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에 의약품 유통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동시에 리베이트성 기부금 의혹 등을 받아온 비아다빈치의 정영숙 대표가 이번 조사에서 톱 50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 사진:비아다빈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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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상위 10개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실적은 전 년보다 저조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제약 유통업체·그룹 10곳의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은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톱 10의 총매출은 14조5552억원으로 전년보다 0.3% 줄었으며, 영업이익(2399억원)과 순이익(1525억원)도 각각 7.4%, 10.4%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10% 이상 성장한 업체가 바로 정영숙 대표가 이끌고 있는 비아다빈치다.비아다빈치는 2010년 7월 설립됐다. 이후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왔고 지난해에는 매출액 7848억원, 영업이익 12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의약품 유통업계에서 매출액 기준 6위, 영업이익 기준 1위에 오를 정도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결과다.다만 이 과정에서 다소 엉뚱한 구설에 시달렸다. 매출액 대다수가 가톨릭 산하 의료기관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가톨릭 관련 기관과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금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고액의 기부금이 ‘우회 리베이트’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실제로 비아다빈치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가톨릭 관련 기관과 사회단체에 기부한 금액은 총 1386억원이다.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 2299억원의 60%를 넘는 금액이다. 특히 2019년에는 순이익 440억원의 95%에 해당하는 424억원을 기부금으로 내놓으며 ‘우회 리베이트’ 논란은 더 거세졌다.정 대표는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우회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대표는 “ 내가 기부한 돈이 깨끗하고 정당성 있게 쓰이길 바라는 건 당연하지 않냐”며 “가톨릭 신자인 나로서는 가톨릭교회나 유관 단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곳이었다”라고 주장했다.정 대표는 “검찰 조사도 받았지만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며 “자수성가한 CEO로서 세운 나만의 경영철학은 바로 ‘원칙’을 지키는 것인데, 상대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제까지 법과 규칙을 완벽하게 지키고자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정 대표는 검찰 조사를 받을 때가 가장 곤혹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정 대표는 “비아다빈치의 입찰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많은 도매상이 소위 ‘나눠 먹기’를 원했다. 그런 상황에서 여러 건의 고발이 들어왔다”며 “갑자기 검찰 조사관이 들이닥쳤을 때 자부심을 갖고 일하던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할까 매우 당혹스러웠다. 직원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말했다.정 대표는 “숨길 것이 없으니 당황하지 말고 다 드러내 놓으면 된다”며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되 주눅 들지 말자고 거듭 당부했다”고 회상했다.검찰 조사뿐만 아니라 비아다빈치 주주가 단 2명인 데다 다소 과도한 배당성향과 관련해서도 업계에서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정 대표의 지분율은 80.12%인데 지난해 배당성향은 66.6%, 직전연도인 2020년에도 35.1%에 달했다. 정 대표는 “누가 비난을 하든 나는 원칙대로, 소신대로 살아왔다. 그 돈을 사용하는 데 한 치의 부끄러움이 없고 떳떳하다”고 강변했지만 ‘우회 리베이트 의혹’ 이외에도 비아다빈치가 업계의 의심스런 눈초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다.
“사업다각화에 힘쓸 계획”비아다빈치의 매출 60%는 병원에서 나온다. 나머지 40%는 도매와 약국 판매가 차지한다. 정 대표가 주장하는 비아다빈치의 성공 비결은 뛰어난 품질관리와 안정성이다. 정 대표는 “치료약 위주다 보니 병원이 주요 거래처다. 환자들을 위한 치료약을 고품질 상태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비아다빈치 설립이유”라며 품질관리에 자신감을 보였다.“병원 입찰에 선정되면 5년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됩니다. 병원 병상수나 외래환자가 늘어도 매출은 증가합니다. 그 기간 동안 별문제가 없다면 다음번 입찰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병원과 제약사 실무자들도 인지하고 있을 정도로 품질관리만큼은 비아다빈치보다 잘하는 곳이 없다고 자신합니다.”정 대표는 오랜 기간 업계의 비판에 시달린 탓인지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거래처들이 비아다빈치가 틀림이 없는 곳이라고 확신할 수 있도록 완벽을 다합니다. 광고선전비는 책정하지 않고 대외활동비도 적정 규모 이상 사용하지 않습니다. 매출이 업계에서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높은 이유는 낭비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정 대표는 의약품 유통업체 ‘보나에스’에서 20년간 근무했으며 메리놀병원에서 8년간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정 대표는 보나에스가 폐업 위기에 처하자 갈 곳이 없는 직원들을 모아 비아다빈치를 창업했다. 박의근 보나에스 사장은 2년간 비아다빈치 명예회장직을 맡아 정 대표에게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정 대표는 “경영 기획 등 회사 내부적인 일만 해왔기 때문에 박 회장에게서 네트워크 등의 정보를 비롯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미혼인 정 대표는 “가족이 없기 때문에 기부에 거리낌이 없다. 앞으로도 사회 환원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주변의 의혹 어린 시선에 개의치 않고 과감한 기부활동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돕기 자원봉사를 할 때는 물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만 같았습니다. 지체장애인들은 아무리 봉사자들이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수고는 끊임없이 들어가는데 변화가 없습니다. 심지어 부모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봉사자들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금전으로라도 돕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비아다빈치는 의약품 도매업뿐만 아니라 위생용품 판매업, 의료기기 도매업을 병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의료 분야에서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아다빈치는 2012년 임상검사 시약 유통업체 ‘메디마스터(구 하이드로메디)’와 의약품 물류창고 및 운송 서비스업체 ‘다올로지스틱(구 비바메디)’를 인수했다.‘비아(via)’는 라틴어로 길을 뜻한다. 비아다빈치는 ‘다빈치의 길을 가겠다’는 의미다. 정 대표는 “다빈치는 다방면에서 천재성을 드러냈다”며 “비아다빈치도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길을 걸어가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