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은 2019년 박정림 사장 취임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89%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순이익은 38.33% 올랐다. KB증권 사상 최대 실적이다.
“여성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근무시간에 얼마나 집중해서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꾸준히 던지면서 나만의 경쟁력을 키워라.”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취임 첫해인 2019년 이화여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증권업계 사상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수식어로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던 때였다. KB금융지주는 2018년 12월 박 사장을 김성현 사장과 함께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리스크 관리를 겸비한 자산관리(WM) 전문가’로서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연임에 성공한 박 사장은 현재 WM, 세일즈앤트레이딩(S&T), 경영관리 부문을 맡고 있다.박 사장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1986년 이래 은행과 증권업계를 누비며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워왔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리스크관리전문가협회 임원으로 당선되는가 하면, 2012년 아시아·태평양 경제 전문지 ‘아시안인베스터’는 박 사장을 아태지역 자산관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여성’에 포함시켰다.올해부터는 활동 반경을 넓혀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을 겸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박 사장을 총괄부문장으로 임명하고, 허인·이동철·양종희 부회장과 박 사장이 각각 4개 부문을 담당하는 비즈니스그룹 체제로 그룹을 재편했다. 박 사장은 세부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차기 회장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윤종규 회장의 임기는 내년에 끝난다.박 사장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1986년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인 체이스맨해튼은행(현 JP모간 체이스은행) 서울지점에 입사했지만, 2년 뒤 퇴사했다. 대학원 진학과 결혼, 육아 때문이었다. 이후 재취업에 거듭 실패한 박 사장은 경력단절여성이 되어 수학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1992년엔 정몽준 당시 통일국민당 의원 사무실 비서관으로 들어가 2년간 근무했다.박 사장은 이제 경영능력까지 인정받고 있다. KB증권이 2020년부터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덕분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213억원, 순이익은 6003억원으로, 2017년 KB투자증권-현대증권 합병 이후 최대 실적이다.“은행뿐 아니라 보험사에 몸담기도 했다. 한 분야에 평생 종사하는 게 강점이 될 수 있지만 여러 분야를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 또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심지어 국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일해본 박 사장이 2019년 모교 신문 인터뷰에서 밝힌 성공 비결이다.-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