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er

Home>포브스>Adviser

상속인이 모르는 상속 재산 

 

현행법상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처분한 재산의 행방을 모르더라도 상속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상속인이 모르는 납세의무도 상속될 수 있다. 상속은 포기하는 게 아니라면 상속 전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따져봐야 한다.

“상속인이 모르는 상속재산이 있을 수 있나요?” 정답은 ‘그럴 수도 있다’이다.

미국 독립의 아버지로 추앙받으며 100달러 지폐 앞면에 자리 잡고 있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생전에 “이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나라의 국민인 이상 세금을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죽음에 빗대어 에둘러 말한 것이다. 상속세는 피할 수 없는 위 두 가지가 하나로 얽힌 것임에도,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쉽게 겪는 일이 아니어서 많은 사람이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상속개시일(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재산만으로 상속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상속 당시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직접 받은 재산이 없다고 해도 상속세가 부과될 수 있다. 추정상속재산이라고 하는데, 현행법상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처분한 재산의 행방을 모르더라도 상속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국내 세법은 피상속인들이 상속을 앞두고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을 마련해 이를 별도의 신고 없이 상속인들에게 증여한 것을 포착하기 위해 이른바 ‘추정상속재산’ 규정을 마련해 두었다.

먼저,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해 받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에서 인출한 금액이 재산 종류별로 2억원 이상(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 또는 5억원 이상(상속개시일 전 2년 이내)으로 그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경우는 상속인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를 과세한다.

또 피상속인이 상속 개시 전 부담한 채무와 관련한 규정도 있는데, 피상속인이 부담한 채무의 합계액이 2억원 이상(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 또는 5억원 이상(상속개시일 전 2년 이내)으로 그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경우는 상속인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된다. 이는 상속 개시 전 처분한 재산과 동일하며, 채무부담액인 금전의 사용처가 객관적으로 불명확한 경우에 이를 상속인이 수령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가령,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6개월 전에 본인 명의 예금 중 1억원을 인출하고, 비슷한 시기에 본인 명의 아파트를 3억원 상당에 매각하여 그동안 신세를 진 분들께 은혜를 갚고자 나누어드렸다고 가정해보자. 인출한 현금 1억원은 상속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2억원 미만인 금액이므로 사용처를 별도로 소명할 필요는 없다. 반면 아파트 매각 대금인 3억원은 1년 이내에 2억원이 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상속인들이 사용처를 소명해야 한다. 만약, 그러한 돈을 지급한 거래 증빙이 없거나, 지급받은 상대방이 지급받은 사실을 부인하는 등으로 인하여 사용처를 명백히 밝히지 못하면, 해당 금액은 추정상속재산에 포함될 수 있다. 자녀들 입장에서는 부모가 좋은 일을 했는데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속세를 부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피상속인이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세법에서는 입증되지 아니한 금액이 전체 금액의 20% 미만과 2억원 중 적은 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상속인의 입증 책임을 완화해준다. 또 입증되지 아니한 금액이 전체 금액의 20%를 초과하거나 2억원을 초과한 경우에도 입증되지 않은 금액 전체를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금액의 20%와 2억원 중 적은 금액을 차감한 금액을 상속재산가액에 산입한다.

이런 경우 부모님이 어느 정도 연세가 있는 상황에서 거액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채무를 부담한 후 그 사용처를 정리해두지 않으면 상속인들이 예상치 못한 상속세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상속인이 모르는 납세의무도 상속될 수 있다. 민법에서는 상속 개시 때부터 상속인이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현행법상 상속인은 상속을 포기하지 않는 한 피상속인의 의무까지 승계해야 한다. 이러한 피상속인의 의무에는 채무가 포함되며, 그러한 채무에는 사인 간에 발생한 것뿐만 아니라 공법관계에 따른 납세의무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를 반영하여 납세의무는 원칙적으로 각 세법에 따른 과세대상자에게만 부과되는 것임에도, 국세기본법에서는 상속인 및 상속재산관리인은 피상속인에게 부과되거나 피상속인이 납부할 국세 등을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에서 납부할 의무를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상속으로 인한 납세의무의 승계 규정).

이러한 납세의무의 승계 규정은 상속인에게 예상치 못한 부담을 줄 수 있다. 피상속인이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납세의무와 관련하여 성실히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피상속인이 사망하고 난 이후에 진행된 상속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이 밝혀진 사례를 가정해보자. 이 경우 피상속인이 예상하지 못한 납세의무가 추가로 확정되며, 해당 납세의무만큼 상속재산이 줄어들게 된다.

다만,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모든 체납액을 승계하는 것은 아니다. 상속인이 승계하는 납세의무는 상속으로 받은 재산을 한도로 하므로, 그 범위 내에서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도 납세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

- 민경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104호 (2021.03.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