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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가족,’ 달라진 상속 

 

3년 전 대법원은 ‘다른 사람 정자로 인공수정해 낳은 자녀도 친자’라고 인정했다. 가족관계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음을 알리는 동시에 상속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1인가구가 자녀를 입양한 경우까지.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 방송 중에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연예인이나 셀러브리티 중 혼자 사는 사람이 나와서 자신이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우리나라의 가구 구성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척도다. 1인가구는 2000년대 전체 가구의 15.5%에 불과했으나 2010년 23.9%, 2020년에는 31.7%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 가구 추계에 따르면 2050년이면 1인가구가 39.6%로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국어사전에서 ‘가족’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흔히 생각하는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 한 가구를 이루어 생활하는 집단인 ‘가족’이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들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은 사회적인 현상에 따라 기존과 다른 가족 개념이 생겨났고, 입법자들도 이러한 현상을 받아들여 법을 만들고 있다.

가족을 구성하는 기본은 민법 제3장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결혼(법률상 용어는 혼인)을 한 법률상 부부이다. 일반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이 결혼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는데,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여러 국가를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 등에서는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헌법 제36조 1항에서 혼인에 대해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제한한 것으로 해석하여 동성 간의 혼인신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 동성 부부는 법률상 배우자로 인정받을 수 없어, 상대방이 사망하는 경우 민법 제100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률상 배우자로서의 상속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법원의 판례로 인정되고 있는 사실혼 관계 역시 이성 부부에게만 적용되며, 동성 부부간의 사실혼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남녀가 결혼한 이후에 자녀를 갖게 되어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민법 제4장에서 부모와 자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고, 부모와 자녀 관계의 형성과 관련하여 친생자와 양자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친생자는 혼인 중에 아내가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것과 남편이 혼인 외의 출생자를 인지하는 경우로 나뉜다. 혼인 외의 출생자와 관련하여 생모가 인지하는 규정도 있으나, 이는 아이를 버린 기아(棄兒)와 같이 모자관계가 불분명한 특수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며, 생모의 경우 출생으로 바로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다.

그런데 최근 인공수정 등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법률상 부모를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 아니라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 제공자와 출산자의 의사를 기준으로 결정할 여지가 있는 상황이 생겼다. 즉,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로 수정된 수정란을 대리모에게 착상해 출생하는 경우 출생한 아이의 어머니를 누구로 봐야 하는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실제로 대리모가 출산한 아이의 어머니를 난자를 제공한 어머니의 이름으로 기재하여 국내에서 출생신고를 했으나, 신고서에 기재되어 있는 어머니의 성명이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어머니(대리모)의 성명과 다르다는 이유로 불수리처분이 이루어졌다. 이후 불수리처분의 취소를 법원에 구했으나, 법원은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모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라고 할 것이고, 정자와 난자를 제공한 사람은 민법상 입양, 특히 친양자 입양을 통하여 출생자의 친생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점을 들어 난자를 제공한 어머니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는 당초의 결정이 맞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법원 판단에 따르면 소위 자궁 대리모를 통하여 출산한 아이는 친양자 입양을 거쳐야 법률상 자녀에 해당하게 되며(친양자 입양은 부부의 혼인 중의 출생자로 본다), 법률상 직계비속으로 상속인의 지위를 갖게 된다.

양자의 경우는 일반양자 입양에 따른 경우와 친양자 입양에 따른 경우로 나뉜다. 일반양자 입양에 따라 입양된 양자는 입양된 때부터 입양한 부모의 혼인 중 출생자의 신분을 취득하게 되므로 종래 맺어져 있던 자신의 친생부모와의 친족관계가 그대로 유지되며, 기존의 성과 본을 그대로 따른다.

친양자 입양은 2005년 민법 개정에서 신설되었는데,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가 있으면 친생부모와의 친족관계는 종료된다(출생 시로 소급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친양자의 성과 본은 입양한 부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된다. 최근 이혼율이 급증함에 따라 재혼하는 여성이 크게 늘었는데, 전 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미성년 자녀를 데리고 재혼하는 경우 새아버지와 자녀가 단순 동거인에 불과하고 법률상 자녀에 포함되지 않아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 친양자 입양 제도에 따라 재혼한 여성이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재혼한 남편의 친생자가 되고, 새 남편의 성으로 바꿀 수 있게 되어, 많은 문제가 해결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양자의 경우에는 친부모와의 친족관계가 유지될 뿐만 아니라, 양부모와도 친족관계가 발생하므로, 양부모와 친부모 모두에게서 상속을 받을 수 있으며, 상속 순위나 상속분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 반면, 친양자는 친부모와의 친족관계가 종료되므로, 친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고, 양부모에게서만 상속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최근 법무부에서는 우리 사회에 1인가구 비중이 급속히 늘어나고 가족에 대한 관념이 근본적으로 변화되는 상황을 법 제도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25세 이상인 사람이라면 단독으로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올해 4월에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202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혼인,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항목에 응답자 69.7%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회적인 인식과 달리 법률에서는 혼인, 혈연, 입양을 통해 이루어진 관계만 가족으로 인정한다. 가구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다양한 사회적인 논의와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 민경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208호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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