기 뒤에 위치한 두 개의 다이얼로도 가능하다. 계기판은 주행에 필요한 각종 트립 정보를 운전자로 하여금 확인할 수 있게 했으며, 스티어링 휠과 변속기는 그립감이 좋은 편이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는 조작이 간편하도록 돼있는 변속기와 M 모드, 스포츠 모드 등 주행 버튼이 자리했다. 페라리 산하 브랜드로서의 고성능 기능을 보여준다.서울 한강변의 올림픽도로에 올라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제원으로만 보면 마치 스포츠카처럼 튀어나갈 것 같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의외로 묵직한 움직임을 보인다. 고급 세단처럼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인다.서해안고속도로와 시화방조제에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높여 보았다. 그야말로 밟는 대로 나간다.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민첩하게 움직여 다른 차량을 추월하는 데 전혀 망설임이 없다. 진동과 소음도 적고 스티어링 휠(핸들)도 묵직해 안정적이다. 기어박스 왼쪽의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면 스포츠카로 돌변한다. 차체가 내려가고 변속 시점이 늦춰지면서 쏜살같은 가속 반응을 보인다. 마세라티 특유의 매력적인 음색도 한층 더 커진다.르반떼 라인업 중 최상위급인 ‘르반떼 S’는 3000㏄급 6기통 가솔린 모델이지만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한 덕분에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1㎏.m에 이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주는 제로백도 5.2초에 불과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264㎞로 동급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고속 안정감은 훌륭한 편이다. 에어스프링과 전자제어식 댐퍼를 적용한 서스펜션, 도로 상황에 따라 네 바퀴에 힘을 고르게 배분하는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이 밑바탕이 됐다.오르막길과 급커브길이 많은 대부도~선재도~영흥도 구간에서 르반떼의 성능이 여실히 나타났다. 오르막 길에서도 시속 150㎞는 거뜬했고, 구불구불한 길에서도 유연한 핸들링과 안정감이 만족스러웠다. SUV는 차체 중심이 높아 코너링에서 다소 흔들림이 있지만 르반떼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 준다. 급격한 곡선 주로에서도 의도한 궤적보다 바깥으로 밀리는 현상인 언더스티어가 일어나지 않았다. 마세라티만의 지능형 사륜구동 기술인 ‘Q4 시스템’이 장착된 덕분이다. 차체 앞과 뒤의 무게가 50:50으로 완벽하게 배분돼 급격한 코너링 공략도 어렵지 않다. 2톤이 넘는 자체 중량 때문인지 고속 주행시 브레이크는 살짝 밀리는 감이 있었다.노면이 다소 좋지 않은 도로에 오르니 계기판에 ‘오프로드’ 신호가 나타난다. 노면 상태에 따라 차고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다. 바닥이 상하지 않도록 차 높이를 높게 조정한 것으로, 포장도로에선 하향 세팅이 기본이다.르반떼에는 주행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여주는 각종 첨단 사양들도 탑재됐다. 오토 스타트앤드 스톱, 어댑티브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장치 등 다양한 최신 주행 지원 시스템이 기본 사양으로 적용됐다. 오디오시스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바우어스 앤 윌킨스(B&W) 제품이 장착돼 있다. 총 17개의 스피커와 1280W 앰프가 설치돼 있다.
판매 늘며 마세라티 인지도 높이는 효과‘2억원대에 달하는 차를 모는 사람이 유류비를 걱정할까’ 싶지만 그래도 연비는 아쉬운 수준이다. 서울 도심과 서해안 일대를 400㎞ 정도 달린 결과 1리터로 5~6㎞ 정도를 주행할 수 있었다.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6.4㎞(도심 5.6㎞, 고속도로 7.8㎞) 수준이다. 서스펜션이 다소 딱딱해 과속방지턱에서 충격이 몸으로 전해져 오는 것도 약점이다. 르반떼는 2가지 가솔린 모델과 1가지 디젤 모델 등 총 3가지 라인으로 구성됐다. 판매 가격은 기본형 기준으로 르반떼 디젤 1억1000만원, 르반떼 가솔린 1억1400만원, 르반떼 가솔린S는 1억4600만원부터 시작한다.페라리의 자매 격인 마세라티는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 여러 스포츠 세단을 내놓았지만 SUV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르반떼는 올해 초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 김신(공유)의 차량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음과 거칠면서도 매력적인 주행 성능에 반한 사람들이 늘면서 마니아층도 두터워졌다. 판매량 증가로 거리에 모습이 늘면서 차량 자체의 홍보 효과도 높아졌다. 1억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가격에도 르반떼는 올 상반기에만 450대가 계약되며 마세라티의 성장세를 주도했다.FMK는 올 상반기에만 국내 시장에서 마세라티 차량을 1000여대 판매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 대수(1200여 대)에 육박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570여대)보다 75%가량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상륙한 르반떼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고객에게 인도되기 시작됐다. FMK 측은 “마세라티 차량 중 르반떼 모델이 가장 많이 팔렸다”며 “르반떼는 7월 이후에도 월평균 70대 가량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세라티의 기존 인기 차종인 기블리의 월간 판매 대수 50여대를 넘어선 것이다.
마세라티는 르반떼 판매 호조를 계기로 보다 친숙한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고객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시승의 문턱을 낮췄다. 온라인에서 시승 및 견적 신청을 하면 직원이 직접 유선으로 전화해 시승 및 상담 일정을 잡아 준다. 고가 브랜드의 부담을 느끼는 고객을 위해 금융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에 이어 르반떼의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마세라티의 인지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