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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혁명’ 이끄는 유전체 분석의 강자들] 이종영 원오믹스 대표 

유전자 분석이 찾아낸 망막색소변성증 

어느 날 갑자기 시야가 좁아져 결국 실명에 이르는 무서운 유전 질환이 있다. 원오믹스가 찾아낸 돌연변이 유전자에는 병의 원인을 찾아낼 해법이 숨어 있다.

망막색소변성증(Retinitis Pigmentosa: RP)은 대표적인 유전성 안과 질환이다. 망막을 이루는 시세포들 가운데 빛을 감지하는 세포들이 급격히 퇴화하면서 야맹증으로 시작된다. 이후 눈부심, 시야 흔들림 등이 이어지다가 시야 자체가 급격히 좁아진다. 바늘구멍 정도로 작은 시야에 갇히거나 심하면 아예 시력을 잃게 된다. 일반적으로 10대 초기에 야맹증으로 발병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성년기에 접어든 후 시작해 매우 빠른 속도로 악화될 때도 있다. 과거 ‘틴틴파이브’ 멤버로 활동했던 개그맨 이동우씨도 바로 이 RP로 인해 시력을 잃었다.

RP는 대표적인 유전성 질환이다.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원인 모를 희귀질환이었지만, 현재는 RPE65로 명명된 유전자를 비롯해 90여 개의 RP 원인 유전자가 밝혀졌다. 희귀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게 된 건 1990년 거대 다국적 프로젝트로 시작된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덕분이다. 프로젝트 개시 후 13년이 지난 2003년 들어서야 완전히 그려낸 인간의 유전자 지도는 생명 현상을 결정짓는 30억 개 DNA와 2만여 개 유전자의 동정과 위치를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원오믹스(ONEOMICS)는 국내 유전체 분석 기업 가운데 RP 관련 연구에 특화된 기업이다. RP 유발 유전자를 지닌 사람을 미리 찾아내 발병을 예방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회사를 이끄는 이종영 대표는 국내 유전체 연구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가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하기 시작한 1982년 무렵에는 동물 브리딩(교배)과 관련한 유전자 연구가 새로운 학문 분야로 떠오르기 시작한 때였다. 1992년 일본 동경해양대학에서 유전생화학 박사 과정을 마친 이 대표는 이후 게이오대학교 휴먼게놈프로젝트 수행팀의 일원으로 합류하며 유전체 분석과 인연을 맺었다. 2016년 창립한 원오믹스는 국내 유전체 분석 기업 가운데 안과 질환, 특히 RP 예측을 위한 임상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대량의 임상 자료, 즉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현대 유전체 연구의 특성상, 원오믹스가 가진 방대한 데이터는 RP 특화 예측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강력한 자산이다.

국내 유전체 연구 1세대


▎원오믹스는 망막색소변성증 환자 관련 유전자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한 기업이다. AI를 활용한 사진 판독까지 더해 예측 정확도를 더욱 높였다.
휴먼게놈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이 함께한 프로젝트였는데, 일본에선 도쿄대와 게이오대가 참여했다. 1999년 게이오대 연구팀에서 팀원으로 활동했고 2001년 귀국했다. 국내 유전체 연구 1세대인 셈이다. 이후 2014년까지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유전체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휴먼 게놈(Genome)이 무엇인지 개념조차 잘 몰랐다. 코로나19 검사 방법으로 널리 알려진 신속항원검사(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기계가 서울대나 카이스트 같은 국책 연구기관에만 한두 대 있던 시절이다. 그런데 일본에 가보니 소규모 연구소는 물론 교수 연구실에도 한 대씩 있어 충격을 받았다. PCR은 침 등에서 RNA를 채취해 진짜 환자의 RNA와 비교하는 판정 방법을 말한다. 이 외에 DNA 염기서열을 읽어내는 시퀀싱(sequencing) 장비도 필요한데, 현재도 3억~10억원 사이의 고가 장비다.

질병관리청에선 어떤 연구를 했나.

유전체센터에서 일했다. 유전체 연구는 코호트(cohort)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코호트 격리’가 알려지면서 일반에 널리 퍼진 개념이다. 코호트는 연령, 지역 등 특정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체를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환경적 요인이 일정하다고 가정해도, 어떤 사람은 암에 잘 걸리고 어떤 이는 건강하다는 차이를 보인다. 이렇게 일정한 지역과 연령 등을 놓고 장기간 추적 관찰하는 대상이 바로 코호트다. 일정한 환경하에서 개인별 차이는 유전적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유전체분석과, 코호트과, 유전체 정보를 저장하는 바이오뱅킹과,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이터인포메틱스과로 세분화돼 각자 역할을 맡고 있다.

유전체 분석 중에서 망막색소변성증에 주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인간은 모두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다. RP는 대표적인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국내에도 이 병을 앓는 환자가 1만5000명가량 있다고 추산된다. 질병관리청에 근무할 때부터 서울대병원 등과 RP 관련 연구를 함께했다. 당시 서울대병원 안과팀 담당의가 독립해 개원했는데, 우리와 지속적으로 협업해 16년간 임상 데이터를 쌓았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우리 연구가 한국연구재단에서 한·인도 국제협력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RP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낸다 해도 치료를 할 수는 없지 않나.

현재로서는 증상 완화나 완치를 위한 솔루션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식이요법, 광원 노출 조절, 비타민 섭취 등으로 증상을 상당 기간 유예할 수는 있다. 미국에선 지난 2017년 안과질환에 유전자 치료를 응용할 수 있도록 첫 허가가 났다. 질환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내면, 정상적인 유전자를 아데노바이러스벡터(전달체)에 넣어 수정체 안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비정상 유전자와 같은 속도로 정상 유전자가 증폭하면서 시력이 조금씩 호전된다. 최근에는 한 단계 진일보한 기술을 연구 중이다. 바로 유전자가위다. 비정상 염기서열을 인지한 후 해당 부위의 DNA를 인위적으로 절단하는 효소를 말한다. 세포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방법인데, 동물실험에선 이미 성공 사례가 나왔다. 우리의 최종 목표도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치료가 될 것이다.

RP를 일으키는 유전자는 하나뿐인가.

아니다. RPE65를 비롯해 현재까지 90여 개가 밝혀졌다. 그래서 사람마다 다른 맞춤형 치료가 적용돼야 한다. 원오믹스도 대학병원 등과 협업해 10여 개 정도의 RP 유발 유전자를 찾아냈다. 30억 개에 달하는 개인별 염기서열을 일일이 읽어내(시퀀싱) 분석하고 판독해내야 한다.

대량의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니 AI 활용이 필수겠다.

4개 염기가 일정한 서열을 이룬 DAN와 여기서 발현된 RNA, 최종적으로 프로테인(단백질)과 결합해 염색체를 이루기까지 각각의 분야를 이르는 용어가 오믹스다. 유전자와 DNA를 연구하는 유전체학(Genomics), DNA에서 떨어져나온 RNA를 연구하는 전사체학(Ttranscriptomics),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단백질체학(Proteomics) 등을 오믹스(Omics)라 부르고, 이 중 두 개 이상의 오믹스를 동시에 연구하는 것을 멀티오믹스라 한다. 오믹스를 비롯한 바이오인포메틱스 자체가 빅데이터와 이를 분석해낼 AI를 이용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원오믹스도 오믹스 전체를 연구하는 멀티오믹스를 지향해 정한 사명이다.

유전자 분석 외에 RP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면 가능하다. 안과에서 검진을 받으려면 눈 기관을 촬영해야 한다. 특정 사진 한 장만으로 RP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RP 환자의 눈 사진을 대량으로 확보하면, 유전체 분석 없이 사진 촬영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예측이 가능하다. RP 환자의 사진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한 AI가 질환 발병 가능성이 농후한 환자의 사진을 가려내는 방식이다. 중요한 건 데이터 확보다. 원오믹스는 지난 16년간 병원과 협업해 관련 데이터를 꾸준히 쌓아왔다.

서비스 상용화는 언제 이뤄질 예정인가.

국제협력과제로 지정되면서 연구비 지원을 받게 됐고, 올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비즈니스에 나설 계획이다. 90여 개 RP 유발 유전자를 대상으로 패널을 만들어 분석하는 방식이다. 가족력이 있거나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30만원선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직접 시퀀싱을 통해 유전체 마커를 찾아내고, 사진 판독까지 더해 예측 정확도를 높인 게 원오믹스만의 강점이다.

지난 2월에는 EDGC 등과 유전체 분석 장비 국산화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

현재 고가의 유전체 분석 장비는 미국 일루미나와 중국 베이징게놈연구소(BGI)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국산화는 매우 취약한 수준이다. 특히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국산 장비는 전무하다. 한국이 2000년대 들어 코호트 연구에 집중한 반면, 중국은 일루미나 기기 100여 대를 국가 주도로 사들여 아예 연구벨트를 만들었다. 이걸 다 분해해서 연구하고 지식재산권을 피해 독자 개발하는 데만 10년이 걸린 셈이다. 우리도 개발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대기업의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아예 소형화 개발을 추진해 개인이 비대면으로 직접 시퀀싱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야 한다. 장비 가격이 100만~200만원대로 떨어진다면 예를 들어 편의점에 한 대씩 놓을 수도 있다. 개인별 비대면 시퀀싱이 가능해지는 거다. 한국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반대로 선진기술을 따라가려는 기업가정신이 강했다. 유전체 분석 장비 개발에는 노하우와 하이퀄리티 지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그만큼 유리하다는 뜻이다. 현재로서는 투자와 지원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5년 안에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하드웨어는 선진국에 크게 뒤처졌다는 말로 이해된다. 분석 능력은 어떤가.

한국은 구미 선진국에 결코 밀리지 않는 의료 선진국이다. 그만큼 코호트 데이터가 가장 잘 갖춰져 있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분석 장비는 미국과 중국에 밀리지만, 데이터 분석과 응용은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연령별, 지자체별, 도농별, 병원별로 코호트가 잘 꾸려진 덕분이다. 데이터가 많을 뿐 아니라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뜻이다. 음식 재료는 충분하니 냄비와 가스레인지를 개발하면 된다. 이것까지 완료하면 그야말로 유전체 분석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 하드웨어를 스스로 갖춰야만 산업의 전체적인 밸류가 올라가고, 여기서 파생되는 고용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에 이른다. 정부가 국가 주요 사업으로 정해 전략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궁극적인 경영 목표는 무엇인가.

신약 후보 물질 개발이다. 우리가 직접 신약을 개발하는 건 어렵다. 다만 희귀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내고,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물질은 찾아낼 수 있다. 신약 개발 임상 과정에서 중단된 물질이 많다. 비정상 유전자를 찾아내 기존의 후보 물질과 매치해보는 방법이다. 이를 드럭 리포지셔닝이라 한다. 원오믹스는 특히 안과 질환 관련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경험이 풍부하다. 데이터 자체는 병원 외 기업이 가질 수 없지만,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물은 우리도 많다. 실제 사용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결과물을 가지고 머신러닝으로 학습해 응용하면 그만큼 쉽게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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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호 (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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