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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O PLAY WELL STUDY_5] 일상이 된 특별한 경험 ‘레고’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자 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혁명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자유로운 정체성을 지닌 사람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AI기술이 끼어들수록, 창의력은 희소성을 가진 능력으로 인정받는다.

레고의 놀이법은 ‘부수고 시작’하고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유의 특징을 갖는다. 브릭을 어디에 놓고 시작하는지, 다음 브릭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유기체처럼 형태가 변하기도 한다. 레고가 ‘창의력’을 대표하는 장난감으로 불리는 이유다. ‘레고 문명’이라는 조어도 탄생했다. 다양한 레고 브릭을 조립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듯,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다. 레고의 상징성처럼 이제 레고는 인종과 연령을 초월해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는 문화 콘텐트로 자리 잡았다.

레고그룹이 전 세계 일반인 5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이유도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다. ‘창의력’의 중요성은 브릭 놀이가 ‘놀이의 힘’을 얼마나 뒷받침해줄 수 있을까에도 방점이 찍혀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인들은 ‘놀이’에 대한 갈망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놀이가 공부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전 세계 평균 67%를 훌쩍 상회하는 한국 성인 76%가 일상 탈출을 꿈꾼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국 중 두 번째다. 사실상 높은 스트레스와도 연관이 있다. 한국 성인 10명 중 7명은 업무 시간 외에도 이메일을 확인(73%)하고, 일에 대해 걱정(64%)한다.

놀이(62%)는 한국 성인들이 어린 시절로 가장 돌아가고 싶은 이유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유년 시절을 회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부분은 스트레스 완화와도 연결됐다. 전 세계 평균(73%)보다 높은 한국 성인 81%가 일상 속 스트레스를 놀이가 해소해준다고 답했다.

한국인 76% ‘일상 탈출’ 꿈꾸고 명상보다 레고 선호


국가 전반적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레고, 보드게임 등 아날로그 놀이(61%)를 즐기는 사람이 요가, 명상(49%)보다 많았다.

하지만 한국 성인의 경우 놀이에 대한 갈망과 달리 심리적 제약이 높은 편이다. 10명 중 6명(58%)이 ‘성인이 노는 것이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응답해 중국(73%)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창의적 자신감도 성인이 될수록 낮게 나타났다. 스스로 창의적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은 한국의 경우 유년기 80%, 청소년기 78%, 성년 이후 66%로 전 세계 평균(각각 88%, 86%, 79%)과 비교할 때 가파르게 낮아졌다. 창의적 자신감 부족으로 꿈을 포기한 경험도 중국(72%), 한국(61%), 홍콩·대만(60%)로 아시아권 국가가 상위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41%), 러시아(44%), 덴마크(45%), 미국(47%), 영국·독일(49%) 등 유럽권 국가는 대체적으로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

레고 마니아들의 가족은 ‘놀이의 힘’ 설문에 큰 힘을 보탰다. 실제로 유아기부터 브릭을 접해온 아이들의 성장과 교육 과정을 지켜봐온 부모들의 ‘경험’으로도 증명되기 때문이다. 수치에서도 드러났듯이 인터뷰이들 또한 레고의 힘으로 ‘창의력’을 꼽았다. 특히 스스로 창의적이냐는 질문에 두 가족 모두 “그런 편”이라고 대답해, 창의력과 자신감 또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 간의 유대에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훨씬 높은 친밀감을 표현했다. 이재원 작가는 퇴근 후 혹은 주말에 딸 보원양과 함께 개인적으로 마련한 레고 작업실에서 캠핑을 하듯 지낸다고 한다. 이 작가는 “작업실이지만 레고를 충분히 할 수 있는 환경이라 틈만 나면 딸과 이곳에 온다”며 “아이가 이곳에 있는 시간을 가장 행복해해서 작업실을 없애지 않고 유지했다”고 답했다. 보원양 또한 강아지를 돌보는 것보다 “아빠와 레고 하는 시간이 제일 좋다”고 꼽았다. 김학진 작가도 “상호 관계와 소통에서 관심사가 같은 점이 중요한데, 레고는 이 점을 유지해준다”고 답했으며 지완군도 “서로 창작하며 대화할 주제가 끊이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자녀 교육에서 강조하는 바도 연결된다. 김학진 작가는 “말랑한 생각, 단단한 행동이 중요하다”며 “레고를 하면 생각의 유연함을 배울 수 있고, 아이디어의 원천을 현실화하는 훈련이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지완군은 자주 꾸는 꿈을 꼭 그림으로 그리고, 이 그림을 활용해 혼자 혹은 아버지와 함께 레고로 조립해 만들기도 한다. 평소 교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으로 ‘창의력’에 이어 ‘집중력’을 꼽은 이재원 작가는 “딸이 레고를 할 때만큼은 엄청난 몰입을 보여줘서 다른 분야에서도 그런 집중력으로 터득하는 힘을 다져가면 좋겠다”고 답했다. 보원양은 생각하던 브릭을 조합해 만들 뿐 아니라, 스스로 코딩을 하고, 유튜브를 혼자 편집해 올리는 등 자신의 창작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박지현·신윤애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2105호 (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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