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코리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견기업 이상의 여성 CEO를 선별해 경영성과를 평가해왔다. 2022년 순위는 매출 규모,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자산성장률, 고용성장률 등 5개 지표에 따라 과거 평가보다 더욱 정밀화한 방법으로 여성 CEO를 조명했다.
여성 CEO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단위로도 아직 10% 미만의 소수다. 이번 포브스코리아의 ‘2022 파워 여성 CEO 50’에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린 여성 CEO는 84명이었다. 이는 2021년 매출 1500억원 이상 기업 2778개사 중에서 전체의 3% 수준이다. 이 중 상위 50명으로 컷오프하고 이들을 분석했다. 올해 파워 여성 CEO 선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문경영인이 오너가를 넘어 절반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전문경영인 50%, 오너가 40%에 이어 자수성가는 10%를 차지했다.
최근 외국계기업, 특정 산업 분야, 일부 대기업에서 유리천장을 깨고 CEO에 오르는 여성이 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참고로 지난 2019년 같은 조사에서 전문경영인은 29.2%에 불과했고 대신 오너가가 56%를 차지했다.자수성가 여성 CEO는 여전히 매우 적어 올해 조사에서도 10%에 그쳤다. 여성이 창업해 성장하기에는 국내 기업 환경이 아직도 척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즉, 중견기업 이상에서 여성 CEO의 비중이 적은 데 더해 자수성가 여성 CEO는 특히 극소수에 불과하다.업종별 분류를 보면, 여성 CEO가 전통적으로 많았던 서비스, 식음료, 유통, 화장품, 패션 외에 IT, 의약품, 금융권 등에서도 여성 CEO가 속속 등장하며 확대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1위에 박정림 KB증권 대표 올라2022 파워 여성 CEO 50에서 종합 1위는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차지했다. 1위 선정 배경은 매출규모로 여성 CEO 중 가장 큰 기업을 경영하고 있으며, 4개 성장률지표 중 영업이익 성장이 돋보였다. 박 대표는 지난 2019년 국내 증권업계 최초의 여성 CEO로서 주목을 받았다. 올해 임기 4년 차로 연임에 성공한 박 대표는 최근 증권 업황이 악화일로인 가운데 KB증권이 나 홀로 선전하고 있는 점이 반영됐다. 부채자본시장(DCM)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주식발행시장(ECM)에서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주관사로서 압도적 성과를 낸 덕분이다. 리테일 부분을 이끄는 박 대표는 올해 디지털과 자산관리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2위에는 국내 대형 IT기업 네이버가 ‘세대교체’와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로 단행한 파격적 인사의 주인공 최수연 대표가 올랐다. 한성숙 전 대표에 이은 여성 CEO이며 1981년생으로 만 40세다. 2022년 선임되어 아직 경영 역량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번 랭킹에서 매출 6조원에 육박하는 거대조직 네어버를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위상이 높게 평가됐다. 최 대표 취임 전 네이버는 보상과 근무방식을 두고 노조와 경영진 간 극한 대립이 있었고 직원 사이에서도 초기 멤버와 MZ세대 간 갈등이 있었다. 최 대표는 취임 후 직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조직문화 쇄신을 목표로 내걸었고 글로벌 사업 등 사업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3위에는 국내 자수성가 여성 CEO의 상징적 인물인 조선혜 지오영(지오영네트웍스, 케어캠프, 영남지오영 포함) 대표다. 이번 평가에서 매출규모, 영업이익성장 지표에서 강세를 보였다. 지난 1991년 36살에 창업해 국내 의약업계 최고 매출을 올리며 포브스아시아의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헬스케어 유통에서 혁신적 물류관리로 급성장했고 종합헬스케어 서비스 업체로 성장하며 해외시장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4위 역시 자수성가 여성 CEO의 차세대로서 계보를 잇고 있는 김슬아 컬리 대표다. 새벽배송이라는 혁신 시장을 창출하고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는 마켓컬리의 창업가다. 매출규모는 다른 상위 CEO에 비해 작지만 스타트업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덕분에 고용창출, 자산성장 지표에서 최고점을 얻었다. 올 하반기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예상 기업가치는 2조~4조원이다. 상반기 상장이 점쳐졌으나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지난해 말 기준 5.75%) 때문에 심사가 길어졌다.5위는 오너가 대표 여성 CEO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다. 지난 2019년 포브스코리아 파워 여성 CEO 1위였으나 4계단 하락했다. 이 대표는 영업이익 성장 지표에서 높게 평가됐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면세점과 호텔사업이 타격을 입어 최근 실적 회복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는 면세점 사업 확대와 글로벌 호텔체인 구축을 이끌고 있다.6위는 조지은 라이나생명보험 대표다. 최근 미국 처브그룹은 라이나생명그룹을 시그나그룹에서 인수한 후에도 조 대표를 유임했다. 그 이유로 “조 대표가 지난 2011년부터 라이나생명의 다양한 부문을 이끌어왔고 지난 2년간 대표로서 기업가치 제고에 힘써온 만큼 중요한 사업을 이끌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처브그룹은 라이나생명을 통합한 이후 헬스 서비스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황이다. 조 대표는 새로운 오너십에 따른 화학적 통합과 헬스케어 사업 안정화를 이끌고 있다.
7위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는 2014년 취임한 이후 유가공업계 최초의 여성 CEO로 남아 있다. 코로나19 영향에도 매출·영업이익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일궜고 이번 평가에서도 영업이익 성장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0위권에 들었다. 출산 감소로 우유시장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고급 유제품, 커피음료, 치즈 등 사업 부문에 조직 역량을 집중해 나 홀로 성장 중이다. 김 대표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국내 인구구조에 따라 타깃 소비층을 기존 영유아층에서 고령층으로 전환했고, 성인영양식 제품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냈다.8위 구지은 아워홈 대표는 장자경영을 원칙으로 하는 LG그룹 계열에서 드물게 여성으로서 18년째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친오빠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해 지난해 6월 대표로 선임됐다. 급식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아워홈의 사업 분야를 다각화해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급식 및 외식업체가 수렁에 빠져 있는 가운데 실적 개선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9위는 지난 2019년에 선임된 이정애 코카콜라음료 대표다. 코카콜라음료는 보틀링 파트너로서 현재 LG생활건강 자회사가 맡고 있다. 이 대표는 LG그룹 최초의 전문경영인 여성 부사장이다. 그 역시 영업이익 성장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10위 허선영 대표는 SK텔레콤의 직영유통회사인 피에스앤마케팅(PS&M) 이끌고 있다. 피에스앤마케팅은 2009년 4월에 설립된 SK텔레콤 자회사로, 이동통신 및 유무선 서비스 상품을 유통한다. 최근에는 SK매직, 캡스(홈), WAVVE, FLO 등 다양한 구독형 상품으로 판매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위권 내에 전문경영인 대거 포진11~20위에 오른 10명 중 자수성가 CEO는 2명, 전문경영인은 7명이었는데, 오너가는 1명뿐이었다. 자수성가 여성 CEO로는 윤영미 하이랜드푸드 대표가 11위에 올랐고 14위 정영숙 비아다빈치 대표가 그 뒤를 이었다. 전문경영인 여성 CEO로는 이지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12위), 이지영 한국피앤지판매 대표(13위), 이유경 엔투비 대표(15위),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17위), 이진희 본아이에프 대표(18위), 배수정 한국암웨이 대표(19위), 장인아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대표(20위)가 올랐다. 20위권 내 유일한 오너가 여성 CEO는 진미애 일신비츠온 대표(16위)였다.이 중 지난 2020년 선임된 이진희 본아이에프 대표는 본그룹 최초의 여성 전문경영인으로, 영업팀에 입사해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코로나19 상황에 힘입어 본아이에프는 지난 2021년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 영업이익 성장 지표에서도 본아이에프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본죽&비빔밤, 본도시락 등 전국 가맹점 수도 2020년 한 해에만 120개가 증가했고 실폐점률은 1~2%대를 유지했다.21~30위권에는 오너가가 6명으로 다수 포진했다. 자수성가는 없었으며 나머지 4명은 전문경영인이다. 최현수 깨끗한나라 대표(21위), 이주현 능원금속공업(22위), 조윤선 삼현철강 대표(23위),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대표(25위), 양성아 조광페인트 대표(27위), 임춘례 세계로유통 대표(28위) 등 오너가 여성 CEO 대부분이 제조업 분야였다. 전문경영인 여성 CEO로는 배경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대표(24위), 채은미 페더럴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26위), 이남희 바이엘크롭사이언스 대표(29위), 황보경 YG엔터테인먼트 대표(30위)가 순위에 들었다.이 중 황보경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019년에 선임돼 여러 논란으로 시름을 앓아온 YG에 경영혁신위원회를 신설하고 변화를 꾀해왔다. 그는 앞서 2001년 YG에 입사해 18년간 일하며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YG의 역사와 함께한 인물이다. 지난 7월 1일 황 대표 체제에서 양현석 최대주주의 동생 양민석 대표가 이른바 ‘버닝썬 사태’ 이후 3년 만에 공동대표로 복귀했다. 두 대표는 YG의 대표 아이돌 블랙핑크의 앨범 발매와 월드투어, 소속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대대적으로 계획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1~40위권은 전문경영인과 오너가가 양분한 가운데 조서윤 다원앤컴퍼니 대표(33위)만 자수성가 CEO였다. 전문경영인 여성 CEO로는 김영미 헨켈코리아 대표(31위), 윤심 미라콤아이앤씨 대표(34위), 김희경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코리아 대표(36위), 이선주 카버코리아 대표(37위), 김진영 한국BMS제약 대표(38위)가 속했다. 오너가 여성 CEO로는 권현숙 중앙모터스 대표(32위), 박윤경 KK 대표(35위), 김점옥 보현 대표(39위), 김용순 신성반도체 대표(40)가 있었다.이 중 박윤경 KK대표는 지난 2015년 대구·경북 지역에 기반을 둔 석유 대리점 경북광유의 상호를 KK로 변경하고 유류와 관련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1927년 창업한 경북광유의 3세 경영자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고령자·장애우 등 사회적약자 채용, 근로시간단축제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왔다. 지난 2018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41~50위권 역시 오너가와 전문경영인이 양분하고 있다. 오너가 여성 CEO로는 이지선 신성이엔지 대표(41위), 정삼순 한주금속 대표(44위), 박은경 세코닉스 대표(45위), 장복례 대성실업 대표(46위), 박은희 코스메카코리아 대표(48위), 이정화 SH팩 대표(50위)까지 6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전문경영인 여성 CEO는 최수정 한국코카콜라 대표(42위), 김혜경 버버리코리아 대표(43위), 조경선 신한DS 대표(47위), 김은미 GE헬스케어코리아 대표(49위) 등 4명이다.이 중 조경선 신한DS 대표는 신한금융그룹 첫 여성 CEO로서 신한은행 부행장을 거쳐 지난 2021년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인 신한DS의 경영을 맡았다. 조 대표는 신한은행 공채 1기 출신으로 금융권 최초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SHeroes)’ 1기 과정을 수료한 그룹 내 여성 리더다. 디지털개인부문장을 역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고객 마케팅 및 업구 개선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편 2022년 신임 여성 CEO로서 순위권 내에 든 이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 조지은 라이나생명보험 대표, 이지영 한국피앤지판매 대표, 배경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대표, 조경선 신한DS 대표 등이다. 그 외에 신은영 SAP코리아 대표, 이나영 푸마코리아 대표, 임현기 아우디코리아 대표,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 노유정 하나펀드서비스 대표, 김진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등도 올해 취임했다. 신임 여성 리더들은 X세대에서 Z세대까지 아우르며 여성 특유의 공감능력, 긍정적 조직문화 추진, 창의적 비즈니스 목표 설정, 유연성 등을 앞세워 활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방법론우선 2021년 기준 연 매출 1500억원 이상 기업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추출했다. 상장사와 외감기업을 모두 포함한다. 이 기업들의 사업보고서상 기재된 대표명을 기준으로 여성 CEO를 확인했다. 그 결과 파워 여성 CEO 후보군을 84명으로 좁혔다. 그리고 소유·경영 형태를 기반으로 전문경영인, 오너가, 자수성가로 분류했다.여성 CEO의 종합점수 산출을 위해 사용한 지표는 총 5가지다. 소속 기업의 2021년 매출액과 3년간(2019~2021년)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자산성장률, 고용성장률이다. CEO가 최근 기업을 얼마나 성장시켰는지에 초점을 맞추기 위함이다. 4개 성장률은 기업 경영성과에 따라 양수 또는 음수로 산출됐다. 다만 2022년 신임된 CEO의 경우 각 지표의 성장률을 해당 CEO의 경영성과로 반영하기에 무리가 있으므로 0으로 처리했다.5개 지표의 수치 규모는 각각 다르기 때문에 0~1 사이의 수치로 표준화하고 가중치를 부여했다. 가중치는 기업 규모를 대변하는 매출액을 50%, 매출성장률 20%, 영업이익성장률·자산성장률·고용(임직원수)성장률을 각각 10%씩으로 부여했고 이를 합산해 종합점수를 산출했다.한 CEO가 여러 기업을 경영하는 경우 해당 실수치를 합산해 처리했고, 공동대표의 경우 여성 CEO를 조명하기 위해 다른 공동대표 이름은 제외하고 CEO 분류에 공동대표를 표기했다. 또 기업보고서상 대표로 올라 있으나 실제 소유와 경영에서의 역할을 확인할 수 없는 일부 CEO는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