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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EY한영 마켓본부장 

혁신적 기업가정신에 힘을 보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Ernst & Young)가 수여하는 ‘EY 최우수 기업가상’은 60개국, 145여 개 도시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글로벌 경영대상으로 평가받는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기존 생산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EY 최우수 기업가상 수상자의 기업가정신을 전 세계 경영계가 주목하고 있다.

▎윤석진 EY한영 마켓본부장 약력-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서강대 경영대학원(MBA), 중앙대 대학원 융합보안 박사, 대한생명 정보시스템실 기획팀장, EY한영 부대표/마켓본부장(현), 한국클라우드보안협회 회장(현)
매년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열리는 EY 세계 최우수 기업가상(EY Entrepreneur Of the Year) 시상식이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지난 6월 5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올해 41개국에서 선발된 최우수 기업가 46명이 경쟁했고 2020 EY 세계 최우수 기업가상은 인도 생명공학업체 바이오콘(Biocon)의 키란 마줌다르쇼 회장에게 돌아갔다. 바이오콘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수백만 명이 저렴하게 치료할 수 있는 인슐린을 개발했으며 암, 류머티즘 관절염, 기타 질병 환자를 위한 약을 생산한다. 기업의 이익보다 환자의 요구를 우선하는 철학으로 인도 최대의 바이오 제약회사를 일군 공헌이 지속가능한 기업가치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국내 EY 최우수 기업가상 마스터 부문 수상자인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전 세계에서 ‘기업인의 다보스포럼’, ‘비즈니스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이 시상식은 올해 기존의 화려한 축제는 없었지만 수상자에 대한 영예와 신뢰는 변함이 없다. 국내 수상자 선정을 총괄해온 윤석진 EY한영 마켓본부장은 “수상자는 이윤 창출을 넘어 혁신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한 걸음 진전하는 데 기여한 기업가로서 전 세계적인 존경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EY한영은 지난 2007년부터 이 상을 통해 한국 기업가정신의 롤 모델을 발굴하고 그 영향력을 확산해왔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산업보안 전문가인 윤 마켓본부장은 EY 최우수 기업가상 프로그램 리더를 맡고 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상을 받는 분들이 ‘그럴 자격이 안 된다’며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시상 초기에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 대해서도 생소해하는 분도 계셨었죠.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수상의 가치가 국내에서도 인정받으면서 영예롭게 생각하는 분이 많아졌어요. 기업가정신의 어원에는 ‘가치를 나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 많은 기업가가 더 많은 혁신으로 사회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이 상의 근본 취지입니다.”


▎2019년 11월 5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제13회 EY 최우수 기업가상 시상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 김영달 아이디스홀딩스 대표, 박승준 이건산업 사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장성숙 우신피그먼트 대표, 성상엽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대표.
상의 높은 권위만큼 선정의 독립성과 신뢰도를 보장하기 위한 절차와 기준도 엄격하다. 약 6개월간 심사위원 6명과 함께 스태프들이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3만 개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 영업이익, 부채비율 등 양적지표와 도덕성, 기업가정신 등을 평가해 후보자를 선별한다. 심사위원은 전직 고위 관료, 저명한 교수, 전년도 수상자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긴 시간을 들여 후보를 검증하고 혁신과 성장 스토리를 근거로 최종 수상자를 결정한다.

“심사위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매출 5000억원 이상 규모의 기업을 경영한 기업가부터 전 부총리·장관 등 산업계, 경제계, 학계 인사들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가정신을 깊이 이해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심사위원단은 이 상의 취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부심, 소명의식을 갖고 있어요.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선정 과정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되며 외부 영향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심사기준은 기업가정신, 가치 창출, 전략적 방향, 국내외 영향력, 혁신성, 개인적 품성, 리더십 총 6가지입니다. 이 중 최우선 가치는 지속가능성입니다. 빠르게 성장했지만 출구전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에 매각되거나 최대 주주가 갑작스럽게 바뀌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3만 개 재무제표부터 6개월간 심사


▎2019년 6월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개최된 EY 세계 최우수 기업가상 시상식 전경.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시상식이 개최됐다.
EY 최우수 기업가상은 3만 개가 넘는 재무제표를 분석해 100명의 후보군을 정한다. 그리고 여러 기준을 적용하고 위법성 등을 검증한 끝에 매년 부문별 최종 수상자 6명을 선정한다. 그리고 마스터상 최종 1인에게 영예가 돌아간다.

윤 마켓본부장에 따르면, 수상 기업은 특히 해외에서 기업 브랜드 가치가 상승한다. 그는 “수상 기업은 국내보다 글로벌 파트너사들로부터 더 큰 축하를 받는 것은 물론, 해외 기업과 교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대로 해외 기업이 국내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파트너사를 선정할 때 EY 최우수 기업가상 수상 기업을 중심으로 찾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Y 세계 최우수 기업가상 역대 수상자로는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아마존 닷컴의 제프 베조스 등이 있다. 구글은 설립 5년 차인 2003년에 이 상을 수상했고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오늘날의 구글로 성장했다. 국내 수상 기업가들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시상식은 하나의 축제이기도 하지만 그 자리는 세계 유수의 기업가와 교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예요. 시상식 기간에 진행하는 다양한 세션에서 참가자들은 기업 운영 현안부터 글로벌 정세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고 통찰력을 공유합니다. 특히 최근 해외 기업들은 국내 기업을 주목하고 우리 기업가와 미팅을 하고 싶다는 요청이 상당히 많습니다. 아직 국내 기업이 EY 세계 최우수 기업가상을 수상한 적은 없지만 곧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


글로벌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수상자 간 네크워크가 끈끈하다. ‘클럽EOY’라 불리는 모임은 수상자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회합을 갖고 있다. 윤 마켓본부장은 “기업의 성장 과정에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공유하고 멘토링하는 자리”라고 이 모임을 정의했다.

“수상 기업이라는 검증된 신뢰 안에서 서로 마음을 열고 기업가정신을 독려합니다. 기업이 매출 1000억대를 거쳐 5000억 대로 성장하는 각각 포인트에서 직면하는 성장통을 선배 수상자가 조언하기도 합니다. 생명공학기업 S사의 경우 10년 전에는 라이징 스타였는데 지금은 매출 1조원이 넘는 마스터급으로 성장했습니다. 한편,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클럽EOY 기업들이 발 빠르게 모금해 성금과 마스크를 대구지역에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선정 작업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윤 마켓본부장은 “수상을 설득하는 과정도 생각보다 힘겹다”고 털어놨다. “국내 기업가 중에는 겸손을 미덕으로 삼으며 대외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분이 많은 편”이라며 “수상 소식을 전하기 위해 기업에 접촉해 재무팀, 임원진, 비서실 등에 시상의 목적과 취지를 일일히 설명하는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가 간혹 있다”고 말한다. 윤 마켓본부장은 수상자에게 충분한 전달이 안 돼 시상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윤 마켓본부장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대 변동 시대에 기업가정신이 더 빛날 수 있을 때라고 말한다. 위기 때야말로 혁신이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다 하는 것이에요. 새로운 가치 창출은 기존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한계에 맞서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그것을 혁신이라고 부르죠. 코로나19를 계기로 국가와 사회는 기업에 더 많은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어요. 혁신적인 기업가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글로벌 사업 최적화, 디지털 혁신을 통해 이 위기 상황을 기회로 바꾸고 있습니다.”

EY한영 마켓본부장으로서 코로나19에 대한 기업의 대응전략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자 “코로나19 때문에 약화된 사회의 응집력 및 결속력,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 변화를 면밀히 파악하는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고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해 지속가능한 기업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분명 지금의 글로벌 침체는 위기일 수도 있지만, 기업가정신을 갖춘 기업에 이 위기는 미래성장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EY한영은 지속적으로 국내 경영인들의 위대한 기업가정신을 응원하며, 기업가들의 멈추지 않는 도전 스토리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007호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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