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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 대기자의 ‘CEO의 서재를 위한 비즈니스 고전’(7) 

데일 카네기 『걱정하기 그만두고 살기 시작하는 법』 

우린 걱정을 달고 산다. 적당한 걱정은 삶에 자극을 주지만, 항상 그 이상을 걱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자기계발계의 대가인 데일 카네기도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책 이름도 ‘걱정하기 그만두고 살기 시작하는 법’이다. 요한 바오로 2세, 워런 버핏도 솔깃했다는 내용이 궁금하다.

불교 속담은 다음과 같이 걱정이 쓸데없다고 말한다. “만약 여러분이 고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약 여러분이 고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If you have a problem that can be fixed, then there is no use in worrying. If you have a problem that cannot be fixed, then there is no use in worrying.)”

걱정은 인간 조건(human condition)의 감초(甘草)다. 왕후장상이건 노비·노예건, 최고경영자(CEO)건 신입사원이건, 대통령이건 공시생이건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세계 최고 부자도, 노숙인도 뭔가 걱정한다. 산다는 것은 곧 걱정하는 것이다. 영면(永眠)을 취하고 있는 사람도 뭔가 걱정이 있을지 모른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 기간에 문명과 거의 동의어였던 고등종교는 걱정에 대해 ‘미묘하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해결책을 제시한다.

근심·걱정 탈출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종교인 불교의 창시자 부처는, 기원전 1세기경 스리랑카에서 문자화된 최고(最古) 경전 『숫타니파타』에서 이렇게 말한다.

-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인해 기뻐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로 인해 기뻐한다. 사람들은 집착으로 기쁨을 삼는다. 그러니 집착할 것이 없는 사람은 기뻐할 것도 없으리라.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인해 근심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 때문에 걱정한다. 사람들이 집착하는 것은 마침내는 근심이 된다. 집착할 것이 없는 사람은 근심할 것도 없다.”

- “‘나는 무엇을 먹을까?’ ‘나는 어디서 먹을까?’ ‘어젯밤 나는 잠을 편히 자지 못했다.’ ‘오늘밤 나는 어디서 잘 것인가?’ 집을 버리고 진리를 배우는 사람은, 이러한 네 가지 걱정을 극복하라.”

-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 사랑으로부터 근심·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인간 조건의 핵심 중 하나인 걱정 문제에 대해 그리스도교의 구약 경전은 이렇게 말한다.

“딸은 아비에게 남모르는 근심거리여서 딸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적도 많다. 딸이 젊을 때는 시집을 못 갈까 걱정이고 시집을 가면, 소박을 맞을까 근심이다. 처녀 때에는 혹시 유혹에 빠질까 걱정, 출가 전에 아기를 가질까 걱정, 출가 후에는 빗나갈까 걱정, 시집가서도 자식을 못 낳을까 근심한다.”(『집회서(43:9~10)』)

신약 『마태오의 복음서』(6:25~34)는 결론적으로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고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산상수훈’이나 ‘주님의 기도’보다도 중요한 예수의 말이다. 예수의 ‘걱정 무용론’이라는 제목을 붙이면 어떨까.

걱정에 대한 불교의 솔루션은 집착을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솔루션은 믿음을 갖는 것이다.

종교를 믿는 사람은 종교 속에서 걱정에 대한 해답을 얻으면 된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가…. 데일 카네기의 『걱정하기 그만두고 살기 시작하는 법』이 한 가지 길을 제시한다. 뇌과학의 발전 이전에 쓰인 책이라는 한계는 있다.

환경이 같아도 환경에 대응하는 행동 양식과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의 성공과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환경 그 자체가 아니라 환경에 반응하는 행동이다. 경기가 좋았을 때 망한 기업이 있고 경기가 나빴을 때 흥한 기업이 있다.

걱정 없는 비즈니스피플이 어디 있겠는가. 경기가 좋건 나쁘건 말이다.(성조 단군 이래 경기가 좋았던 적이 있을까.)

같은 위기에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모든 기업 환경 여건이 좋은데도 기우(杞憂)를 스스로 불러들이는 사람이 있다. 기우는 “앞일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을 함. 또는 그 걱정”이다. 그야말로 “걱정도 팔자다.”

적당한 걱정은 삶에 자극을 준다. 생산성도 올라간다. 걱정은 ‘내 삶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경고음일 수도 있다. 걱정이 지나치면 약물 투여나 심리적 상담 치료가 필요한 범불안장애(汎不安障碍,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GAD)에 빠질 수도 있다.

걱정은 그림자처럼 피할 수 없지만 좋은 책 한 권으로도 얼마간 걱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자기계발의 아버지’, ‘자기계발의 메시아’라 불리는 데일 카네기(1888~1955)가 지은 『걱정하기 그만두고 살기 시작하는 법(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1948, 이하 『걱정 그만』)이 그런 책이다. 600만 부 이상 팔린 책이다. ‘비즈니스 걱정의 50프로를 즉시 제거한다’고 주장하는, 별로 겸손하지는 않은 ‘거만한’ 책이다. 우리 말로는 『자기관리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데일 카네기의 대표작은 사실 전 세계에서 수천만 부가 팔린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이는 법(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1936)이다. 우리말 제목이 『인간관계론』인 이 책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읽었으며 워런 버핏, 리 아이아코카의 대중공포증을 없애준 책이다.

비즈니스 걱정 50% 즉시 제거한다는 결코 ‘겸손하지 않은’ 책


▎『걱정하기 그만두고 살기 시작하는 법』의 한글판 표지.
걱정을 달고 살던 많은 사람이 『걱정 그만』을 발견하고 빛을 발견한다. 읽고 또 읽는다. 실생활에서 적용 가능한, 효험이 입증된 여러 걱정 처리 요령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6분의 1은 명사들의 실제 걱정 극복기다. ‘나는 알라의 정원에서 살았다’, ‘나는 내 아내가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고 걱정하기를 그만두는 두는 법을 배웠다’ 같은 제목이 독서 욕구를 자극한다.

일을 조직하고 위임하고 감독하는 요령도 알려준다. 『걱정 그만』은 당장 필요한 일거리 서류를 제외하곤 책상을 치우라고도 권고한다. 사실 책상만 깔끔하게 정리해도 세상이 달라 보이고 삶의 의욕이 불끈불끈 치솟을 수 있다.

아무리 위대한 명저도 몇 마디로 요약하면 별 게 없다.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이는 법』도 ‘실망스러울’ 정도로 간단하다. 이런 내용이다. 웃어라.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하라. 말싸움하지 말라. 절대 남의 잘못을 지적하지 말라. 『걱정 그만』도 우리가 모두 아는 내용이다. 이론과 실천 중에서 중요한 것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카네기는 “우리가 대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명체는 논리가 아니라 감정의 동물이다”라고 했지만 『걱정 그만』은 이성에도 호소한다. 이성과 감정 모두를 통제하는 가운데 이성과 감정 사이에 균형을 잡을 수 있으면 만사형통이다.

이 책의 힘은 위인들의 언행을 인용하며 우리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데 있다.

고백하자면 기자는 이 책을 대학 1학년 때 읽었다. 꿈이 많지만 걱정도 많은 그 시절에 『걱정 그만』은 빛이요 예수님·부처님 말씀이었다. 수십 년 동안 요긴하게 써먹은 요령은 최악의 결과를 생각해보면 사실 별것 아니라는 이 책의 내용이었다. 걱정할 게 없다는 말이다. 카네기는 이렇게 말한다.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순간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게 된다. 그리고 이는 자동으로 뭐든지 얻을 것만 남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생각이 힘이다. 카네기의 말처럼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건 우리의 생각이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무슨 일이 생기든 ‘나’로 남으라. ‘딴 사람’이 되지 말라”라는 게 카네기의 권고다. 더 나다운 나, 평소에 되고 싶었던 나가 되라는 것이다.

『걱정 그만』은 옛날 책이라 표현이 좀 거친 면도 있다. 걱정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원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원수들을 미워할 때, 우리는 원수들에게 우리를 좌지우지할 힘을 준다. 우리의 수면·식욕·혈압·건강·행복을 해칠 힘 말이다.(“When we hate our enemies, we are giving them power over us: power over our sleep, our appetites, our blood pressure, our health, and our happiness.)” “우리의 모든 약점을 찾아내 고치자. 우리 원수들이 ‘지적질’을 할 기회를 얻기 전에 말이다.” 카네기는 아이젠하워의 다음 말도 인용한다.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데는 단 1분도 허비하지 말자.(Let’s never waste a minute thinking about people we don’t like.)”

사실은 나 자신이 원수다.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바로 나다. 원수를 생각할 시간이 있으면 오늘을 생각해야 한다. 원수를 생각할 시간에 기도를 하고 불공을 드리고 행동을 해야 한다. 카네기에 따르면 ‘죽은 어제(dead yesterdays)’ 때문에 괴로워하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내일(unborn tomorrows)’을 걱정하는 것은 아무 쓸데가 없다. 그는 “오늘은 어제 여러분이 걱정하던 내일이라는 것을 기억하라(“Remember, today is the tomorrow you worried about yesterday.)”며 “우리가 가진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건 ‘오늘’이다. 우리가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것은 오직 ‘오늘’뿐이다”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어제와 내일에서 해방되면 현자가 된다. “현명한 사람은 매일매일 새로 태어난다.”

“결정하면 걱정의 50%는 사라진다”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가 그린 ‘걱정’(1894). / 사진:구글 아트 프로젝트
그렇다면 오늘 할 일은 무엇인가. 결정이다. 카네기의 경험에 따르면 명확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 걱정의 50%는 사라진다. 결정을 실행해 옮기기 시작하면 걱정의 40%는 사라진다. 결정과 실천은 다음 순서대로 하면 된다. (1) 내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구체적으로 글로 써본다. (2) 걱정을 없애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쓴다. (3)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한다. (4) 결정한 바를 즉시 실행하기 시작한다.

결정을 내렸건 아직 못 내렸건 바쁘게 살아야 한다. 바쁘면 걱정할 틈이 없다. 카네기는 이렇게 말했다. “행동하지 않는 데서 의혹과 두려움이 생긴다. 행동은 자신감을 낳고 용기를 낳는다. 두려움을 정복하려면 집에 앉아 생각만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 바쁘게 움직여라.” 카네기는 “아는 것은 힘이 아니다. 실천하기 전까지는”이라고도 말했다.

행동과 걱정의 관계에 대해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1874~1965)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무행동에 대해서만 걱정할뿐, 행동에 대해서는 절대 걱정하지 않는다.(I never worry about action, but only about inaction.” 또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1915)로 유명한 시인 로버트 리 프로스트(1874~1963)는 이렇게 말했다. “일보다는 걱정이 더 많은 사람을 죽이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이 일하기보다는 걱정하기 때문이다.(The reason why worry kills more people than work is that more people worry than work.)”

카네기는 개방적 신앙인이었다. 개신교 신자였으나 오후에는 종종 인근에 있는 가톨릭 대성당에 가서 기도했다. 『걱정 그만』에는 고대 인도의 시인·극작가 칼리다사의 시를 인용했고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가 한 이 말도 나온다. “사람들의 얼굴에 기쁨의 웃음을 선사하는 것. 그게 선행이다.”

데일 카네기는 미국 미주리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왜소한 체격에 운동도 잘 못했다. 그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사범대를 다닐 때 토론 서클에 가입했다. 대학을 중퇴한 후 동부로 떠나 카네기는 1912년부터 뉴욕 YMCA 지부에서 연설·화술 강의를 시작해 성공 발판을 마련했다. 원래 이름을 ‘Carnegey’라고 표기했던 그는 이름 철자를 1919년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1835~1919)와 같은 ‘Carnegie’로 바꿨다.


※ 김환영은… 중앙일보플러스 대기자. 지은 책으로『따뜻한 종교 이야기』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 33선』 『마음고전』 『아포리즘 행복 수업』 『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말하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가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와 스탠퍼드대(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201909호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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