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er

Home>포브스>Adviser

유류분에 대한 오해와 편견 

 

영화 [미나리]에서 보듯 최근 가족의 의미가 더 짙어졌다. 하지만 상속 앞에만 서면 갈등은 첨예해진다. 특히 유류분 문제를 비롯해 각종 상속 관련 상담이 크게 늘고 있다. 고령화는 이미 시작됐고, 1차 상속 이후 형제간 갈등마저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호에는 우리가 흔히 듣는 유류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정리해본다.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족의 정착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가 3월 15일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작 발표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인 [미나리]는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한국어 영화로는 2년 연속 아카데미상에 도전한다.

어린 손주를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날아간 할머니 역을 맡은 윤여정씨가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가 된 만큼 명작인 [레 미제라블]과 재미있게 보았던 [인 타임]에 출연한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유명 배우들과의 경합에서 이겨 4월 25일 꼭 수상자가 되길 기대해본다. 영화에서 할머니는 긴 여정에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한국에서 가져온 고춧가루와 마른 멸치, 한약재를 꺼내 들며 감격해 울먹이는 딸에게 한마디 건넨다. “야, 또 울어? 멸치 때문에 울어?”라고….

어린 부모가 책임감 때문에 자녀들에겐 엄격한 반면, 손주에게는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것은 세계 공통의 정서임을 [미나리]의 할머니는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가족’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유류분 판례를 보면 가족 관계가 갈수록 삭막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상속 문제는 언제나 첨예하기도 하다.

특히 유류분 문제를 비롯해 각종 상속 관련 상담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신탁재산은 유류분 기초대상에서 제외된다는 1심 판결과 항소심 결과 이후 유류분으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이 늘었다. 2019년에만 해도 연간 500회에 그쳤던 상담 건수가 지난해 1000건을 넘었고, 이런 추세라면 올해 2000건을 훌쩍 넘길 것 같다. 고령화에 따른 치매 등 노후 대비 방법을 듣고 싶은 이가 가장 많았고, 1차 상속 이후 불거진 형제간 미묘한 갈등을 해결하려는 이도 많았다.

유류분 갈등에 요긴하게 쓰인 게 신탁이었다. 미국으로 유학 가 정착한 딸과 아들, 부모 집 근처에 사는 막내딸을 둔 김영자(80, 가명)씨도 딸과 응어리를 풀지 못해 막내딸과 함께 상담을 하러 왔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자신이 사는 아파트 외에 월세용 아파트를 미국 딸 명의로 매입했었다. 그런데 딸 명의 아파트를 팔겠다고 한 뒤 딸은 연락을 끊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다른 어떤 가족의 연락도 받고 있지 않다.

이러다 갑작스럽게 남편 뒤를 따른다면 낭패다. 특히 혼자 된 엄마를 챙기는 막내딸에게는 너무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 형제간 협의도 미덥지 못하다. 김씨는 신탁 계약을 통해 사후수익자로 곁에서 자신을 돌본 막내딸에게 주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현금은 자신의 노후를 대비한 생활비, 간병비, 의료비 등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남는 재산은 미국의 아들에게 주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미나리]의 할머니처럼 아들이 아닌 손녀에게 직접 상속을 하겠다는 문의가 적지 않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사업에 실패하고 자녀 부양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의 고민들이다. 함께 생활하며 독립을 앞둔 손녀에게 직접 재산을 이전하겠다는 박수임씨도 아들에게 재산을 넘겨주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신탁설정을 추진한 사례이다. 물론 손녀만 사후수익자로 지정할 경우 30% 세대할증 부담과 상속공제혜택을 받을 수 없기에 다른 자녀들과의 적절한 분배 비율을 검토해야 한다.

상담을 하면서 유류분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크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봤다.

첫째 오해는 유류분 대상은 부모님 상속 시 남은 재산만 해당된다는 생각이다. 유류분은 부모님이 남긴 상속재산에 과거 증여재산을 합산하고 부채를 차감하여 계산한다. 피상속인 사망 1년 이전에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유류분 대상 재산에서 차감되나 부모 생전에 상속인들에게 증여한 재산은 모두 유류분 대상에 포함된다.

둘째 오해는 부모가 생전에 증여한 후 10년이 경과하면 그 재산은 유류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절세를 위해 증여한 재산은 물론 10년이 경과하면 상속세 과표에서 제외되지만 상속인들 간 10년 이전에 증여한 재산도 유류분 대상에 포함된다. 이처럼 기간을 정해놓지 않은 부작용의 사례를 들어 10년 등으로 기간을 정하거나 점차 그 유류분 청구 비율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듣게 된다.

셋째 오해는 생전에 증여한 재산의 유류분 평가금액은 증여 당시 재산가액으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부모 사망 20년 전 한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이 1억원인데 사망 시점 평가 금액이 100억원이라면 유류분 대상 금액은 증여 당시 1억원이 아니라 사망 시점의 100억원이라는 사실이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친, 특히 부동산의 증여는 필연적으로 증여 당시 재산가액과 상속 시점의 재산가액에 큰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상속분쟁의 원인이 된 것이 사실이다. 적용 기간의 변경 또는 유류분 청구권자의 범위를 미성년자나 장애인 등으로 축소하는 의견도 상속인의 생활 보장을 위한다는 취지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넷째 오해는 부동산을 증여받고 매각한 뒤에는 부동산의 가치가 오르더라도 나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유류분은 증여 시점이 아니라 상속 시점의 재산가액으로 평가한다. 만약 증여받은 부동산을 1억 원에 매각 후 상속 시점에 5억원이 된 경우라면 유류분은 내가 현금 5억원이 없더라도 5억원이 기준이 된다. 즉, 부모님이 증여 이후부터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재산을 평가하는 것이 유류분 계산방식이다. 그런데 만약 현금을 증여받아 부동산을 매입하고 다시 그 부동산을 매각했다면 계산은 달라진다. 증여받은 현금에 물가변동률을 적용하여 상속 시점에 평가하게 된다. 즉, 증여받은 재산이 부동산인지 현금인지에 따라 유류분 가액이 달라진다.

유류분 규정에 대한 위헌제청 취지와 같이 시대 흐름 변화에 따라 유류분은 축소 또는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늘고 있다. 가정 구성원들의 분쟁을 줄이는 길을 고민할 때다.

-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202104호 (2021.03.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