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Home>포브스>Company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 오피스(7)] 맥도날드 McDonald’s 

“층마다 여행하듯 스토리를 입히다”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오피스 디자인에서는 판매하는 제품의 특징을 표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게 제일 상징적이다. 기업의 정체성이 뚜렷한 기업이 새 단장을 하면 어떤 모습일까? 세계 최고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맥도날드(Mcdonald’s) 본사가 지난해 이전했다. 마침 한국맥도날드도 올해 2월 서울 종로타워에 둥지를 틀었다. 오피스는 멋지기만 한 게 아니다. 맛있고, 재밌다.

▎맥도날드 본사의 ‘햄버거 유니버시티’ 입구. 매장 직원들을 교육하는 곳이다. / 사진:맥도날드
색깔 심리학(Color psychology)에 따르면 노란색은 굉장히 높은 에너지를 가진 색이다. 활기차고 신선하다. 밝고 따뜻한 조명 같기도 하다. 빈센트 반 고흐는 “노란색이 얼마나 멋진 줄 아나. 햇빛을 상징하니까”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는 색이다. 맥도날드는 노란색의 강렬함을 잘 살려 마케팅에 성공한 기업 중 하나다. ‘황금 아치’로 불리는 대문자 M을 내세워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 현재 전 세계 120개국 3만7000개 매장에 이 간판이 걸려 있다. 매장 직원 수만 150만 명에 달한다. 맥도날드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신화가 됐고 설립자의 스토리는 2016년 [파운더(The founder)]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맥도날드는 시대 변화에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식이요법과 운동이 각광을 받으며 ‘웰빙’ 의식이 높아졌고 맥도날드는 ‘정크 푸드’라는 낙인이 찍혔다. 동종업계와 수제 버거까지 경쟁에 가세하며 도전은 계속됐다. 맥도날드는 그때마다 프리미엄 샐러드, 해피밀, 맥카페, 시그니처 버거를 출시해 ‘최초’ 타이틀을 지켰다. 전 세계 인구의 1%가 맥도날드 제품을 소비하니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미국의 ‘문화’로 자리 잡은 맥도날드는 더 과감한 걸음을 뗐다. 설립 반세기 만에 새 오피스 이전을 결정한 것. 일리노이주 오크브룩에 있던 본사를 도심으로 옮겼다. 맥도날드 신사옥이 들어선 시카고 웨스트루프는 구글 미 중서부 본사가 입주하며 핫플레이스(hot place, 인기 있는 지역)로 각광받는 곳이다. 특히 방송계 거물 오프라 윈프리 쇼의 무대였던 하포 스튜디오를 헐고 4만4593㎡에 달하는 9층 건물로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맥도날드 본사는 지난해 문을 열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새 오피스의 주된 콘셉트는 ‘미래’지만 맥도날드 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다양한 형태로 관통한다.

‘햄버거 대학교(Hamburger University).’ 황금색 감자튀김 모양이 빛나는 입구는 맥도날드 여러 입구 중 하나다. 햄버거 왕국다운 위용이다. 햄버거 대학교는 맥도날드가 1960년대 매장 직원 교육을 위해 만든 장이다.


▎일도 하고 쉴 수도 있는 맥도날드 본사 워크 카페. / 사진:맥도날드
맥도날드 본사는 직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모이는 공간으로 구현해냈다. IA 인테리어 아키텍트와 Studio O+A가 디자인을, 겐슬러(Gensler)가 건축을 맡았다. Studio O+A는 페이스북, 옐프(YELP), 나이키, 우버,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작업을 맡았던 회사다.

외관부터 도전이었다. 맥도날드 본사는 과거 수평적이었던 교외 캠퍼스 건물을 수직 형태로 바꿨다. 오피스 프로젝트 팀은 설계를 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층마다 여행을 하듯 스토리를 짜는 것”이었다고 했다. 각 층에 주제를 부여했다. 주방, 물류, 농업, 비즈니스 등 다양한 방면에서 혁신을 시도한 기업을 만날 수 있다. 1층은 사명 중 하나인 ‘모든 좋은 것은 주방으로부터 온다’를 구현한 맥도날드 주방이다. 각 층의 주제를 보면, 2층은 가맹점 직원 트레이닝 프로그램, 3층은 환경친화적 농업 방식, 4층은 세계의 맛에 초점을 맞췄다. 5층은 포장 디자인, 6층은 어린이 고객과 함께한 맥도날드다. 7층은 회사의 비전을 담은 사명, 8층은 명예의 전당이다. 옥외 휴게공간은 도심 경관과 어우러지는 조경으로 하늘과 맞닿은 듯하다.

인테리어에 맥도날드 시그니처 컬러인 옐로 골드(YELLOW GOLD)와 포인트 레드(POINT RED) 활용은 필수다. 의자는 의도적으로 다양한 디자인과 색깔을 고루 섞어 진부함을 피했지만 과하지 않다. 공간마다 적절히 통일감을 주어 깔끔함을 지향하는 최근의 오피스 디자인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다채로운 콘셉트가 눈을 사로잡는 반면,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도 도드라진다. 라운지에 맥도날드 심볼인 M자 아치를 따뜻한 나무 소재로 만드는가 하면, 명예의 전당으로 향하는 계단은 철재를 사용해 역동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천장부터 크고 작은 원들이 버들잎처럼 매달려 있는 조형물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햄버거를 연상시킨다. 곳곳에 대형 튀김 바구니나 감자튀김 박스 모형이 그려져 있고 계단 사이엔 햄버거의 원과 잘린 감자 모양을 기하학적 패턴으로 표현했다. 그야말로 햄버거 왕국이다.

‘즐거움을 주는 문화’를 추구하는 기업인 만큼 추억을 노린 재치도 엿보인다. 어린이를 위한 ‘해피밀’ 세트를 한두 번 구입해봤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장난감이 포함된 햄버거 세트라 인기가 굉장했다. 6층 벽면 전체를 빼곡히 장식한 해피밀 장난감 벽(Happy Meal Toy Wall)은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햄버거 제품 광고로 쓰였던 역대 마케팅 문구를 벽에 새긴 디자인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곳은 맥도날드 본사이자 문화센터, 학교, 역사 박물관이다.

한국맥도날드의 오피스로 가보자. 국내 400여개에 달하는 매장을 보유한 한국맥도날드는 조주연 대표가 이끄는 사람중심 경영과 꾸준한 사회공헌활동, 다양한 이벤트로 이미지 제고에 힘썼다. 한국맥도날드 본사는 새 성장 동력을 모색하듯 2월 말 서울 종로타워로 이전했다.

Z세대 인재 영입을 위한 한국 오피스


▎맥도날드 시티뷰 바. / 사진:맥도날드
한국맥도날드 오피스는 글로컬(글로벌+로컬)의 정석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한국형’ 조직에 맞게 구현했다. 480㎡로 규모는 아담하지만 효율적이다. 식전이면 강렬한 식욕이 느껴질 만한 공간도 적지 않다. 오피스 가운데를 차지하는 커다란 벽은 대형 M 모형인데, 이 사이를 메운 무늬는 바로 공중에 흩뿌리듯 떠 있는 듯한 감자튀김이다. 오피스 곳곳에 있는 둥그런 기둥은 햄버거 치즈가 흘러내리는 모양이다. 맥도날드의 빵이 떠오르는 참깨 패턴은 인테리어의 포인트가 됐다.

특히 한국맥도날드는 한국 사회의 조직문화를 세심하게 고려한 면이 돋보인다. Z세대의 관심사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올해 한국에서 Z세대 절반인 336만 명이 성인이 됐다. 이들의 사회지향적 태도와 개성을 포용한 디자인은, 인재 영입을 적극 고려해 이전한 미국 맥도날드 본사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오피스 디자인에 고심을 거듭했다. 이화여대에서 생활미술학을 전공하고 고려대 산업디자인 석사, 일리노이 공대 디자인 전략기획 박사과정을 마친 조주연 대표의 열정도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조 대표는 “독립적이고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Z세대를 새 식구로 맞이하기 위해서 고민과 준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낮은 칸막이 책상과 개방된 공간은 자유로운 소통을 추구하는 세대 요구를 반영한 부분이다. 직원들은 업무 방식이나 개인 특성에 따라 매일 다른 자리로 이동하는데, 한자리에 3일 이상 앉을 수 없다. 임원도 모두 자율 좌석제다. 다소 불편할 거라 생각했던 우려는 기우였다. 김미정 HR비즈니스 파트너는 “타 부서 업무 이해도가 높아졌다”며 ”전체적인 비즈니스 진행 방향과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되니 업무가 더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눈이 부시지 않는 조명과 적절한 채광은 필수다. 임직원이 업무에 관한 피드백을 주기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동선도 효율적으로 짰다.


▎비대칭 계단이 돋보이는 아트리움. / 사진:맥도날드
반대로 휴식공간은 자유로운 개방감을 연출하는 데 공을 들였다. 사내 ‘맥카페’는 작은 맥도날드 카페를 연상시킨다. 실제 매장에서 사용하는 메뉴 보드와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오피스 중앙에 있어 누구에게나 가깝다. 직원은 언제든 갓 구운 따뜻한 잉글리시 머핀과 맥카페 커피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간단한 업무 및 소규모 미팅 공간으로도 활용한다. 실제 맥도날드 매장에 비치된 RMHC(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 디지털 기부함도 설치돼 자연스럽게 기부 문화를 독려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사무실보다 원활한 소통, 다양성 존중,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도록 했습니다.” 오피스 이전을 총괄한 이범규 맥도날드 피플팀 오피스 앰배서더 TFT 리더가 말했다. 그는 “오피스 이전 및 조직문화를 담당하며 새 오피스에서 근무할 직원들의 감정까지 꼼꼼히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최준용 오피스 서비스팀 컨설턴트는 “맥도날드의 ‘프로페셔널리즘’, ‘합리성’,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해 자발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문화를 정착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새 사무실에서 사용할 사무 가구나 색상 등을 직접 투표해 정했고 회의실 이름을 짓는 이벤트도 열어 직원들 참여를 독려했다. 수유실을 포함해 개인 사물함과 옷장도 마련했다. 회사 주변 맛집 지도인 ‘맥슐랭 가이드’도 발행했다. 김명희 브랜드 마케팅팀 어시스턴트 매니저는 “적극적인 의견수렴과 설문조사를 한 후 만들어진 공간이라 그런지 오피스에 애정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오피스 이전의 목표가 직원들의 ‘필 굿 모먼트(Feel good moment, 기분 좋은 순간)’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모든 고객에게 선사하기 위한 서비스 정신인 만큼 임직원도 일하면서 ‘필굿 모먼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맥도날드가 지향하는 ▲Customer Obsessed(고객중심의 문화), ▲Better Together(함께해 더 나은 문화), ▲Committed to Lead(먼저 나서서 이끄는 문화)가 새로운 오피스와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완전히 혁신 그 자체야!” 영화 [파운더]에서 맥도날드 설립자 레이 크록은 처음 스피디 자동화 기계를 도입한 가게를 보고 탄성을 내뱉는다. 세계 최초 프랜차이즈로 역사를 연 맥도날드의 발견이다. 맥도날드 오피스는 탄생 비화만큼이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혁신 그 자체’다.


▎역대 해피밀 토이를 전시해 둔 벽. / 사진:맥도날드



▎오피스는 시그니처 컬러인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 사진:맥도날드



▎감자튀김과 튀김 바구니 형상을 벽에 넣었다. / 사진:맥도날드



▎한국맥도날드의 1인 좌석 모형도 큰 M 모형을 땄다. / 사진:맥도날드



▎좌율좌석제를 운영하는 한국맥도날드. / 사진:맥도날드



▎중앙 라운지는 맥도날드 매장을 그대로 구현했다. / 사진:맥도날드


201906호 (2019.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