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의 침착하고 수준 높은 대응을 통해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 괜찮네?’ 하며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생각하느냐’는 설문조사에 65%가 ‘그렇다’고 답변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라는데 사실 65%밖에 안 되어서 개인적으로 좀 놀랐다.K는 지난해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1인당 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가입했고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했다. IMF가 선정한 세계 10대 선진국이기도 하다. 선진국이라고는 하지만 가장 끝자리에 겨우 걸쳐 있기 때문에 K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 같다.행동과학 원리를 연구한 상대성 실험에 따르면, 연소득이 평균 4만 달러인 동네에 사는 소득 5만 달러인 사람이 연소득 평균 8만 달러인 동네에 사는 소득 7만 달러인 사람보다 행복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는 몇천 년 내내 강대국과 선진국 사이에 끼어 살아왔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도 더할 것이다.한 가지 예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김정룡 박사는 1977년 B형간염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상용화는 세계에서 세 번째였다. K가 선진국의 기준 없이 무엇을 최초로 인증해본 적이 없어서 미국과 프랑스가 만든 기준을 바탕으로 1981년에 상용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K는 주로 선진국의 선례를 수용하며 살아왔고 그것은 습관이 됐다. 하지만 43년 전 일이고 지금은 명실공히 K는 선진국이며 상위 5% 이내의 소득수준으로 살고 있다.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는 ‘헬조선’에서 ‘국뽕’에 빠져 있는 애국시민인가? 스스로 K를 좋게 표현하는 예를 찾아보기 힘들어 안타깝고 속상했다. 요즘 부쩍 K를 여기저기 붙여 쓰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유치하고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내 것을 소중하게 생각할 뿐이다. 나처럼 외제 좋아하는 사람도 없을 텐데 이제 짝사랑이 힘들어서 나를 더 사랑하려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