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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스마트폰 사업의 딜레마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LG전자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모바일이다. 모바일 사업본부(MC)가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LG전자의 가전이나 TV 사업본부가 최대의 이익을 내면서 순항을 하고 있지만, MC사업본부는 적자의 늪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LG전자 MC사업본부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프리미엄급 모델보다 중저가 모델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LG 휴대전화 사업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5.5인치 G4는 LG전자의 4번째 플래그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다. … 화면과 카메라, 프로세서, 탈부착 배터리, SD카드 등 다른 플래그십 모델은 충족시키지 못한 뛰어난 스마트폰이다.”(2015년 10월 6일 GIZMODO 기사)

“LG는 G5로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재미를 주고 싶어 한다. G5로 (스마트폰의)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 G5는 모듈 디자인으로 소비자는 모듈을 바꿀 수 있다. 특수한 카메라 그립, 혹은 오디오 성능을 높일 수 있는 DAC 같은 것을 교체할 수 있다.”(2016년 4월 1일 PhoneArena 기사)

“G6는 LG의 플래그십 모델 중에서 가장 멋진 디자인을 보여줬다.”(2017년 4월 19일 Cnet 기사)

“LG V30는 저평가됐고, 아이폰 X는 고평가 됐다.”(2017년 11월 27일 Forbes 기사)

외신들의 기사를 이렇게 나열하는 이유가 있다.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전문가들은 대부분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디스플레이·카메라 등의 하드웨어 측면에서 경쟁사의 제품을 앞선다는 분석도 많이 나온다.

현실은 다르다. LG 스마트폰은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제품에 대한 평가는 좋지만,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게 LG전자 MC(Mobile Communication)사업본부의 딜레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에 영업이익 2억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2017년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 4분기 실적도 3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11분기 연속 적자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14조원을 넘어섰던 매출액도 2016년 이후 11조원대로 떨어졌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LG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 G시리즈와 V시리즈도 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11분기 연속 적자 이어질 듯


2000년대만 해도 LG전자는 휴대전화 시장의 강자였다. 2004년 초콜릿폰 성공을 시작으로 프라다폰의 히트를 이어가면서 프리미엄 휴대전화의 강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이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의 출현이다. 유진증권의 노경탁 애널리스트는 “2009년 6월 발표된 애플의 iPhone 3GS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됐다”면서 “LG전자 역시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했지만 여전히 피처폰에 집중했고, 이후 출시한 스마트폰이 이전의 피처폰만큼 파급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MC사업본부는 전통적으로 LG전자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지만 언제부턴가 H&A(가전)와 H&E(TV) 사업본부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특히 H&A사업본부의 성적은 놀랍기만 하다. 프리미엄 라인업 ‘시그니처’를 필두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 가전 전략까지 내세우면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A사업본부는 2016년 17조278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만 1조3180억원에 이른다. H&E사업본부도 마찬가지다. 2016년 매출액은 17조4250억원, 영업이익 1조2370억 원이다.

MC사업본부 관계자는 실적 부진 이유를 “브랜드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G4의 가죽 디자인, 세계 최초의 모듈 디자인을 적용한 G5는 혁신성을 인정받았지만 대중적인 지지는 받지 못했다”면서 “이에 따라 G6에는 보편적 가치를 완성도 있게 담아내려고 노력했고, V30는 SNS 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세계 최초로 F1.6 조리개 값과 글래스 렌즈 등을 탑재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 기대에 미치는 성과를 얻지 못했는데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LG 스마트폰의 경쟁력 하락은 수치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2강(삼성·애플), 4중(화웨이·오포·샤오미·비보)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2017년 3월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애플이 기록한 영업이익은 449억700만 달러(약 48조8200억원)이다. 글로벌 제조사 전체 영업이익(537억7200만 달러)의 79.2%를 차지했다. 나머지 20% 영업이익 시장 중 삼성전자가 14.6%(83억1200만 달러)를 차지했다. 나머지 6~7% 정도의 영업이익을 두고 LG와 중국 휴대전화 업체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프리미엄 · 중저가 시장 모두 어려운 상황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무섭게 치고 오른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유진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늘어난 기업은 삼성전자·애플·화웨이·오포·비보에 불과했다. LG전자를 비롯해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출하량이 감소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추세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2017년 11월 말 있던 LG전자의 인사이동에서 2015년 1월부터 스마트폰 사업을 맡았던 조준호 MC사업본부장은 LG인화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이 이유였다. 이 자리에는 MC단말사업부장을 맡았던 황정환 부사장이 올랐다. MC사업본부 관계자는 “황 부사장은 IT 전문가로 제품 및 기술 경쟁력을 높이면서 LG 휴대전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의 질을 높이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와 함께 MC사업본부는 사업 부진을 타개할 대응 전략을 밝혔다. 가장 먼저 높아진 제품 완성도를 알리기 위해 체험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면의 로고를 제거하거나 베젤을 줄인 베젤리스 디자인 등을 채택한 것처럼 고객의 목소리를 제품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플랫폼 전략’으로 다양한 모델을 제조 판매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MC사업본부 관계자는 “플랫폼 전략은 프리미엄 제품에서 설계했던 부품을 중저가 제품에서도 사용해 부품의 단가를 낮춰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LG전자의 대응 전략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지적이 복잡한 라인업부터 정리하라는 이야기다. 쉽게 말해 ‘될 놈만 집중해라’고 조언했다.

LG전자 스마트폰은 크게 4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G시리즈와 V시리즈가 프리미엄급 모델이다. 300~400달러 가격의 중가 모델은 Q시리즈, 300달러 이하의 중저가 시장을 겨냥한 X시리즈가 있다. MC사업본부 관계자는 “Q시리즈는 가격대를 낮추고 특정 기능을 강화한 모델”이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기능을 탑재한 중가 스마트폰”이라고 설명했다.

중저가 시장에 집중하라는 목소리 높아

전문가들은 소니처럼 한 모델에 집중할 때라고 조언한다. ICT 기업 컨설팅 업체인 로아컨설팅 임하늬 대표는 “LG의 스마트폰은 해외에서 프리미엄급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실리적인 전략을 찾아야 할 때이고, 새로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중저가 시장에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석문화대 스마트폰미디어학부 박현수 교수도 “프리미엄 시장에서 세계적인 강자는 애플과 삼성이고, LG가 낄 자리가 없다”면서 “차라리 폴더폰 같은 틈새시장을 노리거나, 인도에 중저가 폰으로 진출해서 공략을 하는 게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소니가 좋은 예다. 소니는 2014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2176억 엔(약 2조96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2015년에도 614억 엔의 손실을 봤지만, 2016년부터 흑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소니가 스마트폰 사업의 침체를 벗어날 수 있던 것은 프리미엄 모델로 라인업을 선택·집중했기 때문이다. 광운대 전자통신공학과 박수원 교수는 “소니처럼 긴 안목을 가지고 하나에 집중하는 게 LG 휴대전화가 사는 방법”이라며 “LG는 우선 중저가 스마트폰에 집중해 소비자의 신뢰부터 높이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틀라스 리서치앤컨설팅이 펴낸 자료에 따르면 LG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인 G6가 2017년 3월 10일 출시됐을 때 출고가를 인하한 갤럭시S7에게도 주간 판매량이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이유에 대해 ‘LG전자의 기대와 달리 플래그십 단말 구매 의향이 있던 유저들 중 많은 수가 오히려 갤럭시S8의 발표와 출시(2017년 4월 21일 출시)를 기다리면서 G6와 비교하고 갤럭시S8의 구매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측면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소비자에게도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 가치가 삼성전자에게 밀려 있는 것이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정옥현 교수는 “LG는 프리미엄과 중저가 시장 모두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LG는 브랜드 가치부터 높이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다른 기업이 하지 못하는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LG 스마트폰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2018년에 보여주지 않으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수 교수는 심지어 “LG전자 MC사업본부만으로는 회생하기 힘들다. LG가 자본을 많이 투자해 해외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인수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회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201801호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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