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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석 케익팩토리 대표 

주문하면 이튿날 배송되는 맞춤 케이크 

‘택배로 배달된 케이크’ 하면 대부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된 케이크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흠집 하나 없이 택배로 케이크를 보내주는 회사가 있다. 맞춤 케이크를 제조·판매하는 케익팩토리다.

▎ 사진:스위트블러썸
케익팩토리(법인명 스위트블러썸)는 김경석 대표가 2015년 창업한 맞춤 케이크 제조·판매 회사다. 생크림 케이크 같은 일반적인 케이크도 만들지만 주력 상품은 슈거케이크다. 슈거케이크는 파운드 빵 위에 설탕 반죽을 얹어 굳힌 다음 그 위를 화려하게 장식한 케이크를 말한다. 일반 케이크보다 상온에서 오래 보관할 수 있어 결혼식 같은 행사에 자주 등장한다. 6월 12일, 서울 답십리동의 케익팩토리 사무실에서 김경석 대표를 만났다.

“2000년대 중반, 웨딩행사를 기획하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슈거케이크를 찾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슈거케이크는 ‘슈거크래프트’라는 설탕공예의 일부로 인식돼 케이크 하나를 제작하는 데 며칠씩 걸렸어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었죠. 이후 작업 과정을 대폭 축소해 슈거케이크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회사 ‘케익팩토리’를 차렸습니다. 현재 우리 공장에선 슈거케이크를 하루에 200~300개씩 생산합니다. 모두 디자인·색상·문구 등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맞춤형으로 제작해요.”

케익팩토리는 지난해 획기적인 서비스를 내놓으며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슈거케이크 택배 서비스다. 케이크를 주문하면 전국 어디든 하루 이틀 내에 배송해준다.

“케이크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주문량이 껑충 뛰었어요. 월평균 주문량이 2000건 정도였는데 7000건 정도까지 늘었어요. 하루 기준으로는 평균 200~300개씩 주문이 들어옵니다. 매출도 두 배 이상 늘어 지난해 31억원을 올렸습니다.”

일 년 중 가장 주문이 많은 날은 어버이날이다. 지난해 어버이날엔 6000건, 올해는 1만 건을 주문 받았다. 김 대표는 “배송 서비스 를 하기 전에 비해 해외 거주 등의 이유로 직접 부모를 찾아뵙지 못하는 자녀들의 주문이 추가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케이크 배송의 비결은 진공포장


▎기업용 브랜드 스위트블러썸 대표 제품. / 사진:스위트블러썸
하지만 아무리 표면이 단단한 슈거케이크여도 케이크 특성상 흔들림이나 외부 충격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훼손되기 쉬운 케이크를 어떻게 택배로 배송하는 것일까? 김 대표는 “비결을 직접 보여주겠다”며 같은 건물에 있는 공장으로 안내했다. 공장 입구엔 배송을 기다리는 케이크 박스 수백 개가 쌓여 있었다. 케이크는 두꺼운 비닐 소재의 포장재로 진공포장 돼 있었다.

“케이크 표면이 마른 상태에서 단단하게 진공포장을 합니다. 이 기술로 특허를 받았어요. 케이크가 놓인 판까지 같이 포장하기 때문에 케이크만 따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또 짓눌리지 않는 이상 파손될 염려도 거의 없죠. 아직 2·3단 크기의 슈거케이크나 생크림 케이크 같은 일반 케이크는 배송이 어려워 고객이 직접 픽업하러 와야 합니다.”

생산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공장 내부로 들어가니 직원 30여 명이 분주하게 케이크를 만들고 있었다. 대부분 기계로 작업할 거란 예상과 달리 빵을 자르고 토핑을 얹어 장식하는 과정까지 수작업으로 진행 중이었다. 하루 물량 200~300개를 모두 소화하기엔 인력이 부족해 보였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지금의 인력으로 맞춤 케이크를 하루 1000개까지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작업 시간을 줄이기 위해 대략적인 디자인 틀을 정해놓고 색이나 메시지 등 세부 요소를 바꾸는 형식으로 주문을 받고 있다”며 “또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사진을 프린팅하고 문구를 적는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을 우리만의 기술로 아주 짧게 단축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케익팩토리에서 주문할 수 있는 디자인은 돈다발, 명품차, 감사패 등 30여 종이다. 케이크 맛은 ‘파운드 치즈케이크’, ‘제주 당근케이크’, ‘라즈베리 치즈케이크’ 세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케이크 가격은 4만~7만원이다.

최근 김 대표는 사업 확장에 나섰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용 맞춤 슈거케이크 브랜드를 따로 출시한 것이다. 브랜드 이름은 법인명과 같은 ‘스위트블러썸’이다. 김 대표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대량 주문을 하는 기업들이 있어 시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봤다”며 “생일·진급·시상 등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도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기업용 케이크는 해당 기업의 색·로고 등을 활용해 제작된다. 계약은 ‘케이크 개수’를 기준으로 진행되며 기업에서 미리 디자인과 배송 날짜를 지정하면 제때 케이크를 제작·배송한다.

김 대표의 다음 계획은 직영 매장을 여는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미뤘지만 머지않아 서울에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매장 없이 회사를 운영하며 온라인으로만 주문을 받았습니다. 고객들이 실물을 확인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었죠. 오픈할 매장에서는 케이크를 진열하고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더 특별한 서비스를 할 겁니다. 맞춤 케이크를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5~10분 안에 제작해주는 서비스죠. 즉석에서 찍은 사진을 프린팅한 케이크도 구상 중이고요. 이처럼 고객들에게 재밌는 체험거리를 줄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생각 중입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202007호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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