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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조건] 기업 리더 50인의 신년 에세이(3) 

 

고난을 이겨낸 위대한 스타트업의 탄생 방정식 | 김유진 스파크랩 공동대표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이에게 ‘생존’이 주요 키워드가 되었던 2021년이 가고, 어느새 새해가 밝아온다. 올해, 그리고 스파크랩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 함께 성장해온 지난 9년이라는 시간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과연 코로나19가 스타트업에 아주 특별한 위기였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회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가 월 단위는 물론 주 단위로도 찾아올 수 있는 것이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 생존을 넘어 더 큰 도약까지 이뤄내는 기업들에는 가장 큰 공통점이 있다. 바로 ‘팀워크’, ‘결속력’이다. 실리콘밸리의 유력 VC인 앤드리슨 호로비츠의 공동 창업자 벤 호로비츠는 창업자들을 위한 저서 『하드씽』에서 기업이 위기를 맞이했을 때 극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CEO는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조직의 리더가 이를 투명하게 구성원들에게 공유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 요건이라는 것. 이것이 전제돼야만 조직 내 신뢰가 구축되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환경이 조성되며, 더 나아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희생하고자 하는 동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비전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 달려 나가는 이들이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똘똘 뭉쳐 희생하며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 그리고 터널을 지나온 후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보상을 하는 것. 조직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더 결속하고, 어느 때보다도 더 단단한 팀으로 거듭나게 된다. 고비 없이 성공한 스타트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비를 잘 이겨냈을 때 비로소 위대한 기업이 탄생한다.

2022년에도 기업 생존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팬데믹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고, 누군가는 계속해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어떤 입장에 서 있든 ‘사람’에 집중해야만 위기에서 생존으로, 그리고 더 큰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계속된 팬데믹으로 인해 ‘친환경’, ‘지속가능성’은 새해에도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새로운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멋진 창업가들의 탄생이 줄을 이을 것이다. 인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 험난한 여정에 누구보다 먼저 나서 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야말로 스타트업이라 불리는 혁신가들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자자로서 나는 더 가치 있는 비전을 품고 성공에 따른 소셜 임팩트까지 고려할 줄 아는, 이 시대에 맞는 진정한 창업가를 찾는 데 집중하고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더욱 힘을 쏟을 것이다.

죽음을 기억하는 일 |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대표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라틴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의미다. 로마시대, 원정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병사들이나 노예들로 하여금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는 문구다. 그런데 이 말은 약간 어색하게 들린다. 죽음이라는 이벤트는 미래에 발생하는 것이기에, 과거의 일로써 기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이 죽은 상황에서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을 항상 마음속에 새기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되는 듯하다. 로마에서는 그런 행동이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었던 것이다.

디셈버앤컴퍼니를 운영한 지 이제 만 8년이 되었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니, 이벤트마다 소소하게 승리의 기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계획한 바를 초과 달성하거나, 꼭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성공하는 것 같은 일이다. 특히 새로운 사업을 키워가면서 성장하는 시기에는 소소한 승리의 기쁨을 자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회사는 계속해서 잘될 것 같다는 자신감을 늘 갖게 되었다. 나는 그때마다 의식적으로 ‘메멘토 모리’를 떠올렸다. 자신감이 넘치고 기쁠 때가 위험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스스로에 대한 도전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는 경우, ‘메멘토 모리’는 매우 중요하다. 젊고 에너지가 넘치기에 죽음의 기억을 자각하는 것은 이들에게 별다른 자극을 주지 못한다. 스스로의 역량을 매우 사랑하며 자신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신감이야말로 혁신을 견인하고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원동력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들은 사업의 굴곡에 대한 경험이 옅은 것이 보통이기에, 환경 변화 등에 쉽게 소심해질 수 있다는 한계점도 동시에 갖고 있다. 따라서 중간중간 예방주사처럼 ‘메멘토 모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기업이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생존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책임자의 관점에서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와 다른 사업 영역에 들어설 때는 성장 가능성뿐 아니라 실패 가능성도 늘 공존하기 마련이다. 표면적인 성장은 지속될 수 있지만, 언제 고객의 트렌드가 바뀔지 모르고, 더 새로운 기술이 나올 수도 있다.

사업을 하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은퇴하기 전까지는 항상 죽음을 기억하며 스스로와 조직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 중심의 성장 마인드셋 | 김일겸 무늬랩스 대표


한 기업의 생존은 그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가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인정받을 때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제공 가치는 이를 만들어가는 기업 내 구성원들이 스스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을 때 더욱 완성된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조직 구성원들, 즉 함께하는 사람들의 행복과 응집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일에 대한 개념이 활발히 재정의되고 있는 요즘, 기업들이 더 행복한 일터, 생산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갖출 수 있도록 기업 고유의 ‘무늬’인 조직문화를 설계하는 무늬랩스도 한층 무거운 사명을 느끼고 있다.

2021년은 무늬랩스의 슬로건인 ‘We Invent Customer Experience and Humanize Technology’를 사업적으로 충실히 구현했던 한 해였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싶다.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신규 사업 아이디어 개발 과정을 체계적으로 가이드하는 디자인 스프린트(Design Sprint) 서비스를 론칭했다. 그리고 다양한 프로젝트와 비대면 교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디지털전환 시대에 맞는 구성원 경험을 설계함으로써 고객사의 조직문화 혁신과 HR 역량 향상을 지원했다. 또 구성원 공감에 기반한 전사적 변화관리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함으로써 고객사의 디지털전환 성숙도 수준을 한층 높였다.

2021년이 팬데믹 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춘 해였다면, 2022년 기업 경영의 화두는 다시 ‘사람’이 될 것이다. 이미 많은 국내외 선도 기업이 ‘고객 경험’과 ‘구성원 경험’을 사람 중심으로 재발견하고 정비하는 방향으로 2022년 사업의 중심을 설정하고 있다. 점점 커지는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생존을 위한 노력만으로는 살아남기 버거운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생존을 넘어서, 사람 중심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마인드셋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만이 유의미한 결실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30년을 이야기하자 |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10여 년간 유목 제국의 흥망성쇠를 공부하면서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다. 주변의 농경·정주 문명이 쇠약해질 때, 창업자는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주변의 유목 세력들을 결집해 2~3대에 걸쳐 농경·정주 국가를 정복한다. 동시에 국가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를 성장시키고, 그러다 안정기에 접어들면 초기의 아성과 창업 정신은 잊어버린 채 쌓아놓은 기득권 속에 안주해버린다. 그러다 결국 누적된 갈등이 터지면서 쇠락의 길을 걷는다.

유라시아 역사 속에서 명멸했던 몽골제국, 청나라, 티무르, 흉노 등 유목 제국들은 모두 이 흥망성쇠의 패턴을 그대로 따라갔다. 21세기 기업과 국가들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아니 그 패턴의 진행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더 빨라지고 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었던 미국과 일본의 경제는 휘청거리고, 어설퍼 보였던 중국은 무섭게 성장해서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전의 한국 30대 기업 중 몇 개만 살아남고 대부분 사라졌다. 2050년이 되면 지금의 전 세계 상장사 중에 여전히 살아남아 있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많은 회사가 승자독식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2030년까지 서서히 사라져갈 것이다. 숨가쁜 변화의 와중에 우리는 어떻게 100년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우리 회사 경험을 돌이켜보면,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서 회사의 분기 매출이 100억원대에서 5억원대로 떨어진 적이 있다. ‘결국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독한 시절이었지만 다행히 경쟁사들이 우리보다 빨리 포기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지난 위기들이 운 좋게 성장의 발판이 되었지만 앞으로도 이런 거친 파도들을 잘 이겨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과거의 성공 경험을 돌이켜보면 길게 보고 오랜 시간 노력을 투자했던 프로젝트와 시스템들이 큰 성과를 가져왔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평판, 기업문화, 상품과 시장 포트폴리오, 다양한 고객 솔루션, 인재 육성, 전산 인프라 등 회사의 핵심 자산들은 대부분 10년 넘게 집요한 장기투자를 토대로 쌓아온 것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메타버스,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이 시대에 트렌디한 아이템을 이야기하며 민첩성과 순발력을 강조하지만, 아마 대부분의 회사에는 장기간 구축해온 핵심경쟁력이 생존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2022년에 어떤 위기가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2030년까지 우리 회사가 속한 반도체 중고 장비 시장에 어떤 일이 생길지 큰 그림은 그릴 수 있다. 역사를 보면 제국의 흥망성쇠 비결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비전과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시대 흐름을 놓치지 않고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진 기업이라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기업 경영자로서 내가 할 일은 우리 동료들과 2030년의 꿈을 이야기하면서, 그 꿈을 위해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같이 해나가는 것이다. 단기적인 목표보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지향하며, 세상의 흐름을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며, 차근차근 핵심경쟁력을 쌓아간다면 어떤 파도가 몰려와도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202201호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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