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觀點)이란 특정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관찰자가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을 의미한다. 또 어떤 개인적 견해로부터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생각하는 태도를 말하기도 한다. 관점을 이야기할 때 과거부터 많이 사용되어왔던 예시로 물이 반이 채워져 있는 물컵을 보았을 때 ‘물이 반이나 있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물이 반밖에 없네’라고 생각하는 차이가 대표적이다.

▎산드로 보티첼리 [베툴리아로 돌아가는 유디트] 1472

긍정적 자기대화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 긍정적인 면을 더 보게 되고, 평소 부정적 자기대화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부정적 면을 부각해서 본다는 것은 당연한 설명일지도 모른다. 운전 중 뒤차 운전자가 다른 생각을 하다 브레이크를 빨리 밟지 못할 경우, 자신이 몰던 차의 뒷면과 접촉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긍정적 관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상황을 살핀 후 ‘몸이 다치치 않아 다행이다. 막히는 구간에서 사고가 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 관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또 이럴 줄 알았다’, 혹은 ‘어쩐지 요새 뭐가 잘 풀린다 했다. 내가 그렇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화가들이 그려내는 그림의 대상은 화가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화가가 즐겨 그리는 대상도 있다. 같은 배경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을 작가들마다 어떤 관점으로 그렸는지 알아보는 것은 각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대상에 대한 태도를 확인하는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평화로운 봄날 같은 유디트

▎렘브란트 판레인 [홀로페르네스의 연회에서의 유디트] 1634

유디트는 유대의 산악 도시 베툴리아에 살았던 아름다운 과부이다. 그런데 앗시리아군이 베툴리아를 침략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베툴리아 사람들은 거짓으로 투항했고, 아름다운 과부 유디트는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적장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하여 연회를 즐기는 척하며 술을 마시게 했고, 적장이 술에 취해 잠들었을 때 그의 목을 베어 하녀와 함께 빠져나온다.

유디트의 이야기는 여러 화가에게 예술적 영감이 되었다. 작품 [비너스의 탄생]으로 잘 알려진 르네상스 화가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가 그린 [베툴리아로 돌아가는 유디트]는 사랑스러운 색감과 표현 때문에 그림 속 유디트가 막 살인을 한 인물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하녀는 적장의 머리를 머리에 이고 귀환하고 있는데, 1472년에 여성이 남성의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보티첼리는 유디트가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가녀린 몸과 살짝 몸을 비틀어 요염한 모습을 추가적인 장치로 사용했다. 한 손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나무의 가지를 들고 있다. 보티첼리가 이 작품을 그린 때는 백합을 통해 마리아의 순결을 나타내는 등 알레고리 체계로 구성되었던 중세미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잔인한 장면을 그리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던 보티첼리는 적장의 머리가 보이지 않았더라면 두 여성의 봄나들이처럼 보일 정도로 표현했고, 죽은 홀로페르네스의 얼굴도 평온한 표정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그녀들의 뒤에 보이는 적군들을 아비규환이 된 모습으로 표현해 이들이 해낸 성과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차분한 계획적 살인자 유디트

▎카라바조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 1599

‘빛의 화가’로 한국에 소개된 바로크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의 유디트는 차분하다. 렘브란트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풍만한 우아함을 지닌 여성을 이상적으로 여겼기에 다른 그림의 유디트와 체형이 사뭇 다르다. 유디트의 시종 아르바가 앞에서 머리를 담을 자루를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으나 잘 보이지 않으며 왼쪽 어둠 속의 노파도 아주 자세히 보아야 보일 정도로 표현했다.

어둠 속에 적장의 머리를 담을 자루를 들고 있고, 차분히 연회에서 기회를 노리는 유디트는 결코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치밀한 살인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렘브란트는 이 그림에서 머리를 자르는 순간의 잔혹함이나 참수 후 자루에 담은 쾌거가 아닌, 지적이고 철두철미한 유디트의 모습을 부각했다.

최초의 살인 장면이 표현된 유디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 1620

이탈리아의 바로크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는 역사상 처음으로 살인 장면이 등장하는 유디트를 그렸다.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의 머리털을 움켜쥐었다. 칼을 쥐고 있는 힘을 다해 그의 목덜미를 두 번 내리찍었다. 떨어지는 번개처럼 순식간이었다. 홀로페르네스는 태어나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고통에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본 건 유디트의 껄끄러운 표정, 차가운 무언가에 뜯어지는 자기 목에서 쏟아져 나오는 붉은 피였다.”

1598년 카라바조는 이 문구를 읽고, 그동안 목을 베기 전과 후의 모습으로만 그려졌던 유디트가 아닌, 제일 중요한 살인 장면을 그리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림 속 유디트는 인상을 잔뜩 찌뿌린 채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최대한 홀로페르네스로부터 멀리 떨어져 칼을 쥐고 있고, 쏟아져 나오는 피는 마치 털실처럼 작위적인 느낌을 준다. 뒤에 넘실거리는 빨간 천을 그림으로써 천박한 피를 많이 흘리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복수의 여신 유디트

▎구스타프 클림트 [유디트] 1901

카라바조가 최초의 살인 장면을 담은 화가라면, 젠틸레스키(Artemisa Gentileschi)는 최초의 여성 화가였다. 화가라는 직업으로 등록된 최초의 여성이자, 사별한 귀족 여성이 아니더라도 여성이 공공문서에 사인할 수 있는 최초의 권리를 얻은 여성이기도 하다.

미술학도를 꿈꾸었던 젠틸레스키는 궁정화가였던 아버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의 동료 화가 타시를 소개받았다. 그러나 19살 소녀는 스승 타시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만다. 재판이 진행됐지만 재판에서 나온 질문은 ‘그녀가 처녀였는가’였다. 처녀가 아니라면 성폭행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재판관들은 법정에 산파를 불러 그녀의 처녀성을 검사했다. 두 번째 질문은 ‘그녀가 원한 것이 아니었는가’였다. 손가락을 으스러뜨리는 시빌레 고문을 약 7개월간 받은 젠틸레스키는 ‘피해자’로 인정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가해자 타시는 2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바로 사면되어 아무런 벌을 받지 않고 바로 화가 활동을 재개했다.

가문의 수치라고 느낀 아버지는 무명의 빚쟁이 화가와 딸을 결혼시키고 보수적인 로마를 떠나 피렌체에서 살게 했다. 젠틸레스키의 남편은 그녀의 그림 실력에 자격지심을 느껴 가정폭력을 일삼았고 그녀는 결국 딸과 함께 로마로 도망쳐 돌아왔다.

젠틸레스키는 처음으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을 그림에 등장시켰다. 그리고 유디트의 얼굴에는 자신의 자화상을, 홀로페르네스의 얼굴에는 성폭행 가해자 타시의 얼굴을 그려넣었다. 비록 실제로 그를 죽일 수는 없지만 그림 속에서 그녀는 타시를 죽이고 또 죽였다.

매혹적인 요부 유디트

[키스]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클림트(Gustav Klimt)는 유디트의 매력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았다. [키스]가 워낙 낭만적인 분위기라 클림트의 성향이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클림트는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성,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많은 여성과 관계를 가졌던 클림트는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망했으며, 사망 이후 친자확인소송이 14건이나 있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클림트가 그린 [유디트]에도 성적인 이미지가 부각됐다. 클림트는 ‘얼마나 유혹적이었기에 적장이 마음을 놓고 술을 마실 정도였을까’에 초점을 맞추었다. 결국 그가 표현한 유디트는 가슴을 풀어 헤친 채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눈빛으로 관객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오른쪽 아래에 적장의 머리가 보이기는 하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듯 얼굴은 1/3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1901년, 여성의 성을 드러내기에는 너무나 보수적이었던 시절, 사람들은 영웅시해야 하는 유디트가 성적 대상으로 그려진 것에 불쾌감을 표했다. 그러나 꿈꾸는 듯한 눈빛의 유디트는 에로티시즘 화가 클림트가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한 새로운 유디트라는 사실에 지금은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관점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떤 사람과 교류했으며, 어떤 환경에서 살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관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기도 하는 요소로, 과거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지금은 중요하게 여기기도 하고, 과거에 집착했던 것들이 지금은 우선순위에 없는 경우도 있다.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쌓아나가는 경험들이 ‘나’라는 인격체를 만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계속 재구축하기 때문이다. 모든 개인은 현상학적 장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그렇기에 젠틸레스키의 유디트는 감동스럽고 클림트의 유디트는 천박하다는 평가는 옳지 않다. 젠틸레스키의 성폭행 경험이 만들어낸 유디트와 에로티시즘 작가 클림트가 만들어낸 유디트는 각자가 바라본 세상일 뿐이다. ‘좋은 관점’이라는 것을 정의해야 한다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고 스스로가 덜 불행해지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이 믿는 신념에 따라 형성된 관점이 나와 같지 않다고 하여 비난하는 것도 불필요하다. 세상에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기에 문화가 발전하고, 예술이 탄생했으며, 새로운 문제해결 방식이 도출되고 있다. 나의 경험과 시간들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그것들도 귀하며, 이 관점들이 모여 얼마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지가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 김소울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미술치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국제임상미술치료학회 회장이며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미술치료전공 겸임교수이자 가천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객원교수이다. 플로리다마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치유미술관』외 12권의 저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