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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밸리의 혁신가(4) 조영탁 휴넷 대표 

기업의 목적은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 

조득진 선임기자
휴넷은 국내 에듀산업을 선도해온 기업이다. 매출액, 학습자 수, 고객사 수 등 수치상 성공뿐 아니라 에듀테크 리드, 행복경영 개념 도입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 이는 끊임없는 혁신과 시행착오를 통해 가능했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기업의 목적을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에 두고 안팎에서 공감대를 형성,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성공의 원동력으로 ‘우리가 한번 해보자, 모범이 되자’는 동기부여를 꼽았다. “직원들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뜻이야 좋고 훌륭한데 그게 가능하겠어?” 2003년 조영탁 휴넷 대표가 ‘행복경영’을 표방하고 나섰을 때 업계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했다. 당시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부실기업 처리 문제로 1년 내내 시끄러웠고, 특히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문제가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면서 큰 부담을 주었다. 신용대란까지 겹쳐 기업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조 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기업의 목적을 이윤 추구가 아닌 직원, 고객,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로 설정하고 여기에 ‘자리이타(自利利他)’ 경영이념을 도입했다. 남이 잘되게 도와주면 결과적으로 내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과 주주의 행복과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며 ‘직원 행복 최우선의 원칙’을 세웠다. 국내 최초 주4일 근무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도입했고, 정보기술(IT) 등 에듀테크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결과는 대성공. 휴넷은 지난 몇 해 동안 최대 실적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연간 학습자 수는 796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372만 명)과 비교하면 3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연간 기업고객 수(5500개사)와 월 학습자 수(93만 명, 2022년 11월)도 다시 썼다. 지난해 매출은 800억원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코로나 시국에서 비대면 온라인교육에 관심이 쏠리면서 에듀테크에서 앞선 휴넷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한다.

지난 2019년 8월, 미국 대기업 CEO들의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가치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고객 가치 제공, 임직원 투자, 협력업체와의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 지원, 환경보호, 장기적인 주주가치 창출’이라는 내용이다. 기업이 주주만 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 직원, 납품업체,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선언문에는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등 CEO 181명이 서명했다.

4월 중순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 내 휴넷스튜디오에서 만난 조영탁 대표는 “지금은 많은 기업이 사회적 기여를 통해 행복한 경영에 동참하고 있는데, 우리 휴넷이 10여 년 빨랐던 셈”이라며 “동기부여를 통한 직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IT에 대대적 투자, 에듀테크 분야 1위 우뚝


▎휴넷스튜디오는 교육 영상 제작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강사 및 개인 유튜버들의 콘텐트 촬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 사진:휴넷
금호그룹 미래기획단과 회장부속실에서 10년간 근무한 조 대표는 1999년 온라인 경영·리더십교육 전문업체 휴넷을 설립했다. 창업 당시 그의 고민은 시장 상황이나 비전이 아닌 ‘내가 왜 사업을 하는가’였다고 한다. 조 대표는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지만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못했다. 그래서 모범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며 “대기업 경력과 경영학 전공을 바탕으로 모범적 기업 설립, 인터넷 시대에 맞는 온라인 교육 분야 진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2002년 7개 과목을 20시간씩 수강하는 온라인 MBA 강좌가 직장인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회사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현재 휴넷의 주요 비즈니스 카테고리는 정부지원교육(기업교육), 휴넷 MBA, 플립러닝, 자격증, 영어, 기업교육, 학점은행 등이다. 특히 2000년대 후반부터는 기업교육에 집중해왔는데, 당시 이러닝 기업교육 시장 7~8위 수준에서 현재 독보적인 1위가 됐다. 현재 기업교육 부문의 매출이 전체의 90%가량을 차지한다. 조 대표는 “최근엔 B2B, 즉 기업교육 전문화에 초집중하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은 분사 등의 전략으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기업교육의 전문성과 우월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휴넷은 2016년부터 해마다 IT에 100억원 넘는 투자를 집중했고, 이것이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리면서 크게 성장했다. 이른바 ‘에듀테크’다. 조 대표는 “2016년 알파고를 보면서 트랜스포메이션에 기반한 플랫폼 및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게 됐다”며 “에듀테크의 큰 방향은 개인맞춤형 큐레이션으로 최근엔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넷은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 학습관리 시스템 ‘랩스(LABS)’, 인공지능 코치 ‘세이지’, ‘AI 강사 솔루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솔루션만 앞선 것이 아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기업교육 콘텐트를 획기적으로 바꿔 재미와 학습 효과를 높이고 있는 것. 최근 선보인 ‘인터랙티브 드라마’가 대표적이다. 학습자의 선택에 따라 교육 내용이 달라지는 콘텐트로, 등장인물이 갈등하는 지점에 선택지를 넣었다. “그래! 결심했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던 인기 프로그램 [TV인생극장]에서 착안했다. 지난 3월 출시된 ‘성희롱 예방교육’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의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에 따라 다른 결말을 맞게 된다.

“자율성은 최대한, 생산성은 더블업”


▎G밸리 일대 기업들의 대관 장소로 인기인 휴넷 캠퍼스에서는 교육을 비롯해 각종 모임, 문화 행사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이 가능하다. / 사진:휴넷
G밸리의 C레벨 임원들 사이에선 중소기업 CEO 최고경영자과정 ‘행복한 경영대학’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행복지수의 객관화 과정, 회사의 시혜적인 자세 등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조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6년 ‘행복한 경영대학’을 개설했다. 조 대표는 “직원 100명 이상 회사의 CEO 1만 명이 행복한 경영을 공부하면 적어도 100만 명 이상은 행복할 수 있다”며 “지금은 동문 650명이 생겨 한 달에 한 번 조찬모임을 하고 모범사례 발표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모든 과정은 무료로 진행된다.

휴넷의 행복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주4일 근무제다. 최근 정부가 입법 예고한 ‘주 최대 69시간 근로 개편안’과 맞물리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휴넷은 여기에 만 5년 근속 시 1개월 유급휴가를 주는 학습휴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출퇴근을 지정하는 시차출퇴근제, 주어진 휴가일 수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하는 무제한 자율휴가 등을 시행하고 있다. 조 대표는 “매주 금요일을 휴무로 정해 주32시간 근무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연차 소진, 임금 조정 등 각종 제한을 두는 반면 우리는 조건 없이 온전한 주4일제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물론 중간간부, 팀장급들의 반대 입장도 강했다. “주4일 근무를 하되 생산성은 더블업하자”는 대표의 목소리에 부담이 컸던 것. 그러나 조 대표는 직원만족도, 업무몰입도, 회사 브랜드 평판, 직원들의 학습과 성장, 워라밸까지 전체적으로 ‘남는 장사’라며 밀어붙였다. 대신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직원들은 핵심 업무에 집중하고, 시간 낭비는 최소화했다. 업무 효율을 높이는 제안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우수팀은 포상을 하는 등 회사 주관의 ‘생산성 향상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조 대표는 “좋은 제도가 유지되려면 회사의 성장이 우선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업무 효율을 높이고 성과를 내고자 노력한다”며 “그 결과 내년 말이면 직원 1인당 매출액이 주4일 근무제 시작 전의 두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원 만족도는 수치상으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휴넷의 직원행복지수는 66.9점으로, 전년 대비 6.1점 상승했다. 특히 ‘우리 회사는 일하기 좋은 기업인가?’ 항목은 전년 대비 16.9점이나 상승한 77.0점으로, 조사 이래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채용 지원율도 전년 동기 대비 14배가량 상승했다. 휴넷은 회사 생활에서의 행복을 7개 요소로 정의해 ‘MAGIC+’(Meaning, Autonomy, Growth, Impact, Connection, Fun, Safety)를 만들고, 매년 직원 행복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 대표는 “휴넷이 자체 개발한 총 100여 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향후 기업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행복경영 진단 사업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현재 우리 사회의 주된 시스템인 주5일 근무제는 독일 기업 보쉬가 1907년 처음으로 시행한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정착된 것”이라며 “사무자동화, 챗 GPT 등의 출현으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5~10년 내 4.5일 근무제가 법제화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선도적 기업이 속속 등장하면 법제화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새로운 동기부여 ‘글로벌 기업교육 시장 1등’


휴넷은 최근 글로벌 기업교육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미디어 기업 더밀크에 투자하고, 코딩 솔루션기업 멘토릿을 인수했다. 또 미국지사 휴넷USA를 설립했다. 그동안 수많은 국내 에듀테크 기업이 해외 시장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제 때가 왔다는 판단이다. 조 대표는 “교육은 콘텐트 중심인데 그동안 언어, 즉 한국어 콘텐트의 어려움이 존재했다. 또 교육사업의 본질, 중심이 무엇인지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교육사업은 이윤보다는 사명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건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인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류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으로 형성되면서 한국 콘텐트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에듀테크 면에선 콘텐트뿐 아니라 솔루션으로 접근하는 트렌드가 흐르고 있어 이에 강한 휴넷으로서는 좋은 환경이라는 판단이다. 조 대표는 “기업교육 분야에서 가장 큰 전시회인 ‘ADT콘퍼런스’에 지난해 참여했더니 반응이 상당했다. 지금까지는 중국 중심으로 고려했는데 교육기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솔루션 중심으로 승부를 걸어볼 참”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글로벌 1등으로 가기 위한 글로벌 표준을 만들자고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선두 기업이 되려면 미래 트렌드를 미리 보고 이를 이끌어가는 방법론과 표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콘텐트 중심에서 솔루션 중심으로 이동하고, 교육 방향 측면에서의 리서치도 강화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 1000조 시장이 열린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가 되자며 또 다른 동기부여를 사내에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2305호 (20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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