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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41) 세도나에서 만난 기(氣)… 경영도 결국 ‘사람’이다 

 


▎황무지 사막 여기저기, 엄청난 점보 바위들을 배경으로 조슈아 트리가 모델처럼 멋진 모습으로 서 있다.
“카우보이, 아리조나 카우보이, 황야를 달려가는 아리조나 카우보이….” 어린 시절 들었던 유행가 가사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도 노래 가사가 기억나는 걸 보면 그 당시 카우보이가 출연하는 미국의 서부활극 영화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같다. 그래서인지 특이하고 멋지게 생긴 사과로(saguaro) 선인장이 여기저기 서 있는 애리조나의 황야는 항상 궁금한 곳이었고 꼭 한 번 다녀오고 싶었다. 마침 인접 주(州)로 출장 가는 길에 일정을 추가해서 애리조나주 세도나에 들러 기(氣)를 받아보기로 했다. 모하비사막을 횡단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여행길이다.

세도나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기(氣)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평소에 ‘원기(元氣)가 왕성(旺盛)하다’, ‘활기(活氣)차다’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과연 기(氣)란 무엇인지, 존재하는 것인지 궁금해 자료를 찾아보았다. 사전에 따르면 ‘기(氣)’는 ‘활동하는 힘’, ‘숨 쉴 때 나오는 기운’을 뜻한다. 또 ‘사람이 활동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육체적 정신적인 힘. 원기(元氣)·정기·기력(氣力) 따위. 한의학에서는 오장 육부의 활동 능력을 가리킴’이라는 풀이도 있다.

세도나는 ‘볼텍스(Vortexes)’라고 하는 자기장·소용돌이 기(氣)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지질학적·영적 현상이라고 한다. 다양한 신체적·감정적·영적 효과를 생성할 수 있다는데, 세도나시와 그 주변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한다. 세도나 볼텍스는 특히 강력해서 명상, 자기발견, 영적 성장을 향상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볼텍스는 우주에서 분출되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이고, 이 에너지를 볼 수는 없지만 많은 이가 그 기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도나 인근에서 특별히 강력한 기가 발현되는 곳은 벨록(Bell Rock)이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스름한 새벽에 쌀쌀한 공기를 마시며 아침 기가 충만한 벨록을 향했다. 이곳은 성당이나 교회 종탑에 달린 종처럼 보이는 붉고 거대한 바위산이다. 세도나로 진입할 때 마주 보이는데, 지구 자기장인 볼텍스가 가장 많이 나오는 장소라고 한다. 오솔길을 걸어 올라가서 벨록에 도착했다.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눈을 감은 채 기(氣)를 느껴보았다. 기 수련을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생각을 그리 해서인지 손바닥이 찌릿찌릿한 것 같기도 했다. 일행 모두 자기 나름대로 자세를 취해 기를 받으려 노력하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볼텍스 에너지를 미묘한 전자기력으로 표현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형이상학적이거나 영적인 에너지로 묘사한다. 볼텍스 기를 진동으로 느끼거나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지구에서 가장 센 기운을 받아 건강한 육체와 정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벨록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어 세도나의 광활한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에어포트 메사 볼텍스(Airport Mesa Vortex)로 이동했다. 평평하고 광활한 대지에 웅장하게 우뚝 솟아오른 천둥산(Thunder Mountain)과 붉은색을 띤 여러 굴뚝 형상의 바위(Chimney Rock)들이 특이하고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이곳도 볼텍스 기로 대단히 유명하고 인기가 있어 수많은 방문객이 찾는다. 세도나에서 기를 받으며 골프를 치는 것도 멋진 계획이었다. 세도나 골프 리조트(Sedona Golf·Resort)의 그린은 주변이 온통 붉은색을 띤 신비스럽고 거대한 바위산들이 병풍같이 둘러싸고 있다. 골프장으로 기가 쏟아져 들어오는 듯한 풍광이다.

지구에서 가장 기가 세다는 세도나 볼텍스


▎세도나 근처에 있는 거대하고 기묘한 형태의 붉은 바위. 신전 같기도 하고 특이한 건축물 같기도 하다.
세도나를 떠나 모하비사막(Mojave Desert)을 가로질러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모하비사막은 캘리포니아주 남동부를 중심으로 네바다주, 유타주, 애리조나주에 걸쳐 있는 고지대 사막이다. 사막 이름은 아메리카 토착민인 모하비족(族)에서 유래했다. 애리조나주의 황무지 사막을 달릴 때 군락으로도 보이고 여기저기 혼자 서 있기도 하는 멋진 모습의 사과로는 키가 12m 이상까지 자랄 수 있는 나무 모양의 선인장이다. 일부러 버스를 멈춰 세우고 멋들어진 사과로를 관찰하며 사진에 담았다.

한참을 달려 캘리포니아 남부, 팜스프링스 동쪽에 있는 조슈아트리국립공원(Joshua Tree National Park)에 들렀다. 이 공원의 이름은 모하비사막에 자생하는 조슈아 트리에서 따왔다. 여러 개 줄기가 하늘을 향해 팔을 뻗어 올라가는 듯한 조슈아 나무는 사막의 거친 토양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며 이방인들에게 멋진 풍광을 선물한다. 이어서 평평하기만 한 사막에 거대한 바위들이 모여 있는 점보 록스 캠프그라운드(Jumbo Rocks Campground)에 들렀다. 어떻게 사막 한가운데 이토록 거대한 바위들이 넓게 퍼져서 기괴하고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너무 신기하고 멋진 곳이다. 엄청난 점보 바위들을 배경으로 조슈아 트리가 모델처럼 멋진 모습으로 여기저기 서 있다. 몇몇 사람이 커다란 캠핑카를 타고 와서 바위 사이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다음에는 이곳에서 캠핑을 하며 밤에 불빛 없는 사막의 하늘을 수놓은 별자리를 구경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느덧 늦은 오후 시간. 팜스프링스라는 지명이 보이는 도로표지판 옆 고속도로를 지나자 어마어마한 규모의 풍력발전소 단지가 보였다. 언뜻 봐도 세계 최대 규모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바람개비처럼 생긴 수많은 풍력발전기가 붉게 물드는 석양을 배경으로 서서히 돌아간다. 사막을 가로질러 밤이 늦어서야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했다.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아마도 전 세계 모든 경영자와 핵심 매니저들의 최대 관심사일 것이다. 오랜 기간 CEO로서 기업 경영에 참여해오면서 경제적 호황과 위기의 시대를 두루 경험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내린 결론은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 셋째도 ‘사람’이다. 성공한 수많은 기업에는 훌륭한 인재들이 저마다 혼신을 다해 일하고 있다. 반면 매스컴에 횡령사고 등 종종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기사의 중심에도 역시나 사람이 있다. 성선설과 성악설의 충돌 지점인지, 조직에는 좋은 인재와 사고를 내는 사람들이 늘 섞여 있다.

실제로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나 임원, 매니저나 팀장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면, 조직원들 중에는 ‘아,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토로한다. 또 다른 경우로는 여러 차례 교육하고 설명을 많이 했는데도 ‘왜 말귀를 못 알아들을까’라는 느낌을 가진 적도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행동인성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인지능력에 관한 주제일 것이다. 이렇듯 조직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리더들은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애리조나주 황무지 사막을 달릴 때 군락으로도 보이고 여기 저기 혼자 서 있기도 한 멋진 모습의 사과로(saguaro) 선인장.
● 직원들이 몰입해 신바람 나게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어떻게 해야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까?
● 리더로서 매일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 할까?
● 어떻게 훌륭한 인재를 양성할까?
● 누구를 승진시켜야 할까?
● 향후 후계자를 누구로 삼고, 어떻게 선발할까?
● 조직을 어떻게 진단하고 설계할까?

전통적으로 경영자나 관리자는 자신의 직감에 따라 일을 하며 학습된 경험을 사용해 이런 질문에 ‘본인의 기준’으로 해답을 주었다. 그러나 결과는 많은 경우에 효과적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직장 내 복잡성이 증가하고, 직무가 더욱 다양화·전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 인력의 주요 구성원으로 떠오른 MZ세대에게 개인의 특성을 측정해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직무를 맡기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한 일이 되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으로 ‘행동 인성평가(Behavioral assessment)’가 있다. 리더들은 “나는 누구인가: Who am I?”에 대한 과학적인 자기 인식(Self Awareness)의 분석을 바탕으로 상대방이나 조직 구성원들의 인성을 파악하여 조직을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해 인성평가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사람은 모두 각기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각각 독특한 인성적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개인의 인성과 직무에서 요구되는 인성의 적합성, 리더와 조직원 간 인성의 상호작용이 조직의 역동성과 성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과학적 인성평가의 결과를 활용하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에 효과적인 답을 구할 수 있다. 자기 인식을 통해 자신이 어떤 인성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상대방의 인성을 파악해 서로 다름을 존중하게 되면 상호이해를 통해 조직이나 팀의 생산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나아가 조직 내에 갈등이 있을 때도 상호 간 심도 있는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서로의 인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조직


▎세도나 인근에서 특별히 강력한 기가 발현되는 장소인 벨록(Bell Rock)에서 어스름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아침 기(氣)를 받고 있는 모습.
1940년대 말 시작된 행동과학 연구는 비즈니스 분야에서 폭넓게 적용된 실증적 데이터를 근거로 사람의 행동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 특히 행동 인성평가는 개인과 집단, 문화와 프로세스에 따라서 상호작용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 인성을 살펴보는 분야다. 행동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의 행동’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인성과 후천적 학습과 경험을 통해서 습득되는 인성의 상호작용에 의해 지배된다. 후천적인 인성은 유아기 때부터 다양한 경험에 의해 습득되어 특정한 방식의 행동을 하도록 이끈다.

인성평가 사례를 들어보자.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도 많이 해야 하는 영업직무는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인성을 가진 사람이 맡았을 때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타인을 만나서 대화하는 것보다는 분석적이고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는 내향적인 사람에게 영업직무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 품질관리나 위험한 일을 취급하는 직무에는 규정을 정확히 지키고 세밀하고 치밀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 적합하다.

필자가 ‘인성 경영’에 깊은 관심을 갖고 학습해가며 경영 현장에서 오랫동안 ‘인성평가’를 활용해온 계기가 있다. 1989년 가을, 호수 위에 백조가 노니는 모습을 보며 북유럽 덴마크의 작은 마을 비야링브로에 도착했다. 그런포스 한국 현지법인의 창립 CEO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최종 후보가 돼 그룹 회장단과 면접을 보기 위해 세계 최대의 물 펌프 기업인 덴마크의 그런포스그룹 본부를 방문한 것이다. 오전에는 거대한 규모의 생산시설을 돌아보고 그룹의 인사담당 수석부사장의 안내에 따라 면접을 준비했다. 그는 “우리 그룹에서는 회장단과 면접을 하기 전에 인성검사를 하는데 괜찮겠느냐”고 질문했다. “물론이다”라고 했더니 옆방에서 설문지를 가지고 왔다.


▎평평하기만 한 사막에 거대한 바위들이 모여 있는 점보 록스 캠프그라운드 (Jumbo Rocks Campground). 어떻게 이토록 거대한 바위들이 넓게 퍼져서 기괴하고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설문지를 작성하려고 종이를 편 순간 깜짝 놀랐다. 당연히 영어로 된 설문지일 거라 생각했는데 순전히 한글로 된 우리말 설문지였기 때문이다. 30여 년 전, 그것도 북유럽 한 시골 마을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글로 쓴 설문지를 내놓다니, 무척 놀라웠다. 한 산업에서 세계 1위를 하는 기업이 사람의 인성을 얼마나 중요시하는 가를 보여주는 반증이었다. 그때부터 ‘인성 경영’에 관심을 갖고 심층적으로 학습하며 경영 현장에서 최적의 인재 채용·개발, 전반적인 조직관리에 30년이 넘도록 ‘인성 평가’를 활용하고 있다.

조직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분석은 꼭 필요하며, 이것은 리더의 직감이 아니라 ‘과학적 평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인성·직무·인지 평가’를 통해 최적의 인재를 채용하고 최고의 팀을 만들어 동기를 부여하면서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경영 전반에 걸쳐 이뤄내야 한다. 직무에 최적화된 인성을 갖춘 ‘사람’을 통해서 성공적인 결과들을 창출하고 극대화할 수 있다.


▎모하비사막을 달리며 만난 조슈아트리국립공원 (Joshua Tree National Park) 안내 표지판.
자기 인식(Self Awareness)을 바탕으로 본인을 알고 상대방의 인성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개인과 기업이 함께 행복한 조직’을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305호 (20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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