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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한민국 파워 유튜버 100] 유튜브 생태계 트렌드 

유튜브 세계에 뛰어든 전문가들 

신윤애 기자
전문가들이 인지도를 높이고 정보·지식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TV보다 유튜브를 선호하는 추세다. 뉴미디어로 자리 잡은 유튜브의 영향력, 파급력, 편의성을 따진다면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박문성 ‘달수네라이브’/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TV에서 유튜브로, 신문에서 유튜브로, 책에서 유튜브로. 대중문화를 즐기고 지식과 정보를 얻으려는 대중의 주요 소비 채널이 정통 매체에서 유튜브로 옮겨가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로, 유튜브의 뉴미디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지식과 정보를 얻는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선택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보고서 ‘한국의 기회를 위한 플랫폼’(2021.9.)에 따르면 한국 사용자의 96%가 유튜브에서 정보와 지식을 수집한다고 응답했고, 디지털 미디어랩 나스미디어의 ‘2021년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가 국내 인터넷 이용자가 선호하는 검색 플랫폼 2위(57.4%)에 올랐다.

급성장 10개 채널에 지식·교양 채널 3개 랭크

지식·교양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들도 ‘지식 소매상’으로 불리며 급부상 중이다. 지난해 12월 유튜브 코리아에서 발표한 ‘2021년 급성장한 10개 채널’에 지식·교양 채널 3개(‘1분미만’, ‘지식해적단’, ‘김지윤의 지식 play’)가 각각 1·2·5위에 올라 인기를 입증했다. 이 중에서도 김지윤 정치학 박사가 운영하는 인문학 기반의 정치·문화 채널 ‘김지윤의 지식play’는 해당 분야의 ‘진짜 전문가’가 운영하는 채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출처도 모르는 자극적인 이야기보다는 정확하고 정제된 정보를 얻고 싶다는 욕구, 무거운 주제를 편리하고 재미있게 습득하고자 하는 대중의 심리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김지윤 박사 외에도 최근 들어 유튜브 세계에 뛰어드는 전문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Youtube Trend 2022』 저자이자 네오터치포인트를 이끄는 김경달 대표는 “미디어 지형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큰 동력은 이용자 접점의 변화에서 나온다고 본다”며 “기존의 미디어 지형도를 기준 삼고 변화상을 바라본다면, 유명인이나 프로들의 유튜브 입성이 마치 메이저리그에서 마이너리그로 뛰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용자들을 만나고 싶은 이들이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유튜브를 선택하는 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또 시청자 입장에서는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방송사의 일방적인 편성에 따라야 하는 수동적 환경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할 때 접속하는 능동적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튜브는 매력적인 매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유튜버의 약진


▎김형준의 야구야구/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21세기 뉴미디어로 떠오른 유튜브에서 전문성을 내세워 스타가 된 전문가 유튜버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봤다.

첫째, 정통 매체에서 활약 중인 언론인(기자, 아나운서, 캐스터 등)이다. 언론인 유튜버는 언론사의 공식 채널에서 활동하기도 하지만, 유명한 언론인의 경우 개인 채널을 만들어 영향력을 확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보였다.

스포츠 관련 채널이 대표적으로, 다년간 업계에서 취재하며 보고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와 냉철한 분석력을 무기로 빠르게 시청자를 확보하는 모습이다. SPOTV 해설위원이자 MLB 전문 기자 겸 칼럼니스트인 김형준 기자가 운영하는 ‘김형준의 야구야구’는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선수들의 백그라운드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풀어내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구독자도 함께 늘어 현재 12만7000명이 이 채널을 구독 중이다.

SBS 스포츠 해설위원이었던 박문성 위원도 ‘달수네 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축구 관련 콘텐트를 방송한다. SBS가 18-19시즌 EPL 중계를 포기하며 스포츠 중계 위원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는데, 이때 박문성 위원은 방송국에서 나와 인터넷 방송인으로 전향해 업을 이어갔다. 그의 유튜브 채널에는 기자들이 주요 패널로 등장해 수준 높은 축구 관련 이슈들과 정보들을 제공한다. 현재 34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둘째, ‘프로’ 영상 제작자다. 이들은 시간, 공간, 비용의 제약 없이 자신의 작품을 자유롭게 선보이고 팬들은 ‘무료로 봐도 되나 싶을 정도’라고 감동하며 고퀄리티 영상을 감상한다. TV, 영화관에서 방영해도 될 정도의 수준 높은 영상이 대부분이다.


▎돌고래유괴단/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CF 영상을 제작하는 ‘돌고래 유괴단’이 대표적인 채널이다. 이 채널에선 영상감독 5명이 기존 관념을 뒤집는 참신한 감각으로 광고(CF)를 제작해 공개한다. 통상 CF는 30초 남짓으로 시간이 제한돼 있지만 돌고래 유괴단은 대개 수분에 이르는 영상을 제작한다. 따라서 원본은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하는 편이다. 2020년 모바일게임 그랑사가의 광고 ‘연극의 왕’은 돌고래 유괴단의 이름을 널리 알린 대표작이다. 유아인, 엄태구, 신구, 이경영, 조여정 등 무려 13명에 이르는 톱 연예인을 섭외했는데, 초호화 스타 군단을 데리고 B급 코드의 스토리로 10분이 넘는 CF를 제작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CF는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퀄리티로 입소문을 타며 유튜브 조회수 43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허를 찌르는 창작 능력을 높이 평가받은 돌고래 유괴단은 2021년 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다.


▎2X9HD/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떠오르는 채널은 배우 구교환과 영화감독 이옥섭이 운영하는 ‘2X9HD(이엑구)’이다. 오랜 연인 사이인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실력자들이다. 특히 구교환은 화제작 [D.P.], [모가디슈], [괴이] 등에 출연해 뛰어난 연기력으로 호평받은 인기 배우다. 취미로 혹은 일로 많은 작업을 함께해온 이들은 아예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창작물을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 2~3분 내외의 독립영화다.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철학적인 메시지를 재치 있게 전달하는 특별함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천우희, 이효리, 김향기, 문소리 등 A급 스타가 대거 출연하는 이 채널은 현재 16만9000명이 구독하고 있다.


▎한문철TV/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셋째, 전문직 종사자다. 대표적인 채널이 한문철 변호사의 ‘한문철TV’다. 시청자들이 보내준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과실이 ‘몇 대 몇’인지 답변해주는 것이 주요 콘텐트다. 2018년 첫 동영상을 올렸는데, 채널을 개설한지 반년이 채 안 됐을 때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했다. 현재는 156만여 명이 구독하고 있다. 기업에서 안전교육용으로 한문철TV의 영상을 활용할 정도로 대중적이고 전문적이다.


▎이상문TV/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KBS의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TV쇼 진품명품]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이정문 명지대 미래교육원 교수도 유튜브에서 ‘이상문tv’를 운영한다. 주로 고미술과 골동품을 감정해주는데, 의뢰인은 설운도, 박상철, 이용 등 연예인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하다. 달변가인 이상문 교수가 옛 물건에 얽힌 시대적인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는 영상에 많은 시청자가 몰려들고 있다.

마지막은 개그맨, 가수, 배우 등 셀럽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연예인은 엔터테이너인 동시에 방송 산업의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타 공인 방송 전문가다. 방송, 영화에서 활약하던 셀럽들이 유튜브에 직접 자신의 무대를 마련해 마음껏 끼를 발산하며 유튜브 세계에서 약진하고 있다.


▎Gym Jong Kook/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대표적으로 올해 유튜버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겸 방송인 김종국을 들 수 있다. 김종국은 ‘짐종국(GYM JONG KOOK)’을 개설해 단숨에 230만 명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운동 마니아로 알려진 그는 다년간 축적한 운동 노하우, 여러 셀럽과의 컬래버 영상을 올려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숏박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개그콘서트] 폐지 등으로 일자리가 없어진 개그맨들의 채널도 대거 늘고 있다. 개그맨 출신인 김민수·이용주·정재형이 운영하는 ‘피식대학’, KBS 공채 개그맨 김원훈·조진세·엄지윤이 활약하는 ‘숏박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출연, 제작하는 B급 콩트는 개그 프로그램을 그리워하는 대중의 허전함을 가득 채워주고 있다.

전문지식 다루는 창작자, 사회적 책임감 크게 가져야

유튜브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고, 시청자의 욕구는 종잡을 수 없다. 하지만 유튜브가 정보를 얻고 지식을 쌓는 용도로 활용되기 시작한 만큼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제공하는 정보에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유튜브를 분석하고 연구해온 김경달 대표 또한 “‘Big Tech’로 불리는 특정한 사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다 보니 ‘추천 알고리듬의 편향성이나 상업성’ 내지 ‘허위 조작정보에 대한 content moderation 이슈’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며 “유튜브가 다양성을 증진한 것은 민주적이고 발전적인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그에 걸맞은 사회적 감시와 견제, 이용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202209호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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