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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상속을 방지하는 법 

 

최병선 변호사
재산보다 부채가 많으면 상속포기를 택한다. 자녀가 포기했지만, 손자녀가 포기하지 않으면 빚이 상속되기도 한다. 본의 아니게 빚이 대물림되는 경우다. 민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경우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현실 법과 판례에 맞게 대응할 필요는 있다. 몇 가지 상속포기 사례를 풀어봤다.

필자의 한 후배는 어느 날 소장 하나를 받았다. 부친이 사망한 후 조그만 주택을 하나 상속 받아서 모친을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수년 후에 소장을 받은 것. 소장에는 부친이 생전에 연대보증을 한 채무 및 그 연체이자 등 수십억원을 상속받았으니 이를 금융기관에 변제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름 잘나간다던 후배였지만, 결국 다 변제하지 못하고 이민 길에 올랐다. 당시 특별 한정승인이 인정되지 아니한 시기였던 데다 채무가 있는지도 몰랐다. 이에 단순히 승인한 것으로 돼 부채를 떠안게 됐다.

적극적인 유산이 남는 경우가 아니라 소극적인 유산이 남는 경우다. 쉽게 말하면 상속 부채가 상속 자산을 넘어서는 경우 자손들이 빚의 대물림을 피하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상속이 되면 상속인들은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을 제외하고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보증채무와 같이 책임의 범위가 확정되어 있는 채무는 그 발생 여부가 불확정한 경우라도 채무가 상속인들에게 상속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 피상속인의 채무가 채무초과인 경우, 즉 부채가 상속되는 경우에는 상속인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를 방지할 수 있을까?

상속인은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 상속포기란 상속인의 지위를 포기하는 것으로, 자산이건 부채이건 아무것도 상속하지 아니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된 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이 개시된 때, 즉 피상속인이 사망한 때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 그러나 그러한 의사가 있다고 하여 그냥 선언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 신고해야 하는 등의 절차가 있으며, 이러한 절차에 관계 없이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되면 상속을 단순 승인한 것으로 보게 되는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상속포기, 법원에 꼭 신고해야

참고로 ‘단순승인’이란 자산과 부채 등을 모두 승계하겠다고 무조건적으로 수락하거나 그렇게 인정되는 것을 말하며, ‘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승계하는 한도 내에서 피상속인의 채무 등을 변제하겠다는 조건을 붙여서 상속 받는 것을 말한다. 한정승인의 경우에도 신고 등의 절차가 있다.

일부 상속인들이 상속을 포기하면 그 상속재산인 부채는 상속을 포기하지 아니한 상속인들에게 상속된다. 따라서 부채가 전혀 상속되지 않게 하려면 모든 동순위의 상속인이 동시에 상속을 포기하든가 일부 상속인들은 한정승인을 함으로써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들이 승계하는 재산의 범위 내에서 피상속인의 채무 등을 변제하도록 해 부채가 상속되는 건 막아야 한다.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하면 그 포기한 상속인들의 잠재적 상속인(손자녀)들의 상속권도 사라질까?

원래 상속인(자녀)이 상속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그 사망한 상속인(자녀)들의 상속인(손자녀)들이 상속인이 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른바 ‘대습상속’으로, 민법은 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상속포기의 경우에는 그러한 조항이 없으므로 상속포기자의 잠재적 상속인들이 대습상속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판례에서 확립되어 있다. 다만 상속포기자의 잠재적 상속인들도 대습상속을 할 수 있도록 민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학설도 있기는 하다.

어쨌든 피상속인의 부채를 상속 받지 않으려고 자녀와 배우자가 모두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미처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 상속포기를 하지 않아 채무를 상속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나중에 그 직계존속이 사망하게 되면 기존 피상속인의 자녀와 배우자에게 채무의 상속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그 자녀와 배우자는 다시 상속포기를 해야 하는지에 관한 다툼도 있을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제1순위 상속권자인 배우자와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하면 제2순위에 있는 사람, 즉 피상속인의 부모가 생존한 경우에는 그 부모가 상속인이 된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부채는 그 부모가 상속포기 등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단순승인에 따라 그 부모에게 승계된다. 차후 그 부모가 사망하게 되면 그 부채는 다시 피상속인의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상속된다.

판례 “상속포기 절차와 방식 따라야 효력 발생”

판례는 이와 같이 상속포기의 효과를 이렇게 해석한다. “사망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의 사망으로 인한 대습상속도 포기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들이 상속포기의 절차와 방식에 따라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에 대한 상속포기를 하지 않으면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이와 달리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포기를 이유로 대습상속 포기의 효력까지 인정한다면 상속포기의 의사를 명확히 하고 법률관계를 획일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꾀하고자 하는 상속포기제도가 잠탈될 우려가 있다.” 판례가 상속포기의 형식적인 요건을 매우 중시함을 알 수 있다.

한편, 상속개시 시점에는 부채 초과인 사실을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 상속 개시 시점에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서 모든 부채까지 승계한 것이라고 한다면 부당한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민법은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한다. 2002년에 부활된 조항으로, 일반적으로 특별한정승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민사소송절차에서 특별한정승인의 효력 유무가 문제될 경우 특별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 그 요건을 갖추었는가를 증명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특별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은 상속재산 중에서 남아 있는 상속재산 뿐만 아니라 이미 처분한 재산의 가액을 합해 채권자에게 변제해야 한다. 상속포기에 의하여 부채가 확정적으로 승계되지 않도록 하려면 모든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해야 하는 등 나름 유의할 점이 있다.

후배도 특별한정승인 제도를 활용할 수 있었다면 굳이 한국을 떠나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 최병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201808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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