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2022 대한민국 파워 유튜버 100] 인터뷰 | ‘보라미TV’ 정보람 크리에이터 

구독자 250만 유튜버의 파란만장 생존기 

노유선 기자
구독자수 250만 명, 누적 조회수 8억7000만 뷰를 돌파한 유튜브 채널 ‘보라미TV’는 인형이나 미니어처를 활용해 일상생활, 만화, 동화에 기반한 상황극 콘텐트를 주로 만드는 키즈 채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버가 보낸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도대체 저게 얼마야?’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유튜브 수익이 궁금해 국내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유튜버에게 월 소득을 댓글로 물어봤다. 그가 대기업 임원급 연봉을 다달이 벌고 있을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저 숫자의 10분의 1만 벌어도 좋겠다’는 절실함만이 마음속에 가득했다. 그를 롤 모델 삼아 유튜버가 되기로 결심했다. 타깃층과 콘텐트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 같은 건 없었다.

구독자수 250만 명, 누적 조회수 8억7000만 뷰를 돌파한 유튜브 채널 ‘보라미TV’의 운영자, 정보람(37)씨의 이야기다. 2016년 당시 정씨에게 유튜브는 생소한 플랫폼이었다. 막연하게 ‘유튜브를 하면 100만원 정도 벌까’ 싶었다. 그러다 3개월 동안 벌어들인 유튜브 소득이 3년 치 블로그 소득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블로그마케팅 무료 세미나에 갔는데 강사가 유튜브와 블로그의 소득을 비교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말해줬습니다. 남들은 ‘그렇구나’ 하고 넘겼을지 몰라도 저는 그 한마디에 꽂혔습니다. 하지만 유튜브로 얻는 소득을 정확히 알 길이 없었습니다.”

채널 개설 3년 만에 골드버튼


▎개설 3년 만에 골드 버튼을 받은 ‘보라미TV’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정보람
답답한 나머지 국내의 한 인기 유튜버에게 댓글을 남긴 정씨는 그의 답변을 보자마자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도전 기간은 단 1년. 그 유튜버는 정씨에게 “1년 정도는 기다려봐야 성패를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씨의 남편 임종호(40)씨는 “아내의 결심에 순간적으로 ‘왜 갑자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설사 실패하더라도 둘 중 한 사람이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1년 정도 도전해봐도 괜찮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키즈 채널 ‘보라미TV’는 인형이나 미니어처를 활용해 일상생활, 만화, 동화에 기반한 상황극 콘텐트를 주로 만든다. 이 외에도 색칠놀이, 슬라임 만들기, 목욕놀이, 요리놀이, 인형 옷 입히기 놀이 등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트를 거의 다 다룬다.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인형놀이 드라마 이층침대 아침 일상 밀착중계! 주방 공주 장난감 놀이 드레스 옷입히기’는 1억 뷰를 넘어섰다. 1000만 뷰를 넘긴 영상은 13개에 달한다. 정씨는 “2016년 7월 채널 개설 후 3년 만에 구독자수 100만 명을 돌파해 골드버튼을 받았다”며 “당시에는 채널을 빨리 정착시키기 위해 매일 영상을 제작하고 업로드했다”고 회상했다.

겉보기엔 고속 성장한 채널이지만 시행착오도 많았다. 초반에는 구독자는커녕 조회수도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때는 사람들이 보지 않을 만한 콘텐트를 마구잡이식으로 올렸습니다. 시장조사와 타깃 설정도 하지 않은 채 키즈 스피치, 인천 여행기, 분장하기 등 저 혼자만 좋아하는 콘텐트를 만들었던 거죠.”

그렇게 6개월이 넘도록 방황한 정씨는 시장조사의 필요성을 절감한 뒤 전 세계 인기 영상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매일 방문했다. 그중 인형놀이 영상은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씨는 “그때부터 인지도 높은 인형놀이 채널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며 “단순히 베끼는 것이 아니라 소품을 달리하거나 이야기를 각색하는 등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례로 만화영화 [겨울왕국] 속 엘사를 동화 주인공 ‘신데렐라’에 접목해 ‘엘사렐라’ 스토리를 구성했는데 어린이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유튜브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이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영상 제작 중인 유튜버 정보람 씨.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정보람
‘재미없는 잡학사전’ 같았던 채널을 인형놀이 위주의 키즈 채널로 전환하자 시청자 반응은 곧바로 달라졌다. 2017년 1월쯤 키즈 채널로 재정비했는데 그해 12월 구독자수 2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이 맞았다. 정씨는 다른 키즈 채널을 훑어보던 중 무려 4억 뷰가 넘는 인형놀이 영상을 발견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정답은 타깃층에 있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만 인형놀이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타깃을 전 세계로 확대할 수 있었다. 그는 우선 소품과 인형에 변화를 줬다. 국내에서만 판매하는 인형은 ‘바비인형’에 비해 전 세계 어린이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한국어 더빙도 줄여나갔다.

“어린이들은 언어보다 화면에 집중하기 때문에 자막이나 더빙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전 세계에서 검색이 가능하도록 영상 제목, 내용, 태그에 외국어를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대사가 없어도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콘텐트를 개발해나갔습니다. 해외 구독자 유입 통계를 살펴보니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어린이들이 저희 채널을 즐겨 찾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씨는 보라미TV 외에 채널 2개를 더 운영하고 있다. ‘보라미 장난감’은 디즈니 카, 타요, 폴리, 토마스 등 장난감 자동차들과 공룡, 거미, 물고기 등 보라미TV에서 다루지 못했던 인형들을 소재로 한다. ‘보라미 패밀리’는 가족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채널을 표방한다. 정씨는 두 딸을 둔 엄마인데, 첫째는 다섯 살, 둘째는 얼마 전에 태어났다. 정씨는 “온 가족이 인형놀이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가 여러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는 이유는 ‘스승님(정씨는 롤 모델인 유튜버를 이렇게 부른다)’을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씨는 “스승님은 채널을 무려 5개나 운영한다”며 “채널을 세분화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먹방 채널이라면 고기만 다루는 먹방, 과자 먹방, 초 거대 음식 먹방 등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고 조언했다.

5분짜리 영상에 48시간 투자


▎‘보라미TV’의 서브 채널인 ‘보라미 장난감’.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정보람
영상 하나를 올리기 위해선 ‘기획→소품 준비→촬영→편집→더빙→썸네일 제작→메타데이터 등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씨는 “아이디어는 주로 유튜브에서 얻는다”며 “비슷한 결의 채널을 구독해 조회수가 높은 영상 위주로 주제, 썸네일, 키워드 등을 분석한다”고 말했다. 물론 키즈 채널이 아닌 것들도 본다. 그래야 국내외 유튜브 트렌드를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5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48시간. 이를 넘길 때도 종종 있다. 초반엔 뭣 모르고 혼자서 20분짜리 영상을 만들다가 번아웃이 오기도 했다. 분량은 10분, 5분, 3분으로 점차 줄여나갔다. 정씨는 유튜버 준비생들에게 “분량은 콘텐트별로 다르겠지만 보통의 경우 3분에서 10분 정도”라며 “채널 운영 초반에는 3~5분 정도의 영상이 적당하다”고 귀띔했다. 웬만큼 구독자들이 확보된 후 그들의 시청지속시간을 분석해 영상 분량을 늘릴지 말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영상에는 정씨의 얼굴은 나오지 않고 인형놀이를 하는 손만 나온다. 놀랍게도 영상 속 실감 나는 대사는 모두 정씨 본인의 목소리다. 마치 성우처럼 들린다. 직접 더빙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원래 연기가 주전공”이라며 수줍게 답했다. 학부 졸업 후 대학로에서 작품 활동도 했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 아역 탤런트 강사, 어린이 예술교육 전문가, 키즈 스피치 강사로도 일한 바 있다.

그는 영상 외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요소로 메타데이터(제목, 내용, 태그)와 썸네일을 꼽았다. 그는 “메타데이터를 꼼꼼하게 확인해야만 검색 결과에서 자신의 영상이 상단에 노출될 수 있다”며 “썸네일은 조회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체 영상 제작 시간만큼 공을 들여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썸네일 잘 만드는 방법 3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자신의 콘텐트와 주제가 비슷하면서도 조회수가 높은 영상들을 검색해야 합니다. 이들의 썸네일을 분석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체크해보는 겁니다. 둘째, 썸네일의 색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로 눈에 띄게 선명한 색상을 선택하면 후회가 없어요. 끝으로, 모바일로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작은 크기의 썸네일도 추가로 만들어 가독성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어느새 ‘유튜버 스승님’

지금껏 정씨는 편집을 제외한 나머지 전 과정을 혼자서 제작해왔다. 남편 임씨가 시간 날 때마다 스토리 구성이나 편집을 도와주기도 했다. 첫째를 출산했을 때는 나 홀로 채널 운영은 무리였기에 육아휴직을 낸 임씨가 아내의 유튜브 운영에 힘을 보탰다고 한다. 그래도 임씨의 역할은 보조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씨가 6년간 혼자서 채널 3개를 운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씨는 이제 유튜브 초짜가 아닌 전문가 반열에 올랐다. 재능 공유 플랫폼 ‘탈잉’에서 유튜브 운영 노하우를 강의하는 한편, 『총구독자 300만 유튜버에게 배우는 전 세계 대상으로 유튜브에서 돈 버는 법』이라는 전자 책도 냈다. 출판 비용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마련했다.

그의 최종 꿈은 ‘행복한 인생’이다. 누구나 행복을 꿈꾸지만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르다. 정씨에게 행복이란 결국 ‘일’이었다.

“원하는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으로 새로운 일에 투자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웹소설도 만들고 싶고 이모티콘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오디오 크리에이터와 메타버스 크리에이터에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일 욕심이 많다는 걸 부인하긴 힘들어 보인다. 그는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하던 도중 “그것도 하나의 유튜브 채널이 될 수 있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는 인터뷰 말미에 ‘유튜버 스승님’으로서 준비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꼭 시장조사를 충분히 하세요. 그리고 블루오션보다 레드오션 콘텐트에 도전하는 게 채널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방향성이 정해졌다면 잘나가는 채널들을 벤치마킹해보세요. 감을 익히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209호 (2022.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