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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 그룹의 승계 비밀 

 

LVMH 그룹은 루이비통을 중심으로 75개 명품 패션·주류 브랜드를 거느린 대그룹이다. 최근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70세를 넘기면서 경영권 승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배력’과 ‘성장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프랑스 시가총액 1위 기업은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을 중심으로 75개 명품 패션 및 주류 브랜드를 거느린 LVMH 그룹이다. LVMH(Louis Vuitton Moët Hennessy) 그룹은 2020년 기준으로 매출액 447억 유로(약 60조원)에 순이익은 47억 유로(약 6조3000억원)로,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매장 수는 증가했고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80개 국가에 총 500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종업원은 15만479명에 이른다.

LVMH 그룹은 5개 사업그룹으로 나누어 경영하고 있다. 패션 및 가죽제품(루이비통, 셀린느, 크리스챤 디올, 펜디, 벨루티 등) 사업그룹이 매출의 47%로 가장 크며, 향수 및 화장품 사업(겔랑, 지방시, 베네피트 등) 12%, 와인 및 주류사업(돔 페리뇽, 헤네시, 모에샹동 등) 11%, 시계 및 보석 사업(불가리, 쇼메, 태그호이어, 위블로, 제니스 등) 7%, 특화 유통(세포라, DFS 등) 및 기타 사업(벨몬드호텔 등) 그룹이 매출의 23%를 차지한다. LVMH는 2021년 1월에 미국 최고의 명품 보석 브랜드 티파니(Tiffany)를 16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세계 최고의 명품기업으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명품기업 LVMH 그룹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 답은 프랑스의 걸출한 기업인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1949~)의 열정과 탁월한 경영 수완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72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LVMH 그룹 회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르노는 프랑스의 MIT라고 불리우는 에콜 폴리테크니크(Ecole Polytechnique)에 공학도로 입학한 해부터 학업과 함께 부친이 소유한 건설회사 페레-사비넬(Ferret-Savinel)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1978년 29세 나이에 이 건설회사의 회장직에 올랐다. 이후 6년간 회장으로 활동한 아르노는 1984년에 패션 명품 사업가로 변신하는 기회를 포착하게 된다. 1984~85년에 걸쳐 섬유 기업 그룹 부삭(Boussac)을 인수했는데, 여기에 크리스챤 디올 브랜드가 포함되어 있었다. 아르노는 다른 브랜드들은 모두 매각하고 크리스챤 디올 브랜드에 집중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87년에는 본격적으로 명품 브랜드 그룹을 구축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포착했다. 당시에는 소규모 기업이었지만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서 자금이 필요했던 루이비통과 모에헤네시가 합병을 하게 되는데, 아르노는 이 과정에서 합병법인의 소수주주로 참여했다. 그런데 두 기업의 경영진 간 갈등이 발생했고, 1989년에 아르노는 영국 주류회사인 기네스(Guiness) 그룹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루이비통 경영진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합병법인의 최대주주가 되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아르노는 크리스챤 디올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수많은 명품 브랜드를 인수해 지금의 LVMH 그룹을 일구었다.

LVMH 그룹는 두 개의 상장회사인 크리스챤 디올과 LVMH를 중심으로 수많은 비상장 자회사로 구성되어 있다. LVMH 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보면 아르노 가족그룹을 정점으로 크리스챤 디올이 중간에 지주회사로 있고, 크리스챤 디올이 다시 LVMH의 지분을 보유하는 다층적 지분소유구조라고 할 수 있다. 아르노그룹주식회사(Groupe Arnault S.E.)라는 가족지주회사를 포함하는 아르노가족그룹이 크리스챤 디올의 지분 97.5%(차등의결권을 인정받는 주식에 의거해서 의결권은 98.44%)를 보유하고 있으며, 크리스챤 디올이 다시 LVMH 지분 41.25%(의결권 56.49%)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 4월 이전까지 아르노가족그룹은 크리스챤 디올 지분을 74% 정도 보유하고 있었고, 크리스챤 디올은 LVMH에 대한 지분보유 이외에도 자체적으로 다양한 명품 브랜드 사업도 영위해왔다. 그러나 아르노 회장이 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한다며 131억 달러를 투입해서 크리스챤 디올의 주식을 공개 매수해 지분율을 97.5%까지 올렸다. 이후 크리스챤 디올은 LVMH 그룹의 중간지주회사가 되었고, 동 회사의 모든 브랜드 사업은 LVMH 산하로 편제되었다. 아르노가족그룹은 중간 지주회사인 크리스챤 디올을 통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LVMH 지분 6.23%(의결권 6.97%)를 보유하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70세를 넘기면서 LVMH의 경영권 승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르노 회장은 두 번 결혼해서 모두 4남 1녀를 두었다. MIT에 재학 중인 막내 아들 장(Jean, 1998년생)을 제외한 나머지 네 자녀는 모두 그룹의 요직을 맡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녀 델핀(Delphine, 1975년생)은 2년 동안 맥킨지 컨설턴트를 마치고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룹의 경영활동에 참여했다. 현재 아버지와 함께 LVMH의 이사회 구성원이자 최고경영위원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루이비통의 모든 제품에 대한 최고책임자이면서 그룹의 사회적책임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장남 앙투안(Antoine, 1977년생)은 루이비통의 광고부서에서 경력을 시작했으며, 2005년에 LVMH 이사회에서 그룹의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2011년부터 벨루티(Berluti) 최고경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차남 알레상드르(Alexandre, 1992년생)는 루이비통이 2016년 인수한 여행용 가방 브랜드 리모와(Rimowa)의 최고경영자를 지냈다. 아르노 회장은 30세의 알레상드르를 올해 인수한 티파니의 최고경영진 일원으로 임명하면서 경영 역량을 키우고 있다.

삼남 프레데릭(Frédéric, 1995년생)은 아버지가 공부한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수학을 전공한 수재로, 프로그래밍 등에도 뛰어나 페이스북, 애플, 맥킨지 등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 2020년 6월 25세 나이에 태그호이어 최고경영자로 임명되었다.

아직 건강한 아르노 회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LVMH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든 자녀에게 경영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아르노 회장의 경영승계 계획 실행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자녀들에게 경영 역량을 키울 기회를 주되, 반드시 회장이 가장 신뢰하는 최고의 전문경영인을 옆에 두고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LVMH의 승계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202108호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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