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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지속성장 로펌이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 

이진원 기자
지난 1997년 파트너 변호사 6명을 포함해 20명 정도로 시작했던 법무법인 율촌은 25년 만인 2022년 전문직 600명(파트너 130명), 일반직 400명 등 임직원이 1000여 명인 회사로 성장했다. 매출도 크게 늘어 2022년 최초로 3000억원을 돌파했다. 매출 규모로 보면 국내 로펌 중 4번째다. 대형 로펌 중 후발 주자였던 율촌이 빠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배경을 강석훈 율촌 대표변호사에게 물었다.

“1990년대 후반엔 이미 대형 로펌들이 국내 대기업들과 고객관계를 형성한 상태라 후발 주자였던 율촌이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뭔가 달라야 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분야, 새로운 선상에서 선제적으로 뭐든 접근하려고 노력해왔어요. 특히 지난 팬데믹 기간에 급변하는 산업 트렌드 변화와 함께 율촌이 그동안 강조해온 문화와 경쟁력이 맞아떨어진 것이 성장의 요인이라고 봅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2022년 매출은 해외 사무소의 매출까지 포함해 총 3075억원으로, 설립 이래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2018년 2000억원을 돌파한 이래 4년 만에 거둔 성과다. 강석훈 율촌 대표변호사에 따르면 율촌은 매출이 꾸준히 10% 내외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고, 한 분야, 큰 사건 덕분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집중했던 중대재해, ESG, 4차 산업 등 산업 분야와 조세, 공정거래, M&A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골고루 두각을 보인 결과다.

특히 지난 4년간 계속된 팬데믹 기간에 성장의 고삐를 조일 수 있었던 비결로 강 대표변호사는 고객과 소속 변호사 대상의 비대면 교육을 꼽았다. 그는 “율촌은 최고 전문성을 확보하고 변화를 발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 그동안 교육을 강조해왔다”며 “대면 교육의 한계를 넘기 위해 2019년 하반기 미국 교육 플랫폼 업체를 활용해 소속 변호사를 대상으로 온라인교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율촌은 산업 트렌드, 새로운 법령, 국민연금 의결권 등 주요 이슈 등을 각각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가 콘텐트를 촬영하고 자료화해 공유하기 시작했다.

소속 변호사들은 서로의 전문성을 빠르게 공유할 수 있었고 이는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강 대표변호사는 “우리 교육 자료를 한 대기업 간부가 시청하고 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후 대기업에 유료로 자료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기업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율촌은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 자료 공급과 더불어 내부 전문가와 기업 대상 세미나(웨비나)로 활성화했다. 이는 율촌이 잠재고객 기업들과 스킨십을 확대하고 전문성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마케팅 방법이 됐다.

IP&기술융합부문 신설해 협업 대응

율촌은 지난 2021년 9월 ‘IP&기술융합부문’을 신설했다. 헬스케어, 금융 등 급증하는 규제 관련 업무와 디지털 기술에 따른 산업 트렌드 변화에 함께 대응하는 연합팀이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신약 개발과 관련해 식약청 인가, 보험수가 등 규제 관련 업무뿐 아니라 원격진료, 의료정보, 마이데이터 등 기술 이슈도 포괄해야 합니다. 금융 업무도 마찬가지로 금융 쟁송, 인허가, 핀테크를 아울러야 합니다. 변호사의 전문성은 규제 업무와 디지털 기술 등이 각자 다르므로 이를 융합해서 고객사에 시너지효과를 제공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융합팀을 구성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IP&기술융합부문의 2022년 성과는 예상보다 좋았다. 화학, 제약, 신산업 등 기술 전문성이 중요한 부문에서 협업 대응의 실적이 좋았고 매출 신장률은 두 자릿수였다.

강 대표변호사는 “더불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분야도 새로운 영역으로, 기대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환경 관련 규제 대응, 지배구조 관련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등에 율촌은 대기업의 의뢰를 받아 대규모 자문을 수행했다. 율촌은 환경·에너지 분야에 전문가 10명, 지배구조 분야에 20명, IP 분야에 55명가량을 배치하고 있으며 인력을 계속 확충하고 있다.

송무에서 높은 승소 실적도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최근 승소 실적이 많이 늘었어요. 가장 좋은 실적이 제조 분야 송무입니다. 기업 간 분쟁이 대부분인데 특허분쟁이 치열합니다. 지식재산권(IP) 침해는 회사 존폐와 결부될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국내 기업 간 분쟁뿐 아니라 해외 기업과의 분쟁이 늘고 있어 기업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율촌은 기업 간 국제분쟁이 증가함에 따라 해외 사무소에 중재 인력과 현지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현재 율촌은 베트남 하노이, 중국 상하이, 미얀마, 인도네시아에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하노이의 경우 국내 변호사 2명, 현지 변호사 10명 정도로 조직을 꾸렸다. 강 대표변호사는 “국내 기업의 해외 사업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가 현지에서 지원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최근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지역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폴란드와 동유럽에 많이 진출하고 있어요. 방산, 배터리, 원전 등 분야죠. 특히 현 정부 들어 원자력발전 관련 기조가 바뀌면서 해외 원전 진출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율촌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집트 원전 진출 법률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더불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종료되면 폴란드가 재건 사업의 통로가 될 전망입니다. 국내 기업의 동유럽 사업에서 계약, 현지업체 정보, M&A, 관련 규제 등 이슈에 우리가 지원할 영역이 많습니다.”

한편, 최근 AI 활용이 활성화하고 있는 가운데 리걸테크에 대한 율촌의 준비를 물었다.

강 대표변호사는 “우리가 가장 일찍 시작했고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실제 실적과 매출도 많다”고 답했다. 율촌은 지난 2015년 고객사가 법규준수/준법감시/내부통제에 활용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해 공급했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에 컴플라이언스를 체크할 수 있는 앱을 납품했으며 구독 형식으로 매달 사용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기업이 보유한 상표권 침해 여부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도 공급했다”고 덧붙였다.

“챗GPT의 등장으로 어느 분야든지 AI 기술이 산업 흐름을 바꾸고 있어요. 법조계도 가까운 시일 내에 그렇게 될 것으로 봅니다. 우리는 법률, 판결, 사례에 대한 콘텐트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로 인한 법조계 변화는 완만한 수준이 아니라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집단지성과 공동체


▎강석훈 대표변호사가 “율촌은 공동체 조직문화를 강조한다”며 임직원이 함께 그린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강 대표변호사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전문가들이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협업해 고객사의 요구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하는 집단지성의 실용적 구축과 응집이 율촌의 성장 비결로 분석된다. 지난 2019년 대표변호사직을 맡은 강 대표변호사는 율촌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리고 그는 해외 로펌에는 핵심 가치와 비전이 뚜렷한 데 비해 국내 로펌에는 구호는 있지만 체계적 비전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율촌 임직원 모두에게 우리의 비전에 대한 의견을 물었어요. 수개월에 걸쳐 의견을 수렴했고 키워드를 수집한 결과 ‘정도(正道)’, ‘혁신’, ‘최고’, ‘공동체’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우리의 본질은 영리를 추구하는 전문가 단체입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영리와 정도가 충돌할 때가 있어요. 이런 경우 우리는 정도를 택하자는 의미로 정도를 가장 앞세웁니다. 그리고 우리 조직은 변호사를 위시한 전문가그룹과 스태프로 구성된 이원조직이에요. 변호사 개인 간에도 스태프 간에도 영역은 다르지만, 공동체의 힘으로 힘든 업무도 즐겁고 행복하게 해내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공동체를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비전에 따라 율촌에는 다른 로펌에 흔하지 않는 공동체 행사들이 있다. 사회적 기업과 함께하는 바자회, 원데이 클래스, 정기 만찬 행사, 인문학 세미나 등이 그것이다. 강 변호사는 “행사에 참가한 다른 로펌의 팀장이 우리의 공동체 문화행사에 놀랐다고 전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특히 매년 신입 변호사를 영입하는데 민감하고 힘든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도제식 교육이 필요하다. 그는 “선배, 동료들과 부딪히며 빠르게 습득하는 데 효과적인 조직문화가 바로 공동체이며 그 가운데 생성되는 협업문화가 바로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단언했다.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외국 변호사 등 소속 전문가들은 저마다 사건을 바라보는 접근방식이 모두 달라요.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라 방법이 없을 것 같지만 모두 모여 궁리하다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죠.”

강 대표변호사는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 중에서 드물게 재조(在曺, 판검사) 출신이다. 1990년 서울남부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고등법원, 대법원 등 각급 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해오다가,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부장판사)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치고 2007년 율촌에 합류했다. 그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로펌에서 재조 출신에 몸도 불편한 내가 총괄 대표변호사가 된 것은 율촌의 문화가 개방적인 덕분”이라며 “3년 임기에 현재 5년째 이 자리에 있는데 설립자가 잘 이끌어온 율촌을 잘 이어나가 후배들이 잘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현재 나의 숙제”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일반적으로 경영을 경험해보지 못해요. 로펌 경영은 듣고 배우고 이론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많은 경험이 쌓여야 해요. 그동안 율촌의 재무를 맡아 로펌 경영을 파악했어요. 누군가는 이끌고 가야 하는 로펌의 미래를 위해 후배 변호사들이 경영 경험도 쌓아가길 바라요.

“각종 규제 증가세에 로펌 역할 늘 것”

그는 “지난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성장했으므로 성장통이 있을 수 있다”며 “올해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 보이지 않는 조직문화를 정비하는 데 좀 더 관심을 두려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쟁 로펌들도 매출 3000억원대에서 수년간 머물러 있는데, 질적 성장이 미래 양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강 변호사는 율촌의 조직문화를 기업과는 다른 로펌 조직 생리에 맞게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각박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할 수 있는 로펌에서도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요구된다”며 “이런 조직문화를 형성하지 못하면 새로운 혁신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가까운 미래에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는 시장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강 대표변호사는 “규제 분야”라고 답했다.

“디지털 기술, 가상자산, ESG 관련 규제와 미중 갈등으로 인한 해외 규제 등이 증가하고 있어요. 배터리 제조산업만 해도 원자재부터 최종 가공, 공급까지 규제가 급격히 늘고 있어 규제 부문에서 업무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래서 율촌 내 리서치팀 연구원들은 정책·법률·산업·시장 변화에 대한 저변 지식 보고서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 강석훈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졸업 29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19기 수료 조지타운대 로스쿨(LL.M) 수료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 한국세법학회 부회장 율촌 대표변호사(현)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 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2306호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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