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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한민국 파워 유튜버 100] 인터뷰 | ‘ITSub잇섭’ 황용섭 크리에이터 

정부·기업 움직이는 제품 리뷰 

노유선 기자
국내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테크 유튜버이자 올해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파워 유튜버 75위에 오른 황용섭씨를 만났다.

그의 지적에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움직였고 통신사가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4월 유튜브 채널 ‘ITSub잇섭’을 운영하는 황용섭(31)씨는 한 영상에서 KT의 ‘10기가 인터넷 요금제’의 실제 속도(100Mbps)가 계약 속도(10Gbps)보다 느리다고 폭로했다.

100Mbps는 10Gbps의 100분의 1 수준. 방통위와 과기부는 실태를 점검해 황씨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하고 KT에 과징금 총 5억원을 부과했다. 논란이 커지자 구현모 KT 대표는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속도 설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파워 유튜버의 저력과 영상의 파급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지난 8월 1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황씨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그는 “폭로 영상을 올리자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불만을 토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며 “만약 나만 겪었던 일이라면 그렇게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같은 경험을 했다며 황씨의 문제제기에 공감을 표하는 메일과 DM이 쏟아졌다고 한다.

전자제품은 무엇이든 리뷰한다


▎관심있는 제품은 무엇이든 리뷰한다는 황용섭씨.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황씨는 2016년부터 다양한 전자제품을 리뷰하는 테크 유튜버로 활동해왔다.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워치, 무선 이어폰, 빔, 커피머신, 공기청정기 등 대부분 제품군이 대상이다. ‘KT 인터넷 속도 논란’처럼 테크 이슈도 다루지만 그의 주특기는 제품 리뷰다. 단순한 개봉기나 사용담이었다면 오래도록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특정 브랜드의 신구 버전을 비교하거나 서로 다른 브랜드의 차이점을 꼼꼼하게 분석한다. 최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Z 플립4’가 출시되자, 그는 플립3와의 차이점 7가지를 분석한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 영상은 게시 3일 만에 조회수 124만 뷰를 넘어섰다.

이색 제품도 소개한다. 음주 측정이 가능한 휴대폰, 미생물 음식물 처리기, 레이저 스마트 안경, 자동 식물 재배기 등이 대표적이다. 테슬라에서 출시한 어린이용 사이버쿼드(4륜 전기바이크)를 30대인 그가 직접 타보며 동심에 빠져들기도 했다. 조회수 200만 뷰에 가까운 이 영상에는 ‘옛날에 할아버지가 사줬던 어린이 자동차가 생각난다’, ‘시청자의 행복을 위해 노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이가 크면 사줘야겠다’ 등 댓글 2000여 개가 줄을 이었다.

이날 스튜디오 앞에는 아직 개봉 전인 ‘수제맥주 제조기’ 박스가 놓여 있었다. 그는 “빨리 써보고 싶다”며 “경험담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게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유튜버의 일상은 늘어지면 한없이 늘어질 수도 있지만, 신제품이 나오면 빨리 리뷰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게을러질 틈이 없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이 밖에도 제품 구입 시 호구 되지 않는 법, 추억의 전자기기 소개, 부모님 선물용 제품 추천, 전자기기 분해·해체 쇼 등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ITSub잇섭’ 구독자수는 217만여 명(7월 25일 기준). 구독자 10만 명 달성 시 유튜브가 제공하는 ‘실버버튼’을 받는 데 2년 남짓 걸렸다. 대신 ‘골드버튼(구독자 100만 명)’은 실버버튼 확보 후 1년 만에 얻었다.

그는 “2016년에는 유튜브에서 테크 카테고리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촬영과 편집 모두 미숙했기 때문에 채널 성장 속도가 느렸다”고 고백했다. 악성댓글과 부정적 피드백도 상당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만 해도 카메라 앞에 서서 말하는 게 어색하고 힘든 일이었다”며 “부족한 점을 개선해나가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고 말했다.

“금수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지난해 황씨가 제기한 ‘KT 인터넷 속도 논란’은 정부의 실태조사로 이어졌다.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스튜디오에는 각종 전자제품이 가득했다. 워낙 고가 제품이 많아 경비·보안에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푸념이다. 가장 비싼 제품을 꼽아달라고 하니 ‘8K 초고화질 카메라’를 가리켰다. 제품 리뷰용이 아니라 개인 촬영장비로 구매했다고 한다. 촬영 세팅에 들어가는 장비를 모두 합하면 국내 소형 자동차 한대 값. 그는 “국내 유튜버들 중 단연 최고의 촬영 세팅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며 “구독자들에게 고퀄리티 영상을 보여주고 싶어 장만했다”고 말했다.

‘큰손’ 테크 유튜버답게 황씨가 지난해 전자기기에 투자한 비용은 약 1억3000만원이다. 자칫하면 벌이보다 더 쓰겠다는 말에 그는 “좋아하니까 이렇게 투자할 수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전자기기를 구입하는 게 즐거워서 부담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금수저’란 오해에는 억울함을 표했다.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기 전에는 테크 블로거로 활동했는데, 군대 전역 후 약 8개월간 막노동으로 모은 돈이 종잣돈이었다는 설명이다. 유튜브 채널 초창기에는 저가형 제품 리뷰가 많았고 업체에서 제품을 대여받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리뷰가 끝난 제품을 되팔아 신제품 구입 자금을 마련하면서 채널을 운영했다. 요즘엔 리뷰가 끝난 제품을 거의 소장하고 있다. 신제품과 비교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서다. 또 오래된 제품은 추억의 전자기기로 소개하기도 한다. 다만 스마트폰은 1년마다 리뉴얼되기 때문에 오래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어 중고로 처분하는 편이라고 한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 그는 20대 중반이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돈벌이가 얼마나 어려운지 처음 깨닫는 시기다. 그의 집안은 부유하지 않았다. 유튜버, 그것도 테크 유튜버가 되기엔 재정적 부담이 상당했을 법하지만 그는 “유튜브 실패가 두려운 게 아니라 회사원이 돼 전자기기를 만질 시간이 줄어든다는 게 더 겁났다”고 웃으며 말했다.

“중학생 때부터 전자기기를 좋아했어요. 만지고 해체하고 조립하고 살펴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전자기기를 써보고 경험을 공유하는 걸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살아가는 제 모습은 머릿속에 전혀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구독자 100만 명? 축복 아닌 고난의 시작

실패하더라도 도전을 즐기는 황씨가 ‘1년만 해보자’며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어느덧 7년 차가 됐다. 그가 인터뷰 중 가장 많이 한 말은 바로 ‘돈이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 그는 채널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내가 전자기기를 ‘진짜’ 좋아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돈 맛을 보게 되면 브랜디드 콘텐트(업체 광고)의 유혹에 흔들리기 쉽습니다. 광고에 매이면 구독자는 떠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런 경우를 많이 봤어요.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100만이 고비’라는 말이 있어요. 구독자수 100만 명을 넘으면 해이해진다는 겁니다. 광고 몇 개만 해도 수익이 나오니 게을러지기 쉽기 때문이죠. 하지만 돈이 목적인 유튜버치고 오랫동안 하는 사람 못 봤습니다. 처음에는 잘될지 몰라도 금방 무너지고 맙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룰을 정했다. 광고는 한 달에 두 번만 한다는 것이다. 그 이상은 제안이 들어와도 하지 않는다. 철저한 그의 성격은 구독자들의 신뢰로 이어졌다. 그는 “광고 영상은 멘트가 정제돼 있기 때문에 광고라는 티가 난다. 구독자들도 그걸 다 알고 있다”며 “내 채널에는 편하고 솔직하게 리뷰한 영상이 대부분이라 구독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라고 강조했다.

황씨는 제품의 장단점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좋다고 판단한 제품에는 ‘누가 선물로 준다면 주저 없이 이걸 골라라’, ‘이 회사는 성능에 진심인가 보다’, ‘홍보 안 해도 잘 팔릴 제품이다’ 등 극찬을 남긴다. 반면 일침은 매섭다. ‘지금은 절대 사지 말라. 입소문에 비해 좀 실망했다’, ‘호기심에 샀다가 피 보기 딱 좋은 제품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사지 않았을 거다’ 등 혹평도 쏟아낸다.

업체 항의에는 어떻게 대응하냐는 질문에 그는 “무시하다 보니 (항의가) 줄었다”며 “이제는 간섭하지 않는다”고 웃으며 답했다. 대신 제품 협찬이나 행사 초대도 덩달아 줄어든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는 “제품 협찬을 못 받아도 직접 구매하면 되니 괜찮다. 다만 제품 확보에 시간이 걸려 리뷰 영상 업로드가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구독자들이 이 사실을 알고 리뷰를 기다려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품만? 국내 중소기업 제품도 주목

그의 채널에서 최고 조회수를 자랑하는 영상은 470만 뷰를 넘어선 ‘테슬라 전기차 모델 X(100D) 일주일 사용기’다. 이유를 묻자 “영상 제작자이지만 구독자들이 이걸 왜 많이 봤는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전기차로 제품군을 확장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전기차 리뷰를 보려고 그의 채널을 찾는 구독자가 아직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의 단기 목표는 전기차 카테고리를 키우는 것이다. 한 달에 한두 건은 올리기 위해 요즘 전기차 공부에 푹 빠져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데 있다.

“글로벌 테크 유튜버가 되어 국내 중소기업의 좋은 제품들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현재는 직원수(4명)와 광고 개수도 적기 때문에 인력과 자본이 부족하지만, 조회수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규모가 커지면 꼭 도전할 계획입니다. 중소기업 중에는 제품 광고를 하기 버거운 곳도 많습니다. 이들 제품들을 직접 살펴보고 좋은 제품이 있다면 세계시장에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최영재 기자

202209호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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