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로 한 가계약도 유효해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계약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계약의 내용이 되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또는 최소한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정도로 의사의 합치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불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계약은 거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그 거래조건을 기재한 의사표시(청약)를 하고 상대방이 조건을 수락(승낙)하면 성립한다. 계약이 성립하기 위한 법률요건인 청약은 그에 응하는 승낙만 있으면 곧 계약이 성립하는 구체적, 확정적 의사표시여야 한다. 청약은 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그렇다면 A와 B가 체결한 가계약은 상대방이 그에 응하는 승낙만 있으면 곧 계약이 성립할 만큼 구체적, 확정적으로 청약을 한 것인지 그 청약에 계약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계약에 본질적이거나 중요한 사항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성립 여부가 판가름 난다. 본질적 내용이나 주요 내용은 계약의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A와 B가 체결하려던 매매계약의 경우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 즉,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금원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한다. 이러한 매매계약에서 본질적이거나 중요한 사항은 매매목적물이 무엇인지, 매매대금은 얼마인지, 대금지급 방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다.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계약이 체결되면 계약은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계약에서도 마찬가지다.예를 들어 가계약서 작성 당시 또는 구두로 가계약할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 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한 것으로 본다.결국 A나 B가 가계약에 대해 어느 정도의 구체적인 조건을 듣고 계약을 체결했는지에 따라 그 가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불성립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문서, 문자나 기타 방법으로 계약 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한 다음 가계약금을 입금하거나 수령한 경우에는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러나 단순히 부동산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목적물만 특정해서 주고받은 가계약금에 대해서는 계약 불성립으로 볼 여지가 크다.그런데 계약이 불성립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가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삼아 가계약금을 몰취(매수자의 계약 불이행으로 계약금이 매도자에게 귀속되는 것)할 수 있을까. 이에 가계약을 체결할 당시 가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지 않은 이상 가계약금은 원 소유주에게 반환해야 한다.정리하면 이렇다. 부동산은 금액 자체가 크기에 가계약을 성급하게 체결하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가계약도 사적 계약이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 가계약을 체결하면서 생길 수 있는 골치 아픈 문제는 몇 가지 문구로 방지할 수 있다. 가계약서에 ‘문서로 된 본계약 체결 시까지는 계약이 성립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본다’라거나 ‘최종 합의는 본계약 체결 시 한다’는 등의 문구를 넣어 완전한 계약 체결을 어느 정도 유보해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곽종규 KB국민은행 IPS본부 WM투자본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