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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남의 TRAVEL & CULTURE | 노르웨이 오슬로(Oslo) 

오슬로 비외르비카의 ‘문화공원’ 

뭉크가 [절규]에 그려넣었던 비외르비카 지역은 이제 오슬로에서 가장 매력적인 ‘문화공원’으로 변모했다. 이곳은 태양이 밝게 빛나는 여름철이나 어둡고 우울한 겨울철에도 오슬로 시민들뿐 아니라 오슬로를 찾는 전 세계 여행자들을 유혹할 명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재개발된 비외르비카 지역.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왼쪽)와 MUNCH(오른쪽)가 랜드마크를 이룬다. / 사진:MUNCH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 뭉크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 서쪽에 위치한 노르웨이는 인구가 약 55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노르웨이의 위상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이끌어 올린 화가는 다름 아닌 뭉크(E. Munch 1863~1944)이다. 그의 대표작은 단연 [절규]. 사실 이 작품을 보지 않고서 오슬로를 봤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슬로 북쪽 뢰텐 지역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뭉크는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오슬로로 이주하여 유년 시절을 보냈고, 성장해서는 예술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으며, 그의 생애 마지막 20년을 오슬로에서 보냈다. 오슬로에서 그와 관련된 의미 있는 장소를 꼽아본다면 무엇보다 바다와 협만이 내려다보이는 에케베르그(Ekeberg) 언덕일 것이다. 그의 대표작 [절규]의 배경은 바로 이 언덕에서 본 풍경이다. 이 그림은 색과 형태를 왜곡하여 극히 개인적인 자신만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지만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많은 현대인이 공감하는 아이콘으로 굳어졌다. [절규]의 배경에 묘사된 두 개의 작은 협만 중 가까이에 보이는 것이 비외르비카(Bjørvika)이다. ‘비카(vika)’는 작은 협만을 뜻한다.


▎뭉크의 대표작 [절규]. / 사진:정태남
음악의 전당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오슬로는 바다와 언덕, 산으로 둘러싸여 자연과 호흡하는 쾌적한 도시이다. 오슬로 중앙역 근처에 있는 비외르비카는 구도심 지역의 항만으로, 컨테이너들이 산적해 있던 곳이었으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재개발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오슬로를 세계적인 수준의 문화도시로 끌어올리려는 의지를 세계만방에 보여주려는 듯 1999년에 새로운 오페라하우스를 이곳에 세우기로 결정했고, 국제공모전을 개최해 노르웨이 건축설계회사 스뇌헤타(Snøhetta)를 선정했다. 이리하여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2003년에 착공, 2007년에 완공, 2008년 4월에 개관했는데 첫해에만 130만 명이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이 오페라의 전당은 강렬한 수평과 사선, 유리로 처리된 면들이 매우 인상적이며, 전체적으로는 마치 바다에서 솟은 기념비적인 건축물로 보인다. 또 바다 쪽에서 보면 마치 바다에 떠다니던 빙산이 육지에 얹혀 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런가 하면 흰색 이탈리아 대리석과 화강석으로 마감된 오페라하우스의 외관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미묘한 느낌을 안겨준다. 또 로비 공간에 들어서면 물결치는 듯한 형태의 벽이 펼쳐지는데, 모두 목재로 마감해 외부의 차가운 느낌을 주는 대리석 표면과 대조적으로 따스한 느낌을 전해준다.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빙산이 육지에 얹혀 있는 듯하다. / 사진:정태남
이 오페라하우스의 매력은 지붕 위로 한번 걸어가보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즐겨 산에 오르는데, 이곳에서도 완만한 경사의 긴 램프를 따라 하이킹하듯 지붕 위로 오를 수 있다. 사실 이곳에는 ‘(지붕 위로) 올라가보세요’, ‘(로비로)들어와보세요’ 등과 같은 초대 문구가 있는 것만 같다. 이처럼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나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건축물 자체를 공원처럼 자연스레 즐겁게 체험하도록 유도하며, 이곳에서 열리는 야외 공연은 사람들을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으로 인도한다.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의 램프. 바다로도 연결되고 지붕으로도 연결된다. / 사진:정태남
미술의 전당 MUNCH(뭉크)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바로 옆에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최근에 등장했다. 다름 아닌 ‘뭉크의 전당’인 MUNCH(뭉크)이다. 지난해 10월 22일에 개관한 이 박물관 역시 사람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이곳에 머물도록 한다.

MUNCH가 세워지기 전 오슬로시는 1963년에 뭉크 탄생 100주년을 맞아 뭉크 박물관을 세웠다. 그곳에는 뭉크가 오슬로시에 기증한 그림 1100여 점을 비롯해 드로잉 4500점, 판화 1만8000점 등 막대한 양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마돈나]를 비롯해 두 가지 버전의 [절규]와 오슬로대학 강당 대형 벽화를 위해 그린 밝은 색채의 대형 습작 [태양]이 압권을 이루었다. 또 오슬로 시내 중심가에 있는 국립미술관의 뭉크 전시실에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절규]와 [삶의 춤] 같은 명작들이 소장되어 있었다.

2008년에 오슬로 시정부는 뭉크의 작품을 한데 모아 영구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규모가 더 크고 또 미래지향적인 박물관을 새로 세우기로 결정하고는 국제공모전을 열었고 이듬해에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스페인 건축가 후안 에레로스(J. Herreros)의 작품을 선정했다.


▎2021년 10월 22일에 개관한 ‘뭉크의 전당’ MUNCH. / 사진:MUNCH
비외르비카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MUNCH는 오슬로 오페라하우스가 강렬한 사선과 수평으로 이루어진 모습과 달리 아랫부분 3층의 기단 위에 솟은 탑 같은 모습이다. 또 MUNCH는 친환경 첨단기술이 적용된 13층짜리 건축물로, 높이는 약 60m에 달하며 상부가 뚜렷하게 기울어져 있어서인지 눈에 잘 띈다. 규모로 보면 기존의 뭉크 박물관보다 다섯 배나 더 크다. 이 박물관에는 이곳으로 옮겨진 작품 2만6700점과 여러 수집가에게서 기증받은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즉, MUNCH는 뭉크에게 헌정된 세계 최대의 박물관인 것이다. 이처럼 한 예술가의 작품만 집중적으로 소장한 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주 드문 예다.

MUNCH에서 하이라이트는 단연 가로 약 8m에 달하는 [태양](1909)을 포함한 기념비적인 벽화와 뭉크의 대표작인 [절규]의 여러 버전(1893년의 파스텔화, 1910년 이후의 유화)이다.


▎뭉크의 [태양]을 비롯한 대형 작품이 전시된 전시실. / 사진:MUNCH
뭉크가 [절규]에 그려넣었던 비외르비카 지역은 이제 오슬로에서 가장 매력적인 ‘문화공원’으로 변모했다. 이곳은 태양이 밝게 빛나는 여름철이나 어둡고 우울한 겨울철에도 오슬로 시민들뿐 아니라 오슬로를 찾는 전 세계 여행자들을 유혹할 명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만약 뭉크가 살아나서 [절규]를 그린 지점에서 또 다시 그림을 그린다면 그림의 제목이 아마[환호]가 되지는 않을까?

※ 정태남은… 이탈리아 공인건축사, 작가 정태남은 서울대 졸업 후 이탈리아 정부장학생으로 유학, 로마대학교에서 건축부문 학위를 받았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건축분야 외에도 미술, 음악, 역사, 언어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로마를 중심으로 30년 이상 유럽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동유럽 문화도시기행’,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외에도 여러 권이 있다. (culturebox@naver.com)

202204호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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