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은 전 세계 모든 승객을 맞는다. 기업을 넘어 자국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이유다. 하와이안항공은 하와이식 환대문화를 본사에 투영했다. 협업을 위해 모든 벽을 허물었다. 근무복장은 하와이 셔츠다. 10월 말 호놀룰루에 있는 하와이안항공 본사를 찾았다.
▎1. 하와이안항공은 가운데 통로를 뚫어 높은 천장을 활용했고 곡선형의 무드등과 따뜻한 색감의 의자로 투박함을 보완했다. 채광 효과를 높이고 조도를 낮췄다. / 2. 로비에 있는 푸알라니 상징과 형형색색의 그라 피티가 하와이안항공사 이미지를 드러내준다. / 3. 대화를 유도하는 카페테리아 ‘런치박스’. / 사진:박지현 기자, 하와이안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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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반 사무직보다 더 많은 협업(collaboration)이 필요한 조직입니다. 전 세계 고객들에게 서비스부터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모든 부서가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하죠. 사무직, 조종사, 교육 중인 승무원, IT 개발, 상황실, 공항수화물 취급 등 부서 간 목표에 관한 집중력 있는 대화가 중요합니다. 이들이 한데 섞여 자연스러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효율적인 공간이 필요했어요.”하와이안항공 본사에서 만난 피터 인그램 CEO의 말이다. 호놀룰루 국제공항 바로 옆에 있는 하와이안항공은 내년이면 설립 90년을 맞는다. 미국 국적기 중 세 번째로 오래된 항공사다. 현재 미국 본토 주요 12개 도시와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운행한다. 주내선을 포함해 매일 250편이 넘는 항공기가 뜬다. 하와이안항공은 현재 직원 약 7200명(2018년 11월 기준)으로 본사에는 8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하와이안항공은 1.2만㎡에 달했던 사무실 내부를 모조리 헐어 2013년 오픈형 오피스를 만들었다. 당시 부사장이었던 피터 인그램 대표는 “사무실이 온통 벽과 파티션 천지였고 심지어 복도까지 공간이 단절돼 있었다”며 “리모델링의 효과엔 자신이 없었지만 열린 공간이 더 낫다는 생각엔 확신이 섰다”고 했다. 시공은 건설업체 Nordic PCL이, 설계는 글로벌 오피스 전문 디자인업체 짐머군술프라스카건축(ZGF)이 맡았다. 수천만 달러를 투자한 오피스는 넓은 공간 활용과 하와이안항공만의 개성을 살린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대화 유도하는 열린 카페테리아
▎오픈 오피스 전경. 가장자리엔 직원들과 같은 CEO 자리가 있고, 직원들은 모두 하와이 셔츠를 입는다. / 사진:박지현 기자, 하와이안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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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그램 대표는 열린 공간이 협업을 원활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장이라 믿었다. 카페테리아 ‘런치박스(Lunch box)’가 대표적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오피스를 꾸릴 때 가장 중시하는 곳도 식당이다. 인그램 대표는 “책상에 앉아서 혼자 식사하는 게 아니라 다른 부서 사람들과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며 “아까도 식당에서 IT 팀 직원들과 한참 풋볼 시합 얘기를 하며 웃다 왔다”고 했다.수평적인 소통문화는 직원들의 업무 공간에도 적용됐다. 인그램 CEO의 집무 공간은 완전히 오픈된 사무실 가장자리에 있다. 깨끗이 정리된 책상, 의자, 컴퓨터는 직원들의 것과 동일한 제품이다. 가벽도 없이 직원들과 앉아 대화를 주고받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다. 직원들의 책상은 널찍한 ‘ㄷ’ 자 형태로 가용 공간을 넓혔다.건물은 3개 층 높이로 천장이 매우 높아 확 트인 효과를 준다. 자연스럽게 쾌적함도 커진다. 한편 천장이 지나치게 높으면 창고처럼 투박하거나 휑한 느낌을 줄 수 있는데, 빛이나 가구로 아늑함을 높여 보완했다. 외벽에 최대한 창문을 크게 만들어 자연광이 스며들게 했다. 반대로 조도는 낮게 설정하고 밝은 컬러의 가구로 무게감을 줄였다. 부드러운 커튼으로 회의실 블라인드를 대신하고 로비마다 곡선이 많은 의자들을 놓아 부드러움을 더했다. 벽화도 일조했다. 형형색색의 세계지도 그라피티부터 큰 여행가방 그림은 여정을 책임지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한다. 항공기 엔진을 그려 넣은 것도 시선을 사로잡는다.오피스 내부는 하와이안 항공사답게 전반적으로 하와이의 ‘알로하 스피릿(Aloha spirit)’이 묻어난다. 오가는 직원들의 근무 복장은 하와이 셔츠다. 공식 유니폼이 아니다. 하와이 어느 매장에서든 각자 구입한 하와이 셔츠면 된다. 자유롭지만 통일감을 주는 복장으로 분위기가 자연스레 활기차 보인다.곳곳엔 이렇게 하와이 지역 특성이 살아 있다. 중앙 로비에선 푸알라니(Pualani) 설치물이 반긴다. 각 부서에 있는 작은 카페테리아마다 해조류로 그려진 칸막이는 하와이 바다를 연상케 한다. 복도엔 지역 예술가들이 하와이의 별종 식물이나 해양동물 사진들을 찍은 작품을 격월로 전시한다. 회의실 이름은 하와이의 계곡, 산, 화산 이름을 따서 붙였다. 인그램 대표는 “하와이 지역 특성을 살린 인테리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직원들에게 하와이 문화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고 강조한다.용도에 따른 회의실도 대폭 확대했다. 1~20명 이상이 이용할 수 있는 회의실은 총 76개로 5층에 12개, 4층에 18개, 3층에 46개가 있다. 인그램 대표는 “계획보다 50% 이상 더 많은 회의 공간을 갖게 돼서 기뻤다”며 “과거엔 회의실이 없어 우왕좌왕한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내년이면 설립 90주년을 맞는 하와이안항공은 몇 년 전부터 지하에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다. 하와이안항공의 역사를 모은 아카이브 창고다. 고서에서만 나는 묵은 나무 냄새가 진동했다. 항공사 직원이나 승객들의 물품을 기증받고 있다. 커뮤니케이션팀 직원 알렉스가 이날 도착한 박스를 뜯어 보여줬는데, 낡은 수첩, 항공기 모자, 면도기, 기내 기념품 등이 들어 있었다. 수첩에는 연필로 빼곡히 항공 일지가 적혀 있다. 본사 건물 1층 입구부터 이어진 벽에도 승무원들의 유니폼과 비행기 변천사 등 90여 년에 이르는 회사 연대기를 걸어뒀다.
▎피터 인그램 하와이안항공 CE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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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시설 갖춘 24시간 상황실
▎24시간 쉬지 않는 상황실: 1. 항공사의 핵심부서라 할 수 있는 상황실. 하와이안항공사도 24시간 내내 기상상황과 잠재 변수를 통제 관리하며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곳이다. / 2,3. 운항관리사는 모든 잠재적 변수를 예측하거나 실시간 모니터링 하면서 모든 상황과 안전한 항로를 조종사들에게 알려준다. / 사진:박지현 기자, 하와이안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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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오피스에서만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상황실로 불리는 시스템운영관리센터(SOCC)와 조종사들의 시뮬레이션 방이다. 최첨단 시설과 모니터로 가득 찬 상황실에선 긴장감이 느껴진다. 상황실은 하와이 항공편의 운항관리를 담당하는 핵심 부서다. 직원 120명이 3교대로 근무하면서 조종사들과 비행경로를 계획하고 연락한다. 데이비드 라우즈 총괄은 “호놀룰루는 대부분 일 년 내내 맑은 날씨지만, 많은 여행지가 악천후를 겪기 때문에 늘 주시하고 있다”며 “가장 안전한 비행경로를 선택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시뮬레이션 룸: 1. A330 기종의 항공기 크기나 실제에 가장 흡사한 시뮬레이션 룸. / 2. 조종사들은 교육을 받거나 논의할 때 시뮬레이션 룸에서 한다. / 사진:박지현 기자, 하와이안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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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안항공 조종사는 800여 명에 이르고, 조종 훈련 겸 시뮬레이션을 시행해볼 수 있는 룸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교육이나 출장 등 오랜 비행으로 지쳐 있을 직원들을 위해 샤워 시설과 낮잠 자는 곳도 마련했다. 육아맘을 위한 ‘마더스룸(Mother’s room)’도 있다. 직원들의 필요에 따라 나뉜 다양한 공간은 각각의 업무를 얼마나 섬세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피터 인그램 대표는 오피스 공간이 회사 문화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리모델링한 공간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관계를 맺는 방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직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서 보낸다는 걸 잊어서는 안 돼요. 집만큼이나 편해야 하고, 주인 의식을 갖출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중요합니다. 이는 결국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집니다.” 하와이안항공은 지난해 사옥 건설을 위해 주변 건물을 통 크게 매입했다.- 호놀룰루=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1. 로비에는 하와이안 스타일의 아늑한 쇼파가 반긴다. / 2. 로비서부터 천장이 높은 통로형태로 쾌적함을 높였다. / 3. 자칫 휑하거나 창고형 처럼 보일 수있는 넓은 공간에 조명을 아늑한 무드 등으로 따뜻한 효과를 줬다. / 4. 휴식용 의자는 곡선 형태의 밝은 컬러로 경쾌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 사진:박지현 기자, 하와이안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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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전경: 1. 직원들이 일하는 오픈 오피스. 'ㄷ'자 형태로 가용 공간을 넓혔고, 벽은 허물었다. 2. 완전히 개방된 공간임에도 조용한 분위기다. 3. 근무복장은 하와이셔츠. 자유로우면서도 통일 된 효과를 준다. 4. 직원마다 신호등처럼 불빛이 들어오는 데스크라이트(desk light)가 있다. 오픈된 공간이어서 업무 방해를 막기 위한 신호다. 파란색은 커뮤니케이션 가능, 빨간 색은 업무가 바쁨, 노란색은 부재 중이란 뜻이다. 5. CEO의 업무공간은 직원들과 동일한 책상 컴퓨터로 자리도 오피스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다. 피터 인그램 CEO. / 사진:박지현 기자, 하와이안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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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안항공사만의 브랜드 스타일: 1.직원 사무실의 전경 중 벽에는 가방 모양의 그림으로 여정을 책임지는 항공사의 느낌을 살렸다. / 2. 하와이안항공엔 하와이 지역과 브랜드를 살리는 포인트 인테리어가 있다. 부서마다 있는 카페테리아의 칸막이는 해조류 모양을 그려 바다를 연상시킨다. / 3. 회의실 이름은 하와이의 산,계곡 등의 이름을 넣었다. 벽에 걸린 사진들은 지역 아티스트들의 사진을 격월로 전시한다. / 4. 항공기 엔진 모양의 그림. / 5. 항공기 바퀴 모양의 그림. / 사진:박지현 기자, 하와이안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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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주년 항공사의 역사 담긴 아카이브: 1. 하와이안항공은 내년이면 90주년을 맞는다. 큰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해 90년 역사를 담는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가장 첫 항공기모형을 들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팀 알렉스 다 실바. / 2. 전 직원들이 과거의 물품들을 기증한다. / 3. 예전에 쓰였던 기내용품. 면도기와 파우치. / 4. 항공일지가 연필로 적혀있다. / 사진:박지현 기자, 하와이안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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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모이는 런치박스: 1. 런치박스는 협업공간으로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점심시간이 되면 어떤 부서건 서로 섞이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 2. 수제버거는 일품이다. / 사진:박지현 기자, 하와이안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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