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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 

웹툰 영상화의 차별화 

네이버웹툰 콘텐트 IP의 영상화를 담당하는 ‘스튜디오N’이 지난 8월 8일 설립 3주년을 맞았다. 스튜디오N은 ‘웹툰의 드라마화’라는 전형에서 벗어나 드라마의 웹툰화, 웹툰의 애니메이션화 등을 시도하며 웹툰 IP의 가능성을 확장해가고 있다.

▎권미경 대표가 한남동에 있는 스튜디오N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니, [닭강정]이 진짜로 나오네.”, “[당신의 과녁]이 제일 기대된다.”

네이버웹툰의 IP(지식재산권) 브리지 컴퍼니 스튜디오N이 최근 발표한 드라마 라인업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다. 스튜디오N은 네이버웹툰이 확보하고 있는 IP의 영상화를 뒤에서 지원해온 B2B 기업이지만, 최근 각 드라마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스튜디오N이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스튜디오N은 ‘웹툰 영상화’를 전문화하기 위해 2018년 네이버웹툰이 100% 출자해 만든 회사다. 웹툰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할 수 있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그러나 인지도가 높은 웹툰 IP라고 해서 모두 영상화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웹툰 영상화에는 특수효과 삽입, 타깃 재설정 등 까다로운 문제가 적지 않다. 웹툰의 상상력을 담아내는 데 필요한 영상 기술이 부족하고 제작자들이 장르 간 크로스오버에 익숙하지 않았던 2010년대 초반에는 웹툰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기 어려웠다.

스튜디오N이 최근 내놓은 청춘 드라마 [알고있지만]은 이곳만의 마케팅 역량이 한껏 발휘된 예다. 인터넷 밈 ‘하이퍼 리얼(현실 반영을 잘했다는 의미)’을 넣은 ‘하이퍼 리얼 로맨스’라는 문구로 젊은 층에 소구하는 한편 짧은 편집 영상으로 MZ세대 팬을 확보해 8월 둘째 주 기준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 랭킹 5위를 차지했으며, 국가별로는 홍콩에서 2위, 일본 3위, 태국 및 베트남 3위를 기록했다.

네이버웹툰 영상화 작업의 차별화를 이끌어낸 이가 바로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다. 스튜디오N 설립 직후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는 권 대표는 콘텐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광고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권 대표는 CJ E&M 영화사업본부장, 월트디즈니코리아 마케팅 이사직을 역임한 영화 투자·배급 및 마케팅 전문가다. [어벤져스], [명량], [베테랑], [남한산성] 등 대작이 권 대표의 손을 거쳐 나왔다. 마지막 직장인 CJ를 퇴사했을 때, 그의 다음 행보에 충무로의 눈길이 쏠린 이유다.

다음 일터로 스튜디오N을 선택한 것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를 일궈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권대표는 전했다. 그는 직원들을 스튜디오N의 ‘멤버’라고 표현할 정도로 사람 중심의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작은 기업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으로 운영됩니다. 멤버들이 믿음으로 연결된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각자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작품 제작을 지원하고, 책임을 나눠 다 같이 인생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회사 모토도 ‘재미있으면 하고, 재미없으면 하지 말자’로 정했습니다.”

스튜디오N은 어느덧 설립 3주년을 맞이했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권 대표는 “회사 설립 당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께 ‘저희 조직은 3년 기다려주셔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다행히 기대 이상으로 회사가 돌아가고 있어서 행복하다. 코로나19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꾸준히 밀고 나온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웹툰을 소재로 영상을 만드는 것은 권 대표에게도 익숙지 않은 시도였다. 그는 “웹툰을 영상으로 옮길 때는 많은 장치가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예컨대, 영상을 볼 때는 개연성에 대한 시청자 기대가 더 크다. 웹툰에서는 주인공의 서사만으로도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다면, 영상에서는 주변 인물들을 동원해야 한다”며 “배워온 것들이 절대적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뼈대 정도는 세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고군분투 끝에 [타인은 지옥이다]. [여신강림], [쌉니다 천리마마트] 등 인기작이 탄생했다.

지난 3년간 구축한 스튜디오N의 DNA는 ‘유연함’으로 규정할 수 있다. 권 대표는 직원들이 IP를 드라마, 영화, 공연, 웹툰 등 특정 포맷에 가두지 않고 입체적 대상으로 다루도록 유도한다. ‘재미있는 콘텐트라면 어떤 형태로든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권 대표의 생각이다. 예컨대 2019년 [타인은 지옥이다]를 드라마화한 뒤 스튜디오N은 프리퀄 시나리오 작업에도 착수했다. 등장인물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오프도 고려하고 있다.

권 대표 특유의 유연함은 작업 과정에서도 묻어난다. 거듭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존 기획의 윤곽을 수정해나가는데 거부감이 없다. 예컨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기획했던 [유미의 세포들]은 드라마로 먼저 만들어졌다. [거침없이 하이킥],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인기 작품을 써온 송재정 작가가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드라마로 만들자는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다. ‘세포들의 이야기를 실사로 구현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세포들을 애니메이션으로 등장시키는 것으로 해결했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드라마가 탄생을 앞두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 첫 회는 9월 17일 tvN에서 방영된다.

단기간 내 남다른 업력과 업계 영향력을 쌓아온 스튜디오N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IP 브리지 컴퍼니라는 정체성에서 한 걸음 빗겨나 오리지널 IP 제작에 나선 것이다. 스튜디오N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로 배우 최우식, 김다미가 주연을 맡은 [그 해 우리는]이 올 하반기 SBS 방영을 앞두고 있다. 권 대표는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지만, 원작이 없는 작품도 제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IP 활용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라고 밝혔다.

[그 해 우리는]은 드라마 방영과 동시에 웹툰으로도 연재된다. 웹툰이 영상화되는 일은 빈번해도, 영상이 웹툰으로 옮겨지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시점에서의 스토리는 TV 드라마로 방영하고, 웹툰에서는 주인공의 과거를 다룬 프리퀄 콘텐트를 소개한다. 권 대표는 “웹툰 독자, 드라마 시청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글로벌 경쟁력은 콘텐트가 좌우

스튜디오N은 네이버웹툰의 해외 진출에도 앞장서왔다. 특히 2020년 스튜디오N이 제작한 드라마 [스위트홈] 인기가 해외를 강타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면서다. 동명의 웹툰(작가 김칸비, 황영찬)을 원작으로 한 [스위트홈]은 지난해 12월 말 54개국에서 넷플릭스 뷰어십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미국에서 6위,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각각 6위, 5위를 기록했다. [스위트홈]은 글로벌 웹툰 영상화 시장의 잠재력을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 스튜디오N은 향후 해외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작품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묻자 권 대표는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한국어 콘텐트를 꾸준히 만들다 보면 글로벌 진출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통하는 콘텐트라는 것은 따로 없습니다. 재미가 있고 없다는 차이뿐입니다.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전 세계가 연결돼 있고, 각국 라이프스타일의 차이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콘텐트 시청자들이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한다고 느껴요.”

지난달 네이버가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면서 스튜디오N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됐다. 권 대표는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와 공동 제작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정하은 인턴기자 jung.haeun@joongang.co.kr·사진 우상조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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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호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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