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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핀 불가리 워치 비즈니스 매니징 디렉터 

“브랜드 고유의 유산과 차별화된 포지셔닝으로 승부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불가리가 새로운 아이코닉 워치를 공개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앙투안 핀 불가리 워치 비즈니스 매니징 디렉터를 만나 브랜드의 상징적인 타임피스를 선보인 소감을 들어봤다.

▎지난 10월 28일 서울 강남의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불가리 매장에서 만난 앙투안 핀 워치 비즈니스 매니징 디렉터. 지난 20년간 워치와 주얼리 분야를 두루 경험한 마케팅 전문가다.
1884년 탄생한 럭셔리 브랜드 불가리가 한국의 시계 애호가들을 위한 특별한 파티를 열었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웨이브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세르펜티 나이트’ 행사는 불가리를 대표하는 세르펜티 컬렉션의 최신작이자 브랜드의 새로운 아이코닉 워치로 자리매김할 ‘세르펜티 세두토리(Serpenti Seduttori)’의 탄생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앙투안 핀 불가리 워치 비즈니스 매니징 디렉터가 참석해 새로운 시계를 소개했다. 그는 “세르펜티 세두토리는 불가리의 상징인 뱀 모티브를 한층 현대적인 스타일로 구현한 시계”라며 “세르펜티 컬렉션을 일상에서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불가리가 새로운 여성 시계를 공개했다. 소감이 어떤가.

우선 이런 뜻깊은 행사를 마련해 한국 고객들에게 불가리의 상징적인 신제품을 선보이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세르펜티 세두토리 컬렉션은 지난 9월 1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론칭 이벤트를 시작으로 중국, 멕시코, 한국 등 전 세계를 돌며 시계 애호가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디자인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거듭난 세르펜티 컬렉션을 확인할 수 있다.


▎불가리의 상징인 뱀 모티브를 더욱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한 세르펜티 세두토리. / 사진 : 불가리
불가리 역사에서 세르펜티, 즉 ‘뱀’은 어떤 의미인가.

불가리에서 뱀이 지닌 아름다움과 상징성은 매우 강력하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의 주얼리에서도 중요한 영감으로 작용했을 만큼, 뱀은 수천 년간 인류를 매혹해왔고, 주얼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모티브가 됐다. 브랜드 창립자 소티리오 불가리는 그리스에서 태어나 이탈리아로 이주해 불가리 브랜드를 창립했다. 불가리가 뱀이란 심벌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선택한 것은 매우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전 세계 신화에서 뱀은 굉장히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한다. 각각의 문화에 따라 뱀은 부와 지혜를 상징하기도 하고, 부활과 재생 혹은 유혹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뱀을 모태로 한 주얼리는 굉장히 상징적이면서도 강렬한 힘을 지니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불가리 제품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세르펜티는 불가리의 각 비즈니스 카테고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워치와 주얼리, 액세서리와 향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군에서 세르펜티 모티브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관능적이면서도 유연한 뱀의 속성을 완벽하게 구현한 워치이자 주얼리이기도 한 세르펜티 투보가스(Serpenti Tubogas)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성공작이라 할 수 있다. 세르펜티 세두토리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제품은 단순히 시간을 읽기 위한 사물이 아닌, 관능적인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이 워치는 여성이 의상을 차려입는 과정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여성들은 자신의 아름다움 혹은 관능적인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세르펜티 투보가스를 착용한다. 손목을 유연하게 휘감는 브레이슬릿의 움직임만으로도 강렬한 매력을 뿜어낸다.

그렇다면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세르펜티 세두토리는 어떤 시계인가.

앞서 설명한 대로 세르펜티 투보가스는 매우 매혹적인 시계지만, 이 강렬함이 오히려 제약이 될 수도 있다. 고객에 따라 이 시계와 어울리려면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까 같은 고민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르펜티 투보가스가 가진 고유한 특성과 주얼리적인 요소들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세르펜티 워치를 일상적으로 좀 더 쉽게 착용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세르펜티 세두토리의 시작점이다. 매우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착용감을 보장하는 브레이슬릿을 갖춘 세르펜티 세두토리는 세르펜티 고유의 관능적인 매력을 더욱 현대적인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세르펜티 세두토리의 디자인적인 특징도 궁금하다.

세르펜티를 완벽하게 변주해낸 세르펜티 세두토리(Seduttori, 이탈리아어로 ‘유혹하다’라는 의미)는 이름만큼이나 강렬하고 관능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뱀 머리를 떠올리게 하는 물방울 모양 케이스와 뱀 비늘 모티브의 육각형 링크들로 이뤄진 유연한 브레이슬릿을 통합함으로써 세르펜티의 핵심을 완벽하게 재해석해냈다. 기존의 세르펜티 워치보다 얇고 플랫한 케이스, 유연하게 펼쳐지는 브레이슬릿, 로만 주얼러로서의 DNA에 경의를 표하는 카보숑 컷 젬스톤 크라운이 세팅된 이 워치는 대담하고도 전례 없는 디자인으로 불가리 여성 워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 데일리 워치의 새로운 기준


▎지난 10월 29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웨이브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세르펜티 나이트 행사에 참석한 배우 고소영. / 사진 : 불가리
지난 9월, 불가리 워치 비즈니스 매니징 디렉터로 새롭게 선임된 앙투안 핀은 워치와 주얼리 분야에서 폭넓은 경력을 쌓아온 럭셔리 전문가다. 지난 20년간 그는 탁월한 시장 감각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세계 주요 국가의 브랜드 지사 대표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1994년 태그호이어의 면세 및 중동 지역 세일즈 매니저를 시작으로 1998년 부쉐론을 거쳐 2002년에는 제니스 인터내셔널 마케팅 디렉터로서 브랜드 리뉴얼을 주도하기도 했다.

불가리의 워치 비즈니스 매니징 디렉터는 어떤 자리인가.


▎사진 : 불가리
나의 미션은 한마디로 워치 카테고리를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CEO가 제시한 판매와 수익 목표치에 부합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워치 비즈니스를 전방위적으로 총괄한다. 예를 들어 워치 카테고리를 이루는 컬렉션을 개발하고, 정식 론칭하기 위해 수반되는 모든 일을 관장하며, 시장별 컬렉션의 운용을 지원하는 일을 관리한다. 또 생산적인 측면에서는 시계 제작과 유지, 보수를 감독하고, 홍보 마케팅 측면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방향 설정과 실행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선 불가리 워치가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검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실 워치 카테고리는 라이프사이클이 긴 비즈니스다. 수년에 걸쳐 수립된 계획을 바탕으로 운영되며, 생산 면에서도 많은 개발 단계가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우리 비즈니스에 어떤 기회가 있고, 또 어떤 도전 과제가 있는지 면밀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확한 우선순위를 설정 중이다. 현 상황에서 최상위 5개 과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우리의 기회와 도전 과제를 명확하게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가리 워치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불가리는 시계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역할을 많이 해왔다. 특히 옥토 피니씨모는 울트라-씬 분야에서 5개 세계 기록을 세웠다. 2014년 투르비옹을 시작으로 2016년 미닛리피터, 2017년 오토매틱 무브먼트, 2018년 오토매틱 투르비용 모델을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무브먼트 두께 3.3㎜, 케이스 두께 6.9㎜로 다섯 번째 울트라-씬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크로노그래프를 공개했다. 불가리 워치가 이처럼 시계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탈리아 디자인과 스위스 기술력의 완벽한 결합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이탈리아의 건축학적인 디자인 미학과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정밀성이 완벽하게 융합된 불가리 워치만의 특성이 경쟁 브랜드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힘이라고 자부한다.

불가리가 워치 부문에서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불가리가 워치 브랜드로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도 불가리는 주얼리만 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고객들을 가끔 만날 때가 있다. 하지만 스위스의 불가리 매뉴팩처를 방문해 실제로 불가리 워치가 어떻게 개발되고 제작되는지 그 과정을 직접 확인한다면 선입견은 완전히 깨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스위스 워치 산업이 상당히 보수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워치메이커로서 널리 인식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오랜 기간 시계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다.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한국 고급시계 시장의 특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고객들은 새로운 혁신과 미적 요소에 굉장히 호기심이 많다. 앞서 스위스 워치업계가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얘기했는데 그에 비해 한국 시장은 새로운 것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 이는 우리가 한국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 고객들은 단순히 새로운 것에 대해 궁금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우 능동적으로 궁금증을 해결하고 있다. 얼마 전 일본에서 개최된 디자인 박람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거기에 대학생들의 디자인 출품작들이 전시돼 있었는데 가장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은 한국에서 온 작품들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측면에서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한국은 불가리에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국 고급시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어렵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성숙한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고객들이 무척 세련된 취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탄탄한 기반이 마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이 열릴 것이라 예상한다. 우리가 경쟁 브랜드와 가장 다른 점은 바로 불가리만의 유산과 차별화된 포지셔닝이다. 불가리는 고대 로마를 근간으로 한 주얼러인 동시에 정통성 있는 워치메이커다. 우리처럼 확고한 포지셔닝을 갖고 있는 브랜드는 없기 때문에 이런 점을 잘 활용해서 경쟁해나갈 생각이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1912호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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