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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상속녀의 선택, 재생가능 에너지 

 

폴란드 최고의 여성 부호 도미니카 쿨치크(Dominika Kulczyk)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러나 부친 사망 후 파산 직전에 놓인 재생가능 에너지 기업 지배지분을 확보한 그녀는 회사를 살려내고 이후 닥쳐온 유럽 에너지 위기를 막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다채로운 양식의 런던 미슐랭 하우스, 영국 타이어 회사 본사 사옥이었던 이곳에는 이제 도미니카 쿨치크(45세)의 사무실이 있다.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소파에 앉은 그녀는 인터뷰 중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가 나오자 열정적으로 손짓을 했다. “저는 여성의 에너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동유럽 최고 부호의 상속녀인 그녀가 말했다. 여학생에게 무료로 생리대를 지원하는 법안을 폴란드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붉은색 ‘월경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가부장제가 기후변화를 악화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너무 열중한 나머지 의자에서 떨어질 정도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이 제 신념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의심으로 흔들리는 일은 없어요. 그리고 이런 신념을 널리 퍼뜨리려 합니다.” 쿨치크는 7년 전 런던으로 이주했다. 폴란드 왕자 얀 루보미르스키-란츠코론스키(Jan Lubomirski-Lanckoronski)와 10년간 지속해온 결혼생활을 끝내고 3년이 지난 후였다. 해로즈 백화점 근처에 있는 2322㎡ 면적의 타운하우스를 7500만 달러에 매입한 건 2020년이었다.

성인이 된 후 그녀가 신념을 가지고 대부분의 시간을 쏟은 대상은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지금까지 그녀는 [마녀사냥(Accused of Witchcraft, 2017년)], [변화를 갈구하다(Begging for Change, 2019년)], [자비를 위한 싸움(Fighting for Mercy, 2023년)] 등 다큐멘터리 영화 70여 편을 제작했다. 그러나 그녀를 자신의 취향대로 영화를 만들고 만족하는 아마추어 영화 애호가 정도로 치부하면 안 된다. 전 세계 여성 억만장자 337명 중 절반 이상이 상속으로 부를 얻었지만, 상속받은 재산을 자신의 힘으로 불려나가는 여성은 63명뿐이고, 그중 한 명이 바로 쿨치크다. 사업 참여는 그녀의 선친이 바라는 바도 아니었다. 폴란드 최고 부호였던 얀 쿨치크(Jan Kulczyk)의 순재산가치는 2015년 사망 당시 40억 달러에 달했다. 그는 아들 세바스찬(43세)이 석유와 가스, 부동산, 양조 사업에 집중된 가문의 투자 자산을 운영할 수 있도록 후계자 교육을 시켰다. 딸 도미니카는 이혼한 그해 발족한 자선 재단을 운영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녀는 “‘우리가 돈을 벌면, 너는 돈을 쓰는구나’란 말까지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도박 같은 투자에 주가는 4배 상승

그러나 가벼운 심장 수술을 받은 아버지가 합병증으로 갑자기 사망하자 그녀는 남동생과 재산을 분리하고 독립해서 당시 파산을 앞둔 재생에너지 기업 폴레너지아(Polenergia)에 오히려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녀는 “가장 필요한 건 에너지라고 믿는다”며 당시 자신의 결정에 대해 말했다. “모든 것이 결국 에너지입니다.”

도박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상장 독립 전력기업 폴레너지아의 주가는 이후 약 4배 뛰었고, 시가총액은 12억 달러로 늘어났다. (그녀의 지분은 43%다.) 얼마 전부터는 폴란드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풍력 단지에서 발전을 시작하여 18만3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아야 하는 때에 풍력 단지 가동을 시작하다니,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현재 쿨치크의 재산은 약 19억 달러로 추산된다. 최고치였던 2021년 21억 달러보다는 줄었지만, 남동생 세바스찬의 재산보다는 5억 달러나 많다. 세바스찬은 이 기사 내용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기후 자본가를 향한 쿨치크의 여정은 2017년에 시작됐다. 콜롬비아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을 때 그녀와 남동생이 상속한 거대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아주 작은 폴레너지아 CEO에게서 전화가 왔다. 새로운 법안이 통과되어 폴란드에서 신규 풍력 단지를 건설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핵심 사업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회사는 파산 직전이라는 내용이었다. 세바스찬은 이미 부채에 허덕이는 회사에 더는 돈을 낭비하지 말고 매각하자고 주장했다. 쿨치크는 “그때 너무 화가 났어요! 그래서 미친 듯이 고함을 쳤죠”라고 말했다. “제 마음속에서 직감이 이렇게 외쳤어요. ‘당장 (매각을) 멈춰야 해! 이게 바로 너의 미래가 될 거야.’”

남매는 쿨치크인베스트먼트의 공동 소유주였지만, 선친이 작고하기 2년 전인 2013년부터 실제 회사를 운영해온 사람은 세바스찬이었다. 도미니카의 이름이 고문 이사회에 올라가 있긴 하지만, 이사회에 참석하거나 세바스찬처럼 “사업을 논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때까지 내 소유였던 회사를 함께 만들어갈 기회가 나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폴레너지아를 구하려고 결심한 그녀는 동생과 거래를 하기로 결심했다. 모든 지분을 50 대 50으로 나누는 걸 포기하고 당시 가치가 거의 없었던 폴레너지아의 지분을 그녀가 갖는 대신, 세바스찬은 쿨치크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나머지를 다 갖기로 한 것이다. 포트폴리오에는 폴란드 화학기업 치에히(Ciech)와 석유기업 세리너스 에너지(Serinus Energy)의 지분도 포함되어 있었다. 폴레너지아는 엄청난 리스크였지만, 쿨치크에게는 든든한 안전망이 있었다. 2016년 남아공 맥주 회사 사브 밀러(SAB-Miller)에서 가족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3%를 매각하여 14억 달러를 현금으로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돈은 아직도 그녀 재산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폴레너지아는 긴축재정을 하며 간신히 사업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주가는 이미 큰 타격을 입었고, 또 다른 시련이 빠르게 찾아왔다. 2018년 5월 거대한 국영 전력사 폴란드전력공사(Polska Grupa Energetyczna, PGE)에서 1억7000만 달러에 회사 전체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가가 즉시 뛰어올랐다. 그러나 쿨치크는 반드시 경영권을 지키겠다고 결심했고, 맥주회사 지분을 판 현금이 충분했기 때문에 회사가치를 2억5000만 달러로 책정한 후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며 맞불을 놓았다. PGE는 결국 물러났다.

그러나 계속해서 외부에서 돈을 투입해 회사를 구할 수는 없었다. 그녀도 이 사실을 잘 알았다. 그래서 아버지의 경영 방식을 교훈으로 삼아 폴레너지아보다 “크고 더 나은” 파트너를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2021년 2월 그녀는 캐나다 억만장자 브루스 플랫의 브룩필드 애셋매니지먼트가 보유한 자회사 브룩필드 리뉴어블 파트너스(Brookfield Renewable Partners)로부터 1억7500만 달러를 받고 지분 23%를 매각했다. (브룩필드는 이후 지분 9%를 추가로 인수했다.)

쿨치크가 긴급 자본을 투입한 후 폴레너지아는 거주지 근방에 풍력 단지를 건설하지 못하게 한 폴란드 법(현재 검토 중)을 준수하며 계속 풍력 단지를 지어나갔고, 태양에너지로 사업을 확장했다. 아울러 그린수소의 사업 가능성도 검토를 시작했다. 이후 회사는 2022년 9월까지 12개월 동안 매출 17억 달러, 수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발틱해에서는 2022년에 매출 1500억 달러를 올린 노르웨이 에너지 대기업 에퀴노어(Equinor)와 거대 풍력 단지 2개를 공동 개발했고, 이 단지들은 가동을 앞두고 있다. 완공 후 2개 풍력 단지에서는 매일 러시아 석유 1만 배럴에 상당하는 에너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풍력 단지 건설에는 40억 달러가 소요됐고, 이중 절반은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했다. 이보다 더 규모가 큰 세 번째 풍력 단지도 현재 건설 중이다. 아직 완공일자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동을 시작하면 발전량은 2배가 될 전망이다.

온전히 경제적인 차원에서만 보자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폴레너지아에 손해와 혜택을 함께 안겼다. 전쟁으로 유럽의 대체에너지 수요가 크게 증가하긴 했지만,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고 다른 시장 교란 요인이 나타나면서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기 시작해 지난해 매출은 5000만 달러가 감소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폴레너지아의 사업 전망은 아주 밝다. 유럽에서도 석탄 의존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인 폴란드가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해 이를 대체할 에너지를 숨가쁘게 찾는 와중에 2022년 재생가능 발전이 기록적 수준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 엠버(Ember)의 자료에 따르면, 풍력발전은 지난해 전년 대비 22% 가까이 증가한 반면, 석탄 소비량은 2.7% 감소했고 가스 이용량은 20% 넘게 줄었다.

폴란드를 발전시키려는 쿨치크의 노력이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5월에 그녀는 학교에서 10대 소녀들에게 생리대를 무료로 제공하는 신규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쿨치크재단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소녀들 중 절반 이상이 생리 때문에 결석을 한 적이 있다고 나온다.) 소녀들이 수치심을 느껴서 학교 수업에 가지 못하면 “정치와 경제, 사업 등 사회에서 무엇이든 만들어가는 역량을 발전시킬 수 없어서” 이후 인생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렇게 남자들 세상이 되죠.”

여성 억만장자 쿨치크가 해결을 위해 나섰으니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 HOW TO PLAY IT

탈탄소화를 위한 지구의 대담한 도전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바로 저장 시설이다. 이 약한 고리에 투자할 방법이 있다. 앨버말 코퍼레이션(Albermarle Corporation)은 충전 가능한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을 생산한다. 현재 리튬 가격이 하향세라서 주가가 후행 수익 9배 선에서 거래될 만큼 저렴하다. 리벤트 코퍼레이션(Livent Corporation)은 리튬 및 배터리 물질 생산으로 유명한 기업이고 현재 수익의 14배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투자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다소 투기적 성향이 있지만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스타트업 2개를 소개한다. 프레이어 배터리(Freyr Battery)는 노르웨이에서 “차세대” 공장을 구축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는 고체 상태 리튬을 개발 중인데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전기자동차 사업에 일대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 윌리엄 볼드윈은 포브스 투자전략지 칼럼니스트다.

※ 버거 퀸-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린 상속녀 중 가족을 부호로 만들어준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한 여성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중 최연소는 누구일까? 바로 40세인 린지 스나이더(Lynsi Snyder)다. 2010년 인앤아웃 버거를 상속한 그녀는 이후 회사 매출을 3배로 끌어올렸다. 가장 최근 추산한 회사 매출은 2021년 17억 달러다.

스나이더는 가족 사업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목동과 같다. 어떤 기준에서 봐도 인앤아웃을 경영해야 할 사람은 그녀의 삼촌이었지만, 그가 뜻하지 않게 사망하면서 그녀가 회사를 맡게 됐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았고 아버지가 마약 남용으로 사망하는 아픔도 겪었다. … 2010년 인앤아웃을 상속한 그녀는 서부 전역으로 사업을 천천히, 꾸준하게 확장해나갔고, 치열하게 싸움을 벌인 경쟁업체 파이브 가이즈(Five Guys)가 500여 개 매장을 추가하는 동안 80여 개 매장만 개장하며 신중하게 나아갔다. “초심에 충실하며 진정성을 잃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브랜드를 보호하는 사람, 수호자가 된 것이죠.”

-포브스 2018년 10월 31일 자 기사

※ 팔을 걷어붙인 상속녀 2020년 쿨치크는 네팔에서 여성들이 생리를 하는 동안 집에서 쫓겨나 바구니에서 잠을 자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 억만장자인 그녀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도미노 효과(The Domino Effect)] 촬영을 위해 지난 10년간 매년 8번 해외 촬영지를 직접 방문했다.

Jemima McEvoy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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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호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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