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 대중화되었다. 동시에 혁신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기회에 대한 희망이 공존한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디자인 구루 중 한 명인 낸도 코스타에게 인공지능이 아트 분야에 가져올 변화를 물었다.
▎낸도 코스타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그린 자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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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기업에는 브랜드 디자이너, 프로덕트 디자이너, 콘텐트 디자이너 등 다양한 종류의 디자이너가 있다. 이 중에서도 아주 뛰어난 실력과 오랜 업계 경력으로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존경받는 디자이너를 부르는 공식 직함이 있는데, Distinguished Designer(의역하면 특급 디자이너)이다. 이들은 실제 디자인 작업을 하지만 웬만한 디자인 디렉터보다 훨씬 높은 직급이다. 실질적인 디자인 작업을 통해 그룹 전체의 수준을 향상하기 때문이다.낸도 코스타(Nando Costa)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몇 안 되는 ‘특급’ 디자이너(Distinguished Designer) 중 하나다. 그의 뛰어난 디자인 인사이트와 실력은 언제나 한 회사를 넘어 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정도다. 특히 요즘 그가 집중하는 인공지능의 디자인적 접목에 관한 여러 통찰은 우리에게 깊이 생각할 점들을 제공해준다. 그를 만나 현시점에서 디자이너가 바라보는 인공지능에 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이상인: 반갑다.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낸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인터뷰를 요청해줘서 고맙다.
이: 요즘 아주 핫하게 떠오른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낸도: 매우 유용한 툴이 많이 나온 것 같다. OpenAI에서 선보인 ChatGPT나 Dall-E부터 많은 이가 활용하는 이미지 생성 툴인 미드저니(Midjourney)와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까지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또 엔비디아(NVIDIA)나 구글 같은 빅테크도 자사 플랫폼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 이처럼 텍스트나 비주얼을 만들어주는 툴뿐 아니라 일반 이미지나 텍스트를 기반으로 3D 오브젝트를 만들어주는 것도 가능하다. 내가 이처럼 광범위한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에 대해 언급한 이유는 이들 모두가 디자이너들이 활용할 수 있는 툴을 그만큼 확장해주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가 많이 활용하고 있는 피그마(Figma) 같은 툴에도 생성형 인공지능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적용이 더 발전되면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3D, 애니메이션 등을 모두 다룰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하지 않을까. 마치 아이언맨이 인공지능 자르비스나 아이언맨 슈트를 활용하듯 디자인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낯설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인공지능의 디자인적 적용이 더 빠르게 발전하면 발전하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디자인 리더로서 인공지능이 업계에 이 정도로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 예상했나?
▎이미지 생성 AI 모델인 미드저니(Midjourney)를 이용해 그린 작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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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도: 인공지능 관련 엔지니어는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에서 이러한 변화를 예측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 기술의 적용과 발전을 가까이서 지켜봐온 견해는 다음과 같다. 불과 6개월 전 정도만 해도,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인 미드저니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결과물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놀라운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비슷하거나 불완전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사용하는 프롬프트(Prompt: 결과물 생성을 위해 인공지능에 입력하는 단어들)에 따라 프로 레벨의 사진과 비슷한 정도의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 정도로 발전했다. 자동차 디자인을 예로 들어도 마찬가지다. 6개월 전에 만들 수 있었던 자동차 디자인의 형태는 현실과 거리가 먼 불완전한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실제 양산 차량을 사진으로 찍은 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당연히 아직 완벽하다고 이야기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고, 우리도 이를 활용하는 법을 익혀야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자인의 발전은 이미 모멘텀을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하드웨어와 데이터를 활용해 디자이너가 상상한 모든 것을 구현해줄 인공지능 모델을 앞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개인적으로 인공지능 툴의 발전 속도에 매일 놀라는 중이다. 특히 얼마 전에는 생성형 이미지 툴의 단점으로 지적돼온 부정확한 사람 손가락 형태나 개수 같은 문제를 대폭 개선하지 않았나. 그런데 여전히 마음먹은 대로 무언가를 디자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듯하다.
낸도: 인공지능과 함께 디자인하는 인터렉션 측면에선 여전히 초창기이고 많은 발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과 많은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프롬프트에 어떤 단어를 어떤 식으로 배열할지부터 꽤 많은 공과 시간을 들여야만 한다. 인공지능 툴을 만드는 회사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우리가 프롬프트를 완료하기 전, 즉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부터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렌더링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많은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그런 만큼 나의 상상을 완벽하게 실시간으로 만들기까지는 기술적 발전이 더 필요하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3년 정도 후의 미래로 가서 이러한 접근을 본다면, 아마 지금과는 완벽히 다르게 발전한 수준을 보게 될 것이다.
이: 6개월 전과 지금이 이렇게 다른데, 3년 후면 정말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바로 이 인공지능을 요즘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 중 하나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인 것 같다. 요즘 가장 화제인 오픈에이아이에 큰 금액을 직접 투자하기도 했고, 이 부분에 적극적이라 생각한다.
낸도: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Bing)에 ChatGPT 기술이 적용된 것도 아주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많은 관련자가 충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내가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인 측면에서 볼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강조하는 ‘인공지능을 코파일럿(Copilot: 부조정사)으로 대하는 방식’은 아주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콘텐트를 만들고 소비하는 방식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정체돼왔다고 생각한다. 또 콘텐트와 광고 사이의 경계도 점점 모호해지고 있으며, 불필요한 정보를 접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많았다. 우리는 일을 할 때 정말 많은 시간을 정보를 찾거나 이를 활용해 무엇을 만드는 데 보낸다. 내가 하는 일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나 사람을 찾고, 더 생산적인 방식으로 일을 하는 데 바로 이 인공지능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전이 ‘지구상 모든 사람과 조직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 만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효율을 높이면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배우거나 이루는 데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거대한 스케일로 인공지능을 적용하기 위해선, 막대한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에주어(Azure)가 잘 담당할 수 있기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에이아이의 협업이 더 좋은 시너지를 낸다고 생각한다.
이: 디자인뿐 아니라 다양한 아트 분야가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주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낸도: 내 딸이 그림 그리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종종 인공지능 툴로 만든 이미지를 자랑 삼아 보여주면, 딸의 반응은 항상 별로라는 식이다. 연령대가 어릴수록 오히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에 대해 이런 반응이 더 많지 않나 생각한다. 인공지능의 발전 때문에 창의적인 직업들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분야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곳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콘셉트 아트를 예로 들면,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려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디즈니의 [만달로리안] 같은 시리즈를 보면 매화 엔딩에 콘셉트 아트 작품이 소개된다. 인공지능 툴로 이 같은 수준의 작업을 시퀀스마다 감독이 원하는 방향을 정밀하게 담아 만들기는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 캐릭터, 앵글, 빛의 적용 등을 빠르게 테스트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식으로 작업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조금 전에 언급한 인공지능을 코파일럿 역할로 활용하며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존에 비해 효율은 높이고, 비용은 줄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앞으로 훨씬 더 빠르게 변할 환경을 맞이할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낸도: 역설적이지만 인공지능에 너무 의지해서는 안 되고, 본인만의 시각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적으로 인공지능에 의존해서 쉽게 만든 결과물은 오리지널리티가 결여될 확률이 크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바를 잘 파악하고 항상 호기심을 갖고 사물을 관찰하고 어떻게 하면 이를 더 개선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야지, 인공지능에 너무 의존하다 보면 오히려 변별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낸도와 인공지능을 주제로 나눈 대화는, 적지 않은 기간을 디자이너로 또 매니저로 활동한 내게도 어쩌면 꼭 필요한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왜냐하면 생성형 인공지능의 대중화가 본격화된 지금의 세상은 그 누구도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고, 많은 사람이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본질에 충실하고 변화를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어떠한 변화라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쓸 수 있지 않을까.
※ 이상인은… 이상인 디렉터는 Web 3.0,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및 디자인 전문가로 현재 구글 본사에서 유튜브 광고 디자인 시스템을 총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플랫폼 그룹의 디자인 시스템 스튜디오 총괄로 일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했으며, 디지털 에이전시 R/GA에서 리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베스트셀러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2019년)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뉴 호라이즌』(2020년), 『디자이너의 접근법; 새로고침』(2021년)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