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명품 브랜드는 왜 날씨정보를 연구하나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기업경영의 다양한 분야에 날씨를 적용해 이윤 창출과 경영효율 증대에 활용하는 날씨경영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날씨를 유가나 환율금리처럼 중요한 경영변수로 인식해 적극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세계 경제의 80%가 기후 변화에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정도로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지금, 국내외 날씨경영의 현황과 사례를 조명해봤다.

# 구찌·보테가 베네타·입생로랑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케어링(kering) 그룹이 희귀 야생 낙타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 이유는 바로 날씨 때문이다. 낙타의 일종인 비큐나는 안데스산맥의 해발 3500~5200m 지대에 서식하는 희귀동물이다.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비큐나의 털로부터 얻은 섬유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격이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0년부터 이상기후로 인해 안데스산맥 고지대의 기온이 높아지고 물이 마르면서 비큐나가 점점 살 곳을 잃어가고 있다. 그마나 서식하는 비큐나의 털 품질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고심하던 케어링 그룹은 급기야 오는 2035년 비큐나의 생산량과 기후 변화 위험도를 예측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케어링 그룹은 “희귀 원자재와 관련해 보험을 들거나 농장을 만들어 공급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공급·제조·유통에 걸쳐 날씨가 명품 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업경영에서 날씨정보의 전략적 활용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날씨는 기업의 매출액과 순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날씨정보를 이용해 수익을 증대시키고, 기상재해 등으로 야기될 손실까지 예방하는 것이 바로 날씨경영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는 지난 몇 년새 기후 변화로 비상이 걸린 글로벌 기업들 중 한 곳에 불과하다. 특히 음료·주류 업체들은 날씨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 주류회사인 영국의 디아지오는 전 세계 30개 이상 국가에서 날씨 변화를 예측해 물 공급이나 제품 수송망이 안전한지 분석 중이다.

나날이 급성장하는 전 세계 기상산업

영국 맥주업체 SAB밀러는 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폭염으로 상수원이 마르거나 수질이 악화될 것에 대비해 콜롬비아의 생수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상수원 지역의 삼림을 보호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했다. 글로벌 커피업체 네스프레소는 커피콩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날씨가 커피콩의 수확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네스프레소는 커피 생산에 유리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콜롬비아나 콰테말라 등지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기상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날씨정보의 활용가치는 연간 3조5000억~6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의 연간 기상산업 시장 규모는 1조원, 일본은 5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세계 기상산업 시장은 2020년 2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기상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국내 기상산업 규모는 3700억원대다. 국내에서도 날씨는 이제 경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2014년 3000억원 수준에서 1년 만에 5000억원으로 커졌다.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가전제품을 이젠 집집마다 하나씩 들여놓을 정도로 보편화된 것이다.

등산과 레포츠 열풍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최근 시장 포화와 날씨 요인으로 인해 주춤하는 형국이다. 노스페이스를 판매하는 영원 아웃도어의 2015년 매출이 28% 급감했고, 네파 역시 12% 감소했다. 생필품을 주로 판매하는 대형마트는 날씨에 따른 매출 변동이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매년 5월이 되면 비상 체제를 가동한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발생하기 쉬운 식중독 예방을 위해 위생관리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아예 기상전문 인력을 두거나 자체 기상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날씨 자체를 기업경영의 핵심정보로 여기고 있다. 해외 보험사들은 자연 재해 예측을 위한 별도의 기상분석 회사를 운영하기도 한다.

국내 기업들도 날씨경영 활용에 주목

그렇다면 현재 우리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날씨정보를 활용하고 있을까.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은 2011년부터 기업과 공공기관, 지자체,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날씨경영우수기업 선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날씨경영우수기업 선정제도는 기상정보를 활용해 매출 증가 및 비용 절감, 부가가치 창출, 재해 예방 등의 성과를 거둔 기업을 선정하는 제도다. 지난해에는 22개 기업 및 공공기관이 날씨경영우수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올해는 24개사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올해 선정된 우수기업 중 골프장 운영업체 골프존 카운티는 골프장에 기상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기온과 풍향, 강수량을 측정해 고객들에게 날씨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날씨에 따른 방문객 수를 빅데이터 분석으로 예측해 골프장 운영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필드관리 작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 최초로 선정된 국립낙동관생물자원관은 날씨정보를 담수생물 연구 활동 및 시설 관리, 전시·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활용하고, 기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여객선 운항 정보와 기상관측 자료를 연계 분석해 운항관리 현장에 접목시킨 노력을 인정받아 날씨경영우수기업에 선정됐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201712호 (2017.1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