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가족자산(Family Asset)‘가족자산’이란 가족을 지배하고 있는 고유한 문화와 정신, 기업의 이름이나 역사, 문화와 전통, 경영 목적 등 가족이 보유한 무형의 자산을 의미한다. 이는 수 세기 동안 가족들을 하나로 결속하는 동시에 기업의 전략적 기초가 됐다. 특히 가문의 성(姓)을 회사명으로 하는 경우 회사의 존폐는 가문의 명예와 직결되기 때문에 후세는 책임감을 가지고 경영에 임하게 된다.예컨대 도요타는 안전한 차를 만드는 것으로 평판을 쌓았으나, 2009년 미국에서 한 가족이 브레이크 고장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190만 대를 리콜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로 인해 전문경영인이 해임되고 부사장이던 도요타 가족의 대표 아키요 도요타가 최고경영자로 나섰다. 당시 그가 최상의 CEO였는지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도요타라는 가족 이름이 있었다. 그는 미국 청문회에서 가족 이름을 걸고 사죄했다. 그는 “제 이름은 아키요 도요타입니다. 제 이름은 제가 파는 모든 자동차에 들어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모두 제가 잘못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그날 도요타 주가는 3% 가까이 올랐다. 도요타 가족의 이름이 신뢰를 준 덕분이다.이처럼 장수기업들은 자신들이 왜 가족기업으로 이어가야 하는지, 가족으로서 기업에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신뢰와 같은 무형자산을 계승하려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성을 저해하는 문제 해결능력가족기업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장애물은 가족 장애요소, 시장 장애요소, 제도적 장애요소 3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가족 장애요소는 대를 이어갈수록 가족의 수가 늘어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가족 간 갈등이나 차세대 리더십 부재, 상속 분쟁, 기업 성장을 위해 상장하거나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 가족의 통제력을 유지하는 문제 등이다. 둘째, 시장 장애요소는 고객 수요의 변화, 성장을 위한 자본의 제약, 기술발전 등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셋째, 제도적 장애요소는 세금이나 정부규제, 투자자 보호와 같이 기업경영과 직결되는 제도에 관한 것이다.장수기업들은 자신들이 대면할 수 있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다각도로 점검하고 대처해나간다. 예를 들면, 가족 장애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가족회의를 열어 가족의 미래 꿈과 비전을 공유하고 가훈이나 가족헌장을 제정해 가족 간 갈등을 예방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시장이나 제도적 변화에 늘 관심을 기울이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도 만든다. 장수기업들은 자신들이 현재 또는 미래에 당면하게 될 장애물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도전 과제를 잘 해결해온 기업들이다.
뛰어난 적응력과 혁신성장수기업들은 지속적으로 혁신에 투자하여 30~40년마다 변화를 꾀한다. 혁신은 시대와 고객의 니즈에 맞는 신상품이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 신시장 개척, 신사업 진출 등을 말한다. 혁신 없이 한 세기 이상 생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일반적으로 혁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주로 기술과 신제품을 염두에 둔다. 물론 ‘기술’은 혁신의 핵심 요소다. 그러나 혁신이란 기술과 제품에 한정되지 않고 사업의 모든 분야를 포괄한다. 장수기업들을 보면 그들은 공정 혁신, 유통, 판매, 마케팅 혁신을 미뤄 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있다.에노키앙협회 회장은 “기업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변화에 열려 있었다는 점이다. 바뀌는 시장 환경에 늘 빨리, 유연하게 적응했다. 현금흐름이나 단기 매출에 관심을 쏟지 않고 고객과의 신뢰, 제품 기능에 더 신경을 쓴다”고 했다. 장수기업들은 혁신 DNA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핵심사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제품 구성을 새롭게 하고 시장을 넓히는 데 주력한다.
제도화된 승계계획에노키앙 회원사들은 가족기업마다 고유한 승계 모델을 가지고 있다. 실제 1300년 동안 가족기업으로 유지된 일본 호시료칸 여관은 장손이 경영권을 물려받는 전통이 있지만, 아들이 없거나 아들에게 능력이 없을 때는 데릴사위를 들여 승계해왔다. 일본 기업들은 장자계승의 전통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조건 ‘승자독식’의 방식도 아니다. 기업을 계승한 후계자에겐 기업뿐만 아니라 전체 가족을 돌보아야 하는 책임도 함께 주어지는 탓이다. 1662년 벨기에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네덜란드로 피신한 신교도인 야코프 반 에그헌은 암스테르담에서 조그만 무역 회사로 시작해 350년 넘는 시간 동안 시대 흐름을 타고 다양한 업종으로 변신했지만, 여전히 창업자 가문의 후손이 대를 이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디키이퍼라는 회사는 자녀들이 자질이 없다고 판단될 때는 전문 경영인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이어간다. 가족기업마다 승계 모델은 다양하지만 모두 가문에 적합한 승계방식을 제도화하고 있으며 모두 다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