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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차이 우버 CFO 

“재무책임자는 미지의 환경을 예견하고 대비해야” 

재미교포 2세인 넬슨 차이는 메릴린치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 CIT그룹과 워런티그룹의 CEO 등 재무와 기업회생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지난해 9월 우버의 CFO로 취임해 올해 5월 기업공개(IPO)를 이끌었다. 비용 절감, 수익 창출 등 우버의 산적한 과제가 그의 어깨에 얹혀 있다.

▎지난해 9월 우버에 합류한 넬슨 차이 CFO는 지지부진하던 IPO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재미교포 2세인 그는 글로벌 금융 서비스업계에서 10년 이상 CEO와 CFO를 맡아왔다.
우버는 공유차량 서비스 선두주자로 글로벌 시장 확대를 빠르게 주도했다. 전 세계 65개국 700여 개 도시에서 우버 앱을 통해 버튼 하나로 차량을 호출하는 기술혁신을 선보였다. 하지만 기업공개(IPO)에서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새로운 비즈니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공개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년이 넘도록 공석이었다.

2018년 9월 우버에 합류한 재미교포 넬슨 차이(54, Nelson Chai) CFO는 취임 후 곧바로 기업공개 진행을 서둘렀다. 상장회사로서 제 모습을 갖추기 위해 재정 상황을 점검하고, 재무 분야의 파트너를 영입하는 등 팀 빌딩에 집중했다. 그리고 올해 5월 우버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우버는 IPO로 확보한 자본으로 신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지난 10월 초, 우버 합류 후 처음으로 서울을 찾은 넬슨 차이 CFO를 만났다. 포브스코리아는 금융 서비스업계에서 10년 이상 CEO와 CFO를 맡아온 그에게 ‘기업 경영에서 재무의 중요성’에 대해 물었다. 넬슨 차이는 “재무 업(業)은 미지의 환경에 대한 예견과 대비가 중요하다”며 “특히 우버와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한 기업에서는 재무 내실화가 상장과 사업 다각화의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우버 합류 후 IPO 이룬 ‘베테랑 금융맨’


▎지난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우버 엘리베이트 서밋(Uber Elevate Summit)에서 공개된 우버 에어 중 ‘벨 넥서스(Bell Nexus)’ 프로토타입(상품화 전) 모델. / 사진:우버
넬슨 차이가 우버에 합류할 당시 CFO 자리는 2015년 브렌트 캘리니코스가 사임한 이후 3년간 공석이었다. 기업가치 1200억 달러로 꼽히는 대규모 회사에 CFO가 부재한 것은 드문 일이었다. 게다가 우버는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재정 관리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었다. 2018년 봄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그는 “당시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거취를 고민했다. 우선 금융 서비스가 아닌 분야에 관심이 컸고, 내 경험이 도움이 될 만한 역할이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또 도전할 만한 가치를 가진 비즈니스를 원했다”고 말했다.

어떤 가능성을 보고 우버에 합류했나.

우버는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이며 흥미로운 기술회사 중 하나다. 나뿐만 아니라 우버 임직원들에겐 ‘우버는 우리 세대에 큰 변화를 일으킨 특별한 기업이다’라는 인식이 있다. 세상에 없던 사업을 구축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취임 후 1년 동안 어떻게 IPO를 준비했나.

우버는 4년 만에 직원이 2000명에서 2만 명으로 크게 늘었고, 총 부킹 규모는 지난 3년 동안 2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까지 급성장했다. 올해 목표는 650억 달러다. 현재 65개 국가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급성장한 글로벌 기업의 상장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지지부진하던 IPO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컨트롤타워를 담당할 인재를 영입했고, 현재 내게 직접 보고하는 6명 중에 4명은 최근 1년에 신규 채용한 인력이다. 컨트롤타워 구축, IPO를 통한 자본 확보 이후 회사는 신사업 추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우버의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CFO는 ‘고객 홍보와 마케팅 비용 절감’을 강조했는데.

우버는 매주 전 직원이 참여하는 미팅(allhands meeting)을 진행한다. 직원이 묻고 경영진이 답하는 형식이다. 지난 1년간 아무래도 내게 많은 질문을 했고 나 역시 성실히 답해왔다. 나는 상장회사로서 주주에 대한 책임, 주주가 묻는 것에 대한 답변 의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항상 이를 강조한다. 성장 목표 제시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를 충족해가는 과정, 지출 구조도 투명하게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상장기업으로서 비용 절감은 중요한 일이다. 시장 접근 방법은 엄격해야 하고, 자원을 할당할 때도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 5월 “주가를 매일 확인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당연하겠지만 우버 임직원들은 회사의 IPO와 주가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저와 다라 코스로샤히 CEO는 ‘주가를 매일 확인하지 말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주어진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시장이 알아서 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버는 지난 세월 놀랄 만한 성장을 차분히 이루어온 만큼 주식의 일일 거래에 집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CFO는 자원 할당과 배분에 신중해야

넬슨 차이 CFO는 1965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대구가 고향인 부친은 결혼 후 1960년 미국으로 이주해서 그를 낳았다. 한국 이름은 최주석. 그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와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메릴린치증권, 뉴욕증권거래소(NYSE) 유로넥스트, CIT그룹, 워런티그룹 등 세계 유수 글로벌 금융 서비스 및 보험회사에서 고위직으로 10년 이상 경력을 쌓았다.

부친께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던데.

아버지는 이토츠상사에서 오래 근무하셨고 이사회 일원이 되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단한 일이다. 한국인으로서 일본 기업에서 이사회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성과를 보여야 했고,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인내심, 끈기, 성실함의 중요성을 많이 깨우친 것 같다.

재무 분야에서 일하면서 가장 큰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당시 금융시스템은 타 산업과 연결성이 높았고, 미지의 요인이 상당했다. 금융에서 일어난 액션 하나가 글로벌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메릴린치증권 CFO로서 상당한 부담이 있었다. 당시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질문’이었다. 의사결정이 긴급한 상황이었지만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

최고재무책임자로서 갖는 ‘업(業)’ 철학이 있다면.

CEO가 어떤 상황에서든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만드는 역할이라면 CFO는 규칙, 규율에 근거해 재무관리를 하는 것이다. 자원 할당과 배분에도 신중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기존 방식이 최선의 방법인지 나와 조직에 묻고 또 묻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깨달은 것은 ‘경기는 기본적으로 사이클을 탄다’는 것과 ‘그래서 다가올 상황에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중요한 대목이다. 현재 미국은 유례없는 성장 사이클을 거듭하고 있지만 앞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경기가 둔화된다 해도 회사가 계속해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우버는 상장 후 새로운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미국 댈러스·로스앤젤레스, 호주 멜버른에서 무인 비행 택시 ‘우버 에어’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헬리콥터 형태의 무인 항공기인 우버 에어는 스카이포트라고 불리는 건물 옥상의 지정된 장소에서 승객을 태워 다른 스카이포트로 실어 나르는 방식이다. 2023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넬슨 차이는 “우버는 세계적인 운송 연결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동시에 사람들이 더는 개인 차량 소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미래를 창조하고 있다”며 “단 한 번의 탭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비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우버 에어는 우리의 야심 찬 청사진이다”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플라잉카 시장 규모를 각종 서비스 시장까지 포함해 2030년 3220억 달러(약 382조원)로 전망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911호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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