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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이제는 석유 

 

석유 수요는 아직 코로나19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억만장자 존 고프는 팬데믹으로 도산 직전까지 간 프래킹 기업들을 매의 눈으로 주시하는 중이다. 사양산업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는 대형 담배사들의 선례를 이들 기업이 따라간다면, 팬데믹은 일생일대의 투자 기회를 선사해줄 것이다.
존 고프(John Goff, 65)가 처음 큰돈을 만진 때는 10여 년 전이다. 자신의 멘토였던 전설적 투자자 리처드 레인워터와 팀을 이룬 그는 1980년대 말에 시작된 저축대부조합 위기 이후로 텅텅 빈 고층 건물들을 헐값에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시장이 최고점에 달했을 때, 그는 부동산 투자운용개발사 크레센트 리얼 에스테이트(Crescent Real Estate)를 65억 달러에 매도했다. 그리고 수년 후에는 금융위기 속에 난파해 가격이 크게 떨어진 크레센트의 잔해들을 할인가에 다시 사들였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활동 기반을 둔 고프는 현재 (자산)규모 34억 달러의 크레센트 회장이며 댈러스 리츠칼튼호텔과 애리조나주 투손에 설립된 캐니언 랜치 스파 체인을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고급 부동산을 사랑하는 그이지만, 요즘 들어 “사업을 하며 경험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기회”가 바로 석유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기에 석유라니, 역발상 투자가 아닐 수 없다. 요즘 금융기사 제목들을 보면 석유의 시대는 이제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4월 석유 비축량이 ‘탱크 꼭대기’까지 올라오면서 유가는 하루 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셰일가스 프래킹 업체들은 시추 장비의 60%를 18개월간 놀리고 있으며, 46개 생산업체에서 10만여 명이 실직했다. 한때 셰일업계의 황태자였던 체서피크 에너지(본사: 오클라호마 시티)도 이런 시련을 피해가지 못했다. 미국 석유산업의 고난은 “1990년대 초의 부동산 업계와 비슷하다. 너무 많이 지었고 공간을 두 배로 늘렸고, 레버리지를 너무 높였다”고 고프는 말했다.

2008년에만 해도 유가는 배럴당 147달러를 기록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거대 석유사들은 S&P 500에서 15% 비중을 차지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석유 생산의 정점을 예측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유가는 배럴당 53달러에 거래되고 석유 에너지 기업들은 지수에서 2%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시장에서는 석유 ‘수요’의 정점이 이미 지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프는 이런 예측에 웃음을 터뜨린다.

그는 “석유 수요가 사라지기 전에 공급 부족이 먼저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매일 석유를 1억100만 배럴가량 소비했던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서 현재 석유 소비량은 10%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코로나19로 시작된 약세를 추세 전환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게 고프의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전기차가 가져온 변화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본다. “(소비자) 수요가 엄청나게 눌려 있었기 때문에 폭주할 수 있다. 사람들은 정말 지친 상태”라고 말한 그는 사람들이 사무실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석유와 가스는 맹렬한 기세로 컴백할 것입니다.” 브라질에서는 석유 수요가 이미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아졌다.

그래서 고프는 먹이를 낚아채려는 독수리처럼 사냥감을 물색하며 머리 위를 맴도는 중이다. 제대로 된 자산과 자본구조, 인센티브 계획만 갖추고 있다면 석유기업들의 미래가 아주 밝을 것이라고 그는 확신한다. 그는 “헐값에 매장지를 매입하는 중”이라고 자랑한다. 주요 플랫폼은 지분 24%를 보유한 상장기업 콘탱고 오일 앤드 가스(Contango Oil & Gas)다. 고프는 콘탱고 지주사 의장이고, 그의 제자나 다름없는 윌키 코일러 주니어(36)가 CEO다. 2019년 10월에는 오클라호마에 있는 1등급 셰일 유전 647㎢와 텍사스 팬핸들(Texas Panhandle)을 2300만 달러에 낚아챘다. 같은 시기 오클라호마 법원에서는 파산을 선언한 화이트 스타 페트롤리움(White Star Petroleum)의 유전 1274㎢를 1억3000만 달러에 낚아채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화이트 스타 페트롤리움은 시험 시추를 통한 유전 개발로 억만장자가 된 고(故) 오브리 맥클렌돈이 설립한 회사다.) 11월에는 와이오밍과 몬태나, 텍사스에서 총 5800만 달러를 투자해 728㎢의 유전 지대를 매입했다. 고프는 지배지분을 가진 중소 석유기업 미드-콘 에너지 파트너스(Mid-Con Energy Partners)와 콘탱고를 합병했다. 보수적으로 잡아서 배럴당 45달러만 되어도 콘탱고는 2021년 (자본 지출 및 이자 지급 후) 7500만 달러 수익을 낼 수 있다. 아직까지 월스트리트에서는 고프의 ‘바겐세일 헌팅’을 주가에 반영해주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12개월간 S&P 석유 및 가스 지수는 20% 하락하고 전체 시장은 20% 급등했지만, 콘탱고 주가는 34%나 하락했다.

일단 살아남기

고프는 콘탱고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10년 전 셰일가스 붐으로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땅은 죄다 시추하고 프래킹하던 전성기와 달리, 이번에는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의 가격이 고프가 보기에 “아주, 아주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질 때 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실지로, 셰일 2.0 시대에는 반드시 “현금흐름 속에서 살아남기”가 관건이었다고 뉴욕의 사모펀드 기관 키머리지 에너지(Kimmeridge Energy)의 벤 델 전무이사가 말했다. 그는 절제된 성장을 추구하는 고프의 행보가 옳다고 생각한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에서 석유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영국 출신의 델은 10년 전 담배 대기업의 행보를 참고한다면 사면초가에 몰린 미국의 셰일 프래킹 업체들도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담배 기업들처럼 사양산업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비용 절감과 자본이익의 주주환원 증대를 택하는 것이다. 그가 즐겨 거론하는 사례는 말보로 브랜드를 소유한 알트리아 그룹(Altria Group)이다. 전 세계 흡연 인구가 2012년 정점에 이르고 이후 하향세가 지속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알트리아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수익률 250%로 S&P 500 지수보다 두 배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해당 시기 알트리아 주가가 선전한 이유는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500억 달러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했기 때문이다. 500억 달러는 2010년의 기업가치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델은 “시장평균 초과수익을 가져온 건 고성장 전략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손을 붙잡아둘 정도로 높은 자본수익”이라고 말했다.

상장 프래킹 업체들이 알트리아의 선례를 따라갈 수 있을까? 일단 밸류에이션이 중요하다. 석유산업에서 선호하는 판단 기준은 EV/Ebidta다. 시가총액에 순부채를 더한 기업가치를 이자, 세금, 비현금 비용(예: 2020년 엑손모빌 매장량 가치 200억 달러 상각) 이전 수익으로 나눈 값이다. 그러나 프래킹 기업들의 우량자산이 배럴당 45달러 유가에도 수익을 낼 수 없는 수준이라면 매수할 가치는 사라진다. 이 정도 선에서 손익분기가 가능하려면 텍사스 서부와 뉴멕시코 동남부에 위치한 퍼미안 분지가 적격이다. 방향제어 시추와 수압파쇄 프래킹을 활용하는 ‘원투 콤보’ 덕분에 석유 생산은 10년 전 하루 생산량 100만 배럴에서 현재 400만 배럴로 증가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대부분의 생산량보다 높은 수준이다.

퍼미안 분지에서 시추하는 기업 중 고프가 선호하는 기업 중 하나는 셰브론(Chevron)이다. 셰브론은 퍼미안 분지에서도 알짜 땅 8093㎢와 훌륭한 재무제표를 보유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좋은 퍼미안 분지 시추 기업은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와 콘초 리소스(Concho Resources)의 새로운 합병사다. 최근에는 퍼미안 분지 유전 3642㎢에서 생산된 석유와 가스에서 로열티를 받는 텍사스 퍼시픽 랜드 트러스트(Texas Pacific Land Trust)도 있다. 퍼미안 분지와 관계없는 회사 중에는 저비용으로 오일샌드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캐너디언 내추럴 리소스(Canadian Natural Resources)가 있다. 또, 그와 델 모두 콜로라도 워튼버그(Wattenberg) 분지에서 저비용 생산자로서 압도적 지위를 점유하고 있는 PDC 에너지의 굳건한 신봉자다.

고프는 콘탱고를 통해 비상장 기업을 매수하는 편이지만, ‘최고의 기회는 공개시장에 있다’는 생각도 버리지 않는다(표 참조). 그의 사수였던 레인워터는 1970년대 포트워스의 배스 형제를 도와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는 그들의 유산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포트폴리오(텍사코 10%, 마라톤오일 5%, 월트디즈니 지배지분으로 구성)로 키워낸 적이 있다. 이런 경험을 가진 레인워터와 함께 일한 초반부터 고프는 기회가 공개주식시장에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알트리아가 전한 교훈

고프는 31살이었던 1987년 레인워터 회사에 입사했다. KPMG의 전신인 회계법인 피트마윅(Peat Marwick)에서 공공회계를 담당하다가 바로 옮긴 회사다. 포트워스 투자사였던 레인워터에서는 매일 뜨거운 속도로 계약이 체결됐다. 레인워터는 양손에 전화기를 들고 다수의 계약 당사자와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는 데 매일 반나절을 보내곤 했다. 얼마 안 가 고프는 레인워터의 부동산 사업을 맡아 키우기 시작했고 레인워터가 1996년 메사 페트롤리움(Mesa Petroleum)으로부터 티분 피킨스(T.Boone Pieckens)를 가져와서 유상증자를 통해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Pioneer Natural Resource)로 전환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퍼미안 분지에 3237㎢를 보유한 파이오니어가 미 프래킹산업의 챔피언이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거대 담배기업은 석유기업들에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모범 사례를 제공해주지만, 뭘 잘못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반면교사가 되기도 한다. 2018년 알트리아는 자본환원을 뒤로 미룬 채 전자담배 줄랩(Juul Labs)의 지분 3분의 1을 인수하는 데 128억 달러를 썼다. 그러나 이후 줄랩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제품을 광고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해 연방정부에서 수사를 시작하면서 주가가 폭락했고, 알트리아는 소유지분의 가치를 3분의 2나 상각해야 했다.

고프는 거대 석유사들도 얼마든지 비슷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례로 지난 2월 이후 주가가 35% 미끄러진 BP를 지목했다. BP가 석유 외에 재생가능 에너지에 재투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재생가능 에너지에 투자하고 싶다면, 차라리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에 투자하라고 고프는 조언한다. 넥스트에라는 미국 최대의 풍력 터빈 및 태양광 패널을 운용하는 회사다.

석유로 눈을 돌린 부동산 재벌이라니 고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프가 지난 1년간 투자한 대상 중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자산은 암호화폐다. 그중에서도 비트코인이 가장 높다. 고프 자신도 놀랄 만한 결과이긴 하다.

그래도 땅속에 부를 저장해두는 투자성향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회전초가 굴러다니는 퍼미안 분지 지하 3.2㎞ 아래에는 기름을 듬뿍 머금어 프래킹으로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지질층이 널려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 지역(뿐 아니라 오클라호마와 와이오밍 1급 생산지)에 땅을 보유하고 있으면, 앞으로 자산시장을 흔들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자신을 지킬 든든한 방패를 가진 셈이다. 지난 1년간 연준의 무자비한 돈 풀기로 미 통화량이 72%나 팽창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는 “어지러울 정도로 돈을 찍어대는 지금 이 상황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겁날 정도입니다”라고 말했다.

[박스기사] Insider Info - 텍사스의 맛

존 고프는 34년 전 리처드 레인워터와 함께 일하기 시작한 후부터 죽 댈러스-포트워스에 살아온 토박이다. 그가 식사 때마다 즐겨 찾는 맛집을 소개한다.

피어링스 레스토랑(Fearing’s Restaurant, 댈러스) - (고프가 소유한) 리츠칼튼 호텔 안에 있다. 댈러스 최고 의 유명 셰프 중 한 명인 딘 피어링이 운영하는 레스토 랑이다. 고프는 식사 때면 반드시 이곳을 찾는다. “토틸라 수프와 랍스터 타코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카페 퍼시픽(Cafe Pacific, 댈러스) - 40년 역사를 가진 고급 해산 물 레스토랑이다. 댈러스 컨트리클럽 근처에 있다. “파워 런치나 주말을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세인트 에밀리온(Saint Emilion, 포트워스) - 담쟁이덩굴로 뒤덮은 A자 모양의 집에 들어가면 나오는 ‘아늑한 프렌치 비스트로’다. 유명 관광지 포트워스 스톡야드 남쪽에 있다.

하츠유키 핸드롤 바(Hatsuyuki Handroll Bar, 포트워스) - 트리니티 파크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아직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 가면 ‘댈러스-포트워스에서 최고의 스시’를 먹을 수 있다.

죽지 않아, 석유
앞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프래킹 기업들을 소개한다. 전 세계가 친환경으로 가더라도 이들의 배당금 지급 여력과 밸류에이션은 살아 있을 것이다.

※ 텍사스 스타일 전면이 유리로 된 20층짜리 댈러스 매킨니앤드올리브 (McKinney & Olive) 건물 로비에서 존 고프를 만나 사진을 찍었다. 그의 회사 크레센트 리얼 에스테이트가 직접 건설하고 계속 관리하는 건물이다. 로비에는 입술 모양의 카시나(Cassina) 소파가 놓여 있다.

- CHRIS HELM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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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호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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