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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퍼준 사나이 

 

미국 온라인 신발 및 의류 쇼핑몰이자 아마존에 인수된 자포스(Zappos) CEO 토니 셰이가 2020년 46세 나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사망했을 때, 포브스는 그 사고가 마약과 관련된 것임을 밝혀냈다. 그러나 셰이의 자기 파괴적인 몰락은 그로부터 몇 달 전 셰이가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 건설하려 했던 유토피아 공동체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생애 마지막 몇 주 동안 절박하게 행복을 갈구하며 아첨꾼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뿌린 셰이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평전 『원더 보이』의 발췌본을 단독으로 공개한다.
자포스의 CEO 토니 셰이가 46세에 유타주 파크시티에 있는 한 목장을 구입했을 때, 그의 가족은 이미 이곳을 다녀갔다. 2020년 6월 셰이가 심한 조증으로 병원에 입원하자 셰이의 부모가 두 형제 데이브, 앤디와 함께 마을을 방문했다. 가족이 왔는데도 토니는 가족과 시간을 거의 보내지 않았고, 친구들에게 자신을 가족과 함께 두고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

셰이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 어머니 주디와 함께 있을 때 셰이는 주디가 친구처럼 행동하면 솔직하게 대하겠지만, 가족처럼 굴면 정보를 숨기겠다고 말했다. 주디가 셰이에게 상담사를 만나보라고 하자 셰이는 그러겠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상담사를 만나는 동안 주디가 얼음을 채운 욕조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주디가 주의력 문제를 언급하며 상담사를 만나보라고 다시 한 번 말하자 셰이는 화를 내며 집을 나갔다.

가족이 떠날 때가 되자 앤디는 망설였다. 앤디는 형 셰이와 오랜 세월 떨어져 지냈지만, 그럼에도 그동안 못 봤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파크시티에 머무르면서 형을 지켜보고 싶어졌다. 10일 뒤 돌아온 앤디는 자신이 셰이의 돈을 두고 경쟁하는 사람들의 생태계 속으로 들어왔음을 금세 깨달았다. 그들은 셰이에게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홍보하며 자신의 능력으로는 절대 손에 넣을 수 없는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이 파크시티 공동체에는 불길한 규칙이 하나 있었다. 절대 셰이에게 그가 걱정된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말을 하려면 쫓겨날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

앤디가 떠올린 한 가지 해결책은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토니를 지켜보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앤디는 형이 오랜 친구인 토니 리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리는 2003년 자포스가 파산 직전으로 내몰렸을 때 웰스파고로부터 대출을 받도록 이끌어준 인물이다. 그 후 리는 여러 소형 은행에서 일하다가 텍사스에 자리를 잡고 자산 가치가 50억 달러가 넘는 석유 거물 배스 일가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었다. 리와 앤디는 오랜 세월 가까운 친구로 지냈다. 비록 취소되기는 했지만, 앤디는 리에게 자신의 결혼식에서 들러리가 되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형의 소비가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앤디는 전문 자산관리사인 리의 도움을 받아 자산 실사를 수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면 줄이기 위해 이산화질소 흡입

리는 텍사스에서의 삶과 편안한 일자리를 두고 토니 셰이의 광증에 말려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만남에는 동의했다. 셰이는 7월 말 메인 스트리트에 있는 음식점에서 리와 저녁 식사를 하며 파크시티를 자신이 몇 년 전 라스베이거스에 만들었던 공동체와 비슷하지만 더 나은 곳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리의 역할은 파크시티 사업과 관련된 모든 재무를 감독하는 것이었다. 셰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랬듯이 리에게도 현재 연봉의 두 배를 제안했다. 1년에 150만 달러에 해당하는 연봉이다. 리가 망설이는 것을 느낀 셰이는 저녁 식사 자리에 함께한 사람 중 한 명에게 리가 파크시티에 머물도록 설득해주면 수수료로 연봉의 10%인 15만 달러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했다.

저녁 식사 후 앤디는 리를 불러내 파크시티에 오면 좋은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리가 재무를 감독하면 셰이에게서 돈을 뜯어내려는 사람들을 쫓아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앤디의 요청은 간절했다. 몇 달째 토니의 계좌에서 돈이 물 새듯 빠져나가고 있었다. 심각한 약물중독과 기행 때문에 현실에서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사람에게서 돈을 받아내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자신들이 파우스트와 거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의 이러한 부주의로 인해 셰이는 또 다른 파괴적 환상에 사로잡히게 됐다.

병원에서 나와 몇 주 동안 셰이는 자신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바이오해킹 연구에 매진했다. 아산화질소를 흡입하면 혈중 산소 농도를 높여서 수면의 필요성을 없앨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치과에서 종종 사용되고 ‘웃음 가스’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아산화질소는 주방용품 상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바로 휘핑크림 기계 휘핏에 사용되는 아산화질소 카트리지다. 이 기체를 흡입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합법적으로 술을 구매할 수 없는 10대들이나 저렴하고 빠르게 약물에 취하기를 원하는 파티광 사이에서 수십 년 동안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뇌의 수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아산화질소를 과흡입하면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일부 십 대들은 화학적 질식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담배를 피우는 중간중간 셰이는 마치 병에 든 물을 마시듯 휘핏 카트리지를 흡입했다. 셰이가 카트리지를 하루에 50개 이상 사용했다는 추정도 있다.

끊임없는 아산화질소 흡입은 이상행동을 불러왔다. 한번은 유리를 밟고 서서 발에 상처를 낸 다음 파크시티 목장을 걸어다니며 바닥에 피로 흔적을 남겼다. 셰이는 자신을 찾기 쉽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 물과 음료를 완전히 끊으려 시도한 적도 있었다. 셰이의 외모는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띄게 달라졌다. 몸무게가 45kg 미만으로 줄면서 몸이 마치 뼈다귀처럼 앙상해졌다.

망상증도 심해졌다. 어느 날 아침 셰이는 타일러 윌리엄스라는 자포스의 임원이 자신의 중독을 치료하러 마을에 왔다고 믿었다. 그 공포 때문에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무리를 고용해서 목장 둘레에 경계를 서게 했다. 셰이를 보러 온 방문객들은 부지 곳곳에서 경호원들과 마주쳤다.

초기에 셰이는 식사 시간에 모습을 드러냈고 목장의 다양한 방에서 회의를 열며 자신에게 제시되는 여러 프로젝트를 살펴봤지만, 점차 침실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 침대에 앉아 아산화질소 용기들에 둘러싸인 채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다. 앤디는 “셰이의 방은 마치 노숙자가 사는 곳 같았다”며 “바닥에 배설물이 있었고, 변기에 식물이 있었다. 사방에 깨진 유리와 접시가 흩어져 있었고 침대 밑과 벽에는 썩은 음식물이 있었다. 역겨웠다”고 돌이켰다.

셰이의 아산화질소 중독이 심해져 갈 때 사람들은 셰이의 돈을 빼돌릴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셰이는 어처구니없는 인센티브 제도 10X를 개발하며 기꺼이 자신을 파산으로 몰아갔다.

처음에 10X는 좋은 목적으로 실시됐다. 팬데믹 도중 파크시티가 다시 문을 열도록 돕는 것이었다.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10달러짜리 회원권을 팔고, 이 회원권을 가진 사람에게 현지 음식점에서 마음껏 먹고 마시는 권리를 주는 것이 계획이었다. 참가자들에게는 10X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와 각종 상품이 주어졌다. 재정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사업이기에 자선사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유타주는 마을 전체의 문을 연 주점에 경고를 보냈고 이 프로그램은 둘째 주에 중단됐다.

그러나 10X의 정신은 이어지면서 여름 동안 다른 모습으로 변모했다. 셰이는 모두가 10배를 달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10배 빠르게, 10배 크게, 10배 더 많이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셰이는 새로 오는 사람들에게 기존 연봉의 2배를 제공하고, 자신의 돈을 쓰는 모든 사람에게 쓴 돈의 1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음식점을 예약하고 1000달러를 쓰면 100달러를 버는 것이다. 파크시티에서 거주하도록 누군가를 불러들이는 사람은 그 사람이 받는 연봉의 1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는다. 만약 누군가가 부동산 거래에 100만 달러를 쓰면 10만 달러를 벌 수 있다.

이때쯤 토니 리는 재무 감독을 맡아 옛 친구의 은행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돈을 1열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배스 일가에서 일하며 주시하던 주식 차트는 진부하기 짝이 없었으나, 이제 리는 금과 부동산 투자, 열기구, 헬리콥터 여행 회사 제안서 따위의 영수증을 보게 됐다.

또 리는 셰이의 돈을 노리던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종종 10X 프로그램이 원인이었다. 예를 들어 셰이의 개인 비서로 오랫동안 일한 미미팸은 이전까지 셰이로부터 월급 9000달러를 받아온 데다 여행 경비까지 타냈다. 그런데 파크시티에 온 뒤에는 임금협상을 통해 한 달에 3만 달러를 받고 있었다. 심지어 이 액수조차 팸이 10X 수수료를 받기 시작하자 이내 푼돈이 됐다.

팸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한책임회사(LLC)를 통해 2000만 달러가 넘는 액수에 대한 송장을 보냈다. 한 사례에서 팸은 “다양한 프로젝트의 보조 및 관리”를 위해 한 달에 8만3333달러 33센트를 받는 한 도급업자를 “관리”하고 그가 돈을 받을 때마다 8333달러를 챙겼다. 셰이가 버스를 잔뜩 구매하고 370만 달러를 들여 이 버스들을 단장하도록 팸에게 부탁했을 때도 팸은 그 돈의 10%를 챙겼다. 또 파크시티의 스키 리프트 아래쪽 부동산에 있는 이벤트 공간인 빅 무스 요트 클럽을 700만 달러에 인수할 때는 수수료 70만 달러를 받았다.

셰이의 인센티브 구조는 그가 꿈꿨던 미래를 뒤틀린 방식으로 실현했다. 사람들은 셰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셰이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영화 제작사를 설립하려고 하자 팸이 제안에 나섰다. 두 사람은 포스트잇에 계약서를 써서 1000만 달러를 들여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하고 XTR이라는 기존 영화 제작사에서 만드는 다큐멘터리 영화 프로젝트에 돈을 대기로 했다. 이 LLC는 셰이와 팸, 변호사 출신이며 영화 제작자를 꿈꾸는 팸의 남자친구 로베르토 그란데가 함께 운영했다. 계약에 따라 팸과 그란데는 돈을 한 푼도 넣지 않고서 사업 수익의 55%를 챙겼다. 게다가 10X를 따라 그란데는 LLC 설립 대가로 수수료 100만 달러를 받았고, 팸은 그란데에게 수수료 100만 달러를 지급하기 위한 변호사 선임 비용의 10%도 셰이에게 청구했다.

두 달 뒤 그란데는 XTR에 셰이가 사업 비용 750만 달러를 추가로 승인했다고 알렸다. 그 돈이 실제로 송금됐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뒤 그란데에게 수수료 100만 달러를 지급하는 업무를 처리했던 변호사가 계약서를 수정하여 지급 수수료를 175만 달러로 바꿨다.

팸의 노력은 종종 셰이의 친구인 수지 베일슨과 충돌을 일으켰다. 과거 셰이의 동반자로서 행사에 함께 참석했던 베일슨은 셰이의 파크시티 세상에서 여러 사업을 관리하고 있었다. 어느 시점에 팸은 ‘수지 벌금’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셰이의 동의를 받아냈다. 베일슨이 셰이의 부지에 있을 때마다 하루에 벌금 3만 달러를 셰이에게 부과하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셰이에겐 이 벌금이 183만 달러나 누적됐고, 그란데로부터 송장을 받았다. 셰이는 그중 42만 달러를 지불했다.

팸과 갈등을 빚은 또 다른 인물은 앤디였다. 셰이는 그해 초 싱어송라이터 폴라 압둘을 만났을 때 그가 파크시티로 와서 공연을 해주길 바랐다. 마침 팬데믹으로 인해 투어가 취소됐기 때문에 압둘의 일정은 비어 있었다. 그래서 셰이는 압둘에게 옐로스톤이라는 현지 행사장에서 180회 공연을 하는 조건으로 900만 달러를 제안했다. 이 계약을 성사시키는 사람은 수수료 90만 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 앤디는 자신이 계약을 주선했다고 주장했지만 팸은 그 수수료가 마땅히 자신의 몫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결국 계약은 이행되지 않았다. 또 다른 분쟁에서 앤디와 팸은 셰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1500만 달러짜리 목장의 수수료 10%가 자신의 몫이라고 로비를 벌였다.

셰이가 스스로를 창고에 가두고 아산화질소 용기, 초, 프로판 가스통에 둘러싸여 화재로 사망하기 직전의 정신없는 몇 달 동안, 앤디는 자기 형의 돈으로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애를 썼다. 한번은 자신의 또 다른 친구인 재니스 로페스에게 부탁해 셰이가 데킬라 회사를 소유할 한 법인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하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했고, 결국에는 5000만 달러를 요청해달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로페스가 거절하면서 이 거래는 무산됐다.

한편 토니 리는 처음에 앤디가 10X 수수료를 받으려 애쓰는 것을 장려하는 듯이 보였다. “네가 내 대신 중개인이 돼줘.” 리가 자신의 연봉 계약을 언급하며 앤디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가서 얘기해 봐.”

“알겠어, 내가 얘기할게.” 앤디가 답했다. “내가 중개인이라고 형한테 말해.”

리는 신이 난 것처럼 보였다. “지금 바로 수수료를 받고 계약을 성사시켜야 돼. :)) 셰이가 돈을 주길 바란다.”

“내가 계약을 성사시킬게! 내가 중개인이라고 셰이한테 꼭 말해줘 :).” 앤디가 답했다.

“140만 달러든 150만 달러든 내 연봉이 높을수록 네 수수료도 높아지잖아. 내 대신 쟁취해줘. :))”

“윈윈하자!” 앤디가 답했다. “네가 와서 같이 놀 수 있어서 기쁘다.”

나중에 리는 자신이 직책을 맡기 전까지는 셰이의 상태를 잘 몰랐다고 주장했다. 일을 시작한 뒤로는 곧 앤디와 사이가 틀어졌으며 그가 형을 보호하기보다는 돈을 뜯어내는 데 혈안이라고 믿게 됐다. 리는 언젠가 앤디가 토니의 은퇴 자금으로 빼놓았던 1억 달러를 자신의 계좌에 넣어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앤디는 이를 부인했다.

리의 연봉 10%, 즉 1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수수료로 받아내려는 앤디의 노력은 토니가 제안을 거부하면서 무위에 그쳤다. 그러나 상관없었을 것이다. 앤디는 이미 연봉 100만 달러 계약을 마친 상태였으니 말이다.

※ 최고책임자: 셰이는 파크시티로 이사하면서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자신이 가족, 친구, 충성스러운 자포스 직원들과 함께 라스베이거스에 세웠던 공동체와 유사한 유토피아 공동체를 구축하고자 했다.

※ 화재 뒤에 남은 것들: 2020년 화재 당시 셰이가 스스로를 가두었던 미국 코네티컷주 뉴런던의 창고. 이곳에는 아산화질소, 마리화나, 가스 난방기, 초 등이 있었다.

※ 가장 좋아하는 아들: 셰이는 2012년에 자포스 본사를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으로 이전하고 지역 사회에 약 3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 ANGEL AU-YEUNG, DAVID JEANS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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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호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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