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예약제로 오마카세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쿡투게더 한남이 지난 7월 문을 열었다. 김지윤 대표는 “조용하게 프라이빗한 모임을 갖고 싶어 하는 분들께 소중한 기억을 안겨드리고자 특별한 경험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쿡투게더 한남의 이로리 식재료. 왼쪽부터 도미 맑은 탕, 전어, 메추리, 보리새우, 한우 채끝 등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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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원한남을 지나 한남동 카페거리 안쪽으로 걷다 보면 빨간 벽돌을 쌓아 올린 3층짜리 건물이 얼굴을 내민다. 일식을 기반으로 한 컨템퍼러리 음식을 선보이는 ‘쿡투게더 한남’은 이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다. 건물 전체가 빨간 벽돌로 둘러싸여 있어 레드한남이라고도 불린다. 김지윤 대표는 2년 전 도곡동에 오픈한 원테이블 레스토랑 쿡투게더에 이어 이곳에서 본격적인 오마카세 디너의 정수를 선보인다.
함께 즐기는 특별한 요리
▎쿡투게더 오카마세 한 상 차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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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투게더는 일식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하나의 카테고리에 특정되지 않는 이국적인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지향한다. 김 대표는 엄선한 식재료로 계절감을 살린 제철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10월에는 달달하게 살이 오르기 시작한 서해의 숫꽃게와 당일 통영 욕지도에서 공수하는 쥐치, 9월부터 제철인 찰옥수수와 제주도에서 재배하는 땅콩호박을 튀겨낸 덴푸라, 홋카이도산 성게알 등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신선한 식재료들이 쿡투게더 식탁 위를 수놓았다.쿡투게더 한남을 대표하는 또 다른 요리는 바로 이로리(囲炉裏)다. 이로리는 일본의 전통적인 난로이자 음식 조리에 사용되는 네모난 장치로, 위에 냄비를 걸어 밥을 짓거나 차를 끓이는 용도로 쓰인다. 김 대표는 일본 여행을 다니며 시골집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 화덕에 모여 앉아 같은 음식을 나누면서 시간을 공유하는 이로리 문화에 깊은 정감을 느꼈다.그는 “우리나라도 다 같이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공유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아직 한국에서 생소한 이로리 요리를 제대로 선보이기 위해 최상급의 제철 재료와 참숯으로 기본적이면서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로리에 사용되는 재료는 한국에서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경상북도 봉화군의 송이버섯과 목포에서 당일 올라온 산낙지, 당일 삼천포에서 공수한 전어, 이로리에 구웠을 때 풍미와 식감이 가장 좋은 최상급 채끝 등심이 있다.제철 요리를 중시하는 쿡투게더이지만 변하지 않는 시그니처 메뉴도 있다. 바로 100% 흰콩으로 만드는 초두부다. 두부가 완전히 응고되기 전에 꺼낸 ‘첫 두부’라는 의미로 ‘처음 初(초)’가 붙은 초두부는 특정 온도에서만 나오는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위해 엄청나게 까다로운 조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김 대표는 “인내와 정성이 필요한 시그니처 메뉴인 만큼 우리 주방이 갖고 있는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요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왼 쪽부터 김준혁 수셰프, 박진원 헤드셰프, 김한울 수셰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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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참숯을 이용한 비장탄에서 촉촉하게 구워낸 자연송이버섯과 영귤을 살짝 뿌린 시트러스 소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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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투게더 한남 매장 내부. 박진원 헤드셰프가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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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까지 수용 가능한 룸 내부. 전용복 칠예가의 작품이 벽면에 진열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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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공간에 담긴 철학쿡투게더의 요리를 책임지는 셰프 세 명은 모두 한국과 미국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은 뒤 김지윤 대표의 철학에 공감해 뜻을 모았다. 박진원 헤드셰프는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인 코지마 출신으로, 하카타 셉템버애서 요리를 시작해 갓포이든, 모수서울에서 경력을 쌓은 실력자다.쿡투게더 한남은 음식 못지않게 목재를 활용한 품격 있는 내부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세계적인 옻칠 장인 전용복 칠예가가 내부 장식에 직접 관여해 장식장과 엘리베이터, 천장 몰딩까지 작품으로 승화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쌀쌀한 가을밤,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쿡투게더의 정성 가득한 오마카세 디너를 즐겨보면 어떨까. 김 대표는 11월부터 본격적인 오마카세 코스 외에도 바에서 술과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식도 준비해 선보일 계획이다.-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