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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포괄증여 과세 대응법 

 

김주석 변호사
2002년 가을,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가 대선 후보 공약으로 등장했다. 부유층의 변칙적인 부 세습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뚜렷하게 증여 형식을 갖추지 않고 경제적 이득을 무상으로 주고받는 행위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세법에 열거돼 있지 않아도 과세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위헌 논란이 있지만, 당국이 증여를 보는 눈은 여전히 매섭다.

증여라고 하면 부동산을 무상으로 이전해주거나 채무를 면제하는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부동산을 싸게 넘겨주거나 비싸게 사주는 것, 금전을 무이자나 저율의 이자로 빌려주는 것,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 신주인수권을 증여했는데 이후 이를 행사해 취득한 행사차익, 주식 증여 후 상장으로 주식 가치가 증가된 경우 모두 증여가 될 수 있다. 소위 포괄증여에 해당하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어 관련 법령만 숙지하면 크게 문제 될 것 없다.

하지만 실제 실무에서 포괄증여 규정의 해석과 적용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포괄증여는 2003년 말 도입되었으면, 상증세법 제2조 제3항(현재는 상증세법 제2조 제6호)은 증여세 과세 대상인 증여를 이렇게 규정했다. “행위 또는 거래의 형식·명칭·목적 등과 관계없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현저히 저렴한 대가를 받고 이전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또는 기여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취지는 이렇다. 증여세 과세 대상을 민법상 증여 계약에 의한 재산의 이전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富,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의 이전이 있는 경우에는 모두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재산의 이전’과 구분되는 포괄증여의 개념으로 ‘기여에 의한 증여(타인의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 증가)’가 의미 있다.

물론 기존 증여세 과세요건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기여에 의한 증여’라는 개념은 종래의 증여세 과세요건(증여자, 수증자, 증여행위, 증여재산가액)에 관한 기본 틀에서 벗어난 것으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상당히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그 자체로 독립적인 과세요건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과세 실무에서는 그 적용이 다소 소극적이다. 2011년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 상증세법상 증여세 과세 대상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던 특수관계자 사이의 주식 우선매수청구권 포기에 따른 이익의 분여에 대하여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는 등 포괄증여 규정이 독립된 과세근거가 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8두17882 판결).

포괄주의 도입으로 증여세 강화

그래도 2011년 감사원은 증여세 포괄주의를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이나 행사 과정에서 차익을 얻은 경우에 적극적으로 과세했다. 감사원은 2013년 4월경에는 포괄증여 규정에 따른 증여세 과세를 더욱 강화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정이 신설된 2012년 이전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나 회사를 통한 간접적인 이익에도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당시 부모가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지 않고 자녀가 주주인 회사에 증여(자산 저가 양도 포함)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었다. 이 경우 당해 회사가 적자(결손)법인인 경우에는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는 규정이 1999년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적자법인이 아니라 소위 흑자법인인 경우에도 포괄증여 규정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하기 시작했다. 과세의 적법 여부가 소송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흑자법인인 경우 자산 증여에 따라 법인세를 부담하지만, 증여세 세율(최고세율 50%)과 비교해 절반 이하인 법인세율(현행 최고세율 25%)에 따른 세금만 내기 때문이다.

하급심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2015년 대법원은 흑자법인에 대한 과세는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요지는 구체적인 법규정, 즉 적자법인에 대하여만 과세하기로 하는 규정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그 이외의 경우(당해 사안에서는 흑자법인)에 과세는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두47945 판결 등 참조). 다만, 대법원은 위와 같은 과세는 할 수 없다는 판결을 선고하면서도 포괄증여 규정이 독립된 과세근거 규정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현재 상증세법상 명문의 규정을 뒀다. 적자법인이 아니라도 증여일 현재 지배주주와 그 친족의 주식 보유 비율이 50% 이상인 법인이 증여를 받게 되면 주주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 적자회사에 재산을 증여할 경우 주주가 당해 재산에 상당하는 증여세를 부담하도록 상증세법 시행령은 규정하고 있다.

특히 증여세 과세 실무상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나 자녀들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증가하는 경우다. 포괄증여 규정에 대한 판례 및 실무 경향을 보면 포괄증여 규정은 종래 ‘재산의 이전’으로는 과세할 수 없었던 ‘기여에 의한 증여’ 영역에 새로이 과세할 수 있는 근거 규정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앞서 본 흑자법인 증여의 경우 증여세 과세가 어렵고, 포괄증여 규정을 적용할 수 있어도 수증자가 취한 이익을 초과하는 경우, 이를 예측하거나 산출할 수 없는 경우도 증여세 과세가 어렵다.

그래도 포괄증여로 본다면 증여세 과세 적용범위는 너무 넓어진다. 현행 법체계가 그러하며 앞으로 더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포괄증여라고 해도 ‘증여의 본질 및 개념’을 뛰어넘어 과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범위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포괄증여 규정에서 ‘재산의 이전’에 의한 증여는 자신의 출연과 상대방의 재산 가치 증대가 인과관계를 가진다. 반대로 ‘기여에 의한 증여’는 증여자의 출연행위의 구체적인 내용 내지 금전적인 평가가 모호한 경우까지 증여로 볼 수 있게 된다. 수증자의 재산 가치 증대와의 인과관계도 모호한 탓이다.

따라서 증여세를 절세하는 방법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 김주석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1809호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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