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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대신할 지배구조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최근 그룹사 계열사별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선임사외이사제’를 도입했다. 한화도 20년 만에 계열사 이사회를 중심으로 조직 개편에 들어갔다. 이사회는 기업의 새로운 거버넌스 트렌드가 되고 있다.

사업가라면 한 번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 확장이나 새로운 투자를 위한 사업 자금으로 활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집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대출을 받아 회사를 키우려고 할까? 회사에 유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창업자들은 이것이 단 한 번의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기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창업자가 경영자(CEO), 최대주주(오너) 및 이사회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업을 확장하려고 신규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은 기업 경영자(CEO)의 역할이다. 그리고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얻으려고 대출 서류에 사인을 하는 것은 최대 주주(오너)의 역할이다. 신규 투자에 대해 최종 결정을 하고 적정한 부채 비율을 감안해 대출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이사회의 역할이다. 이처럼 1세대 경영자 대부분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어떤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모든 사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주주, 경영자, 이사회의 역할을 직관적으로 조율한다. 또 의식하든 못 하든 모든 의사결정은 자신이 추구하는 비전(Vision)과 가치(Values), 니즈(Needs)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사회를 컨트롤 타워로 활용하라!

가장 일반적인 기업 형태인 주식회사의 경우 오너(주주), 이사회, 최고경영자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다. 하지만 각각의 책임과 역할은 서로 다르다. 오너(주주)는 회사가 경영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자금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배당 형식으로 받는다. 최고경영자는 기업의 대표가 되어 회사를 경영하고 조직의 유지와 발전을 책임진다. 그리고 이사회는 주주를 대신해 기업의 주요 업무를 관할하고 최고경영자를 견제하며 회사의 주요한 사안에 최종 의사결정과 집행을 관장한다. 주식회사의 경우 이처럼 각 의사결정 기구의 책임과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고, 이사회가 주주와 경영자 사이의 균형점 역할을 하며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창업자 세대에서는 의사결정 구조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창업자가 최대주주인 동시에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대부분 창업자가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을 맡기 때문에 회사의 지배구조 측면에서 본다면, 창업자가 동시에 1인 3역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시기 창업자들은 중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다른 사람과 의견을 조율할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3개 역할을 통합해 의사결정을 한다. 그 덕분에 의사결정이 빠르고 갈등의 여지가 전혀 없다. 하지만 세대교체로 소유권이 여러 가족에게 분산되거나 상장을 통해 주식이 분산되면 창업자가 해왔던 지배구조 방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된다. 주주의 수가 많아지고 기업의 규모가 커졌는데도 어느 한 사람이 창업자가 그랬던 것처럼 통제권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갈등의 원인이 되며, 오너리스크도 커지게 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창업자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던 지배구조를 전문화하는 것이다.

가족기업이 전문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것은 먼저 오너(가족주주), 이사회, 경영자(CEO)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하게 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결국 가업승계 계획에는 기업 지배구조의 균형점 역할을 해왔던 창업자의 역할을 어떻게 다음 세대에 잘 이전할 것인가를 계획하는 내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승계를 통해 주식을 보유한 가족 수가 늘어나면, 오너(가족주주)와 경영자 사이에서 이사회가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가족주주들이 기업에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공동의 비전과 핵심 가치, 니즈 등을 명문화하는 것을 ‘오너 계획’이라고 한다. 가족들은 오너 계획을 수립하여 이사회에 제시한다. 그리고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경영 계획을 작성해 이사회에 제출한다. 이때 이사회는 가족주주의 오너 계획과 최고경영자의 경영 계획을 검토해 이해 상충이 없는지 검토하고 이해관계자들 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처럼 이사회는 주주와 경영자 등 이해관계자 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균형점(Balance Point)’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사외이사로 오너리스크를 보완하라

기업이 초기 단계를 지나 규모가 커지면 활동적인 전문 이사회의 역할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전문 이사회는 주주를 보호하고 경영성과를 감독함으로써 기업에 전반적인 시너지 효과를 낸다. 성공적인 장수기업의 오너경영자들은 경험 있는 사외이사가 포함된 전문 이사회를 조직하여 활성화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말한다. 실제 연구에서도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를 갖춘 기업이 가족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둔 기업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이사회란 오너경영자의 가족이나 회사로부터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독립적 사외이사가 포함된 이사회를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독립이사회는 기업의 생존과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존 워드 박사는 7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독립이사회와 가족기업의 관계를 연구했는데, 독립이사회를 가진 가족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성장이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독립이사회가 있는 가족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대개 체계적인 승계계획을 가지고 있고,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가족정책을 가지고 있다. 사외이사로는 존경받는 다른 회사의 경영자를 선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성공적으로 가족기업을 경영하는 기업들은 이사회에 최소 2~3명의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이사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포함된다면 가족 갈등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방지하고 경영전략과 감시에 집중할 수 있어 더 효과적이다. 또 사외이사들은 가족 간에 서로 반대의견이 있을 경우 객관적인 조언으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가족기업에서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문 이사회를 운영하는 것은 기업의 감시나 통제라는 측면 못지않게 가족기업이 가지고 있는 오너 리스크, 즉 오너경영자의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생기는 위험을 보완해주는 장치로서 더 크게 기여한다. 세계적인 가정용품 제조업체인 SC존슨은 가족이 보유한 주식이 90%를 넘는데도 과반수 이사를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새뮤얼 존슨은 기업의 성공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저의 부친께서는 우리 내부의 재능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은 사외이사를 두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계셨고, 저희도 지금까지 그 신념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회사가 성공한 비결 중 하나가 최고의 사외이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최초로 가족기업 연구를 시작한 댄코 박사도 『가족 기업 경영법(Running a Family Business)』에서 다음과 같이 사외이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떤 기업이든 미래의 전략이나 경영진의 성과를 정기적으로 비교 검토하지 않고는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경영이 불가능하다. 이것을 하기에 가장 좋은 조직이 이사회이다. 모든 CEO에게는 유능한 사외이사가 필요한데, 사외이사는 도전자, 지원자, 집행자, 조정자의 역할뿐 아니라 조언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경영자에게 도움을 준다. 이런 이사회는 CEO가 자신을 점검하는 잣대가 되므로 목표와 책임, 성과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이사회가 성공적으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외이사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면, 사외이사제도는 의미를 잃는다.

중소기업은 자문이사회를 활용하라


중소기업의 경우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문적인 이사회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사회가 대부분 가족들로 구성되면 마케팅이나 재무, 인사, 관리 또는 해외 마케팅 등에서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신규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은 이사회의 통제를 유지하면서 외부의 조언이나 전문성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자문위원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자문위원은 기업과 연관된 분야나 재무, 마케팅, 해외마케팅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한다. 이들은 기업이 새로운 분야나 해외로 진출할 때 자신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에 조언을 한다.

승계를 한다는 것은 단지 소유권이나 경영권을 이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던 창업자가 없어도 다음 세대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더욱 체계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전문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창업자가 건재할 때 자신의 역할을 구분하여 더욱 전문적인 지배구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녀와 임직원들을 훈련하는 것이다.

-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201808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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